[이슈진단]위기의 전력산업, 대안은 무엇인가
[이슈진단]위기의 전력산업, 대안은 무엇인가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3.09.11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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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정책방향 모색 위한 국제심포지엄 개최
미·일·영·뉴질랜드 전문가 모여 구조개편 경험 공유

여름과 겨울마다 전력수급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전력산업 정책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노·정 공동으로 열렸다.

강창일·여상규·오영식 국회의원과 전국전력노동조합이 공동주최한 ‘전력산업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9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약 300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시장확대 중심의 전력정책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맞는지, 합리적 전기요금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그리고 전력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등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력산업 전반에 대해 여러 나라의 사례와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시간이 됐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는 휼라 다그데버런 교수 (영국, Prof. Hulya Dagdeviren), 고프 버트람 박사 (뉴질랜드, Dr. Geoff Bertram), 칼 우드 (미국, Mr. Carl Wood), 오카자키 노부카츠 (일본, Mr. Okazaki Nobukatsu),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겪은 바 있는 국가들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그 경험과 과제를 공유했다.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이 ‘전력산업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주최자인 강창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전력부족 현상에 대해 인사말에서 “동하절기에 발생하는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전력수요 변화에 대해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도 가지고 있어 대응방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은 “(전력수급 위기가)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력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더욱 죄송하다”면서 “오늘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된 목적 또한 전력산업의 책임 있는 종사자로서 이러한 사태를 제대로 진단하고 바람직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축사를 한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전력산업을 어떤 모습과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중대한 만큼, 각계 다양한 의견이 활발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되고, 서로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조환익 한전 사장은 “한전의 기본적 존재 의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있다”며 “전력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 소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1부 세션에서는 이병훈 교수(중앙대)의 사회로 우리나라와 영국, 미국, 오세아니아, 일본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제적인 전력산업 구조개편(민영화, 자유화, 규제완화, 경쟁체제)에 대한 각국의 경험과 사례를 발표하고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했다.

먼저 휼라 다그데버런 영국 하트퍼드셔대학 교수는 ‘시장 기반 시스템과 전기부문에서의 용량문제’ 발표에서 영국의 전력 자유화 사례를 열거한 후 “전력은 복지, 산업발전에 필수적이고 탄소배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시장 인센티브에 근거한 시스템은 이에 효과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후, “미래에 합리적 가격으로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를 하고,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획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오카자키 일본 전력총련 사회·산업정책국장은 “일본 전력총련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은 전력구조개편이 아니라 원전 가동에 역점을 두고 있는 에너지 정책의 재편성”이라며 일본의 특수성을 강조한 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일본 국민들이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며, 정치인들이 개편과 관련 약속을 이행하고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또 고트 버트람 전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 교수는 ‘뉴질랜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배울 점’ 발표를 통해 “뉴질랜드 구조개편은 원래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이득을 위해 촉진됐으나, 실제로는 오직 정치적으로 권력이 있는 소비자 단체만 보호를 받았다”고 지적하고, “배전망회사들은 운영비용에서 큰 이익을 봤으나 소비자에게는 이 이익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버트람 박사는 이어 “시장은 용이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전력공급과 같은 이슈에서는 마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칼 우드 미국 공익사업 노동조합 간부는 한 때 한국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모델이 됐던 미국 전력산업 개편에 대해 “민간자본가들이 벌인 국제적 모욕”이라고 일갈하며, 구조개편 결과 고용률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재난 복구가 지연됐으며, 설비고장 발견과 정비가 어려워지는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은 ‘한국의 전력산업 현실’이라는 주제로 “한국 전력산업은 민간자본의 개입이 강화됐고, 실질적으로 민영화와 다름 없는 형태”라고 진단했다.

이어진 2부 세션에서는 배규식 박사(한국노동연구원)의 사회로 한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수급위기에 대해 안현효 교수(대구대학교)가 ‘구조개편 13년 후 한국의 전력산업: 회고와 반성’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고, 구조개편 찬·반의 입장을 표명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전력산업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정치권 모두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고, 13년간 진행된 구조개편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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