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전기요금 중 판매 비중 4%에 불과,
판매경쟁하면 관리비용만 늘어날 것”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전기요금 중 판매 비중 4%에 불과,
판매경쟁하면 관리비용만 늘어날 것”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0.08.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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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 잘 듣지 않는 한전에 경고한 셈
중요 정책 결정시 충분히 의견 수렴해야

 

7월 9일 KDI 연구보고서가 발표되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곳이 전국전력노동조합(한전 노조, 이하 전력노조)이다. 토론회에서 경주시민과 몸싸움까지 벌였던 전력노조는 연구보고서 발표 이후 여러 차례의 성명을 통해 이를 비판하고, 판매분할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전력노조는 우선 7월 9일 보고서가 알려지자마자 ‘매국적 한전분할, KDI를 해체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판매경쟁과 판매분리라는 시대착오적 연구내용을 즉각 폐기할 것”과 “지식경제부는 KDI 연구용역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인정하고 즉각 사죄할 것”을 요구했으며, 7월 14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KDI 보고서 결과대로 한전 분할경쟁 및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에는 지역별 요금격차 확대 등 전기요금 폭등, 공급불안을 초래할 뿐 아니라 지난 2004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으로 합의한 ‘배전분할 중단’의 약속을 뒤집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전력노조는 “정부의 정책 강행시 전면적인 파업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혀 총력투쟁에 나설 것을 분명히 하며 긴장을 더 해갔다.

그러나 7월 16일 최경환 지경부 장관의 ‘전력산업 현행 유지, 판매경쟁 현정부 내 추진불가’ 방침을 밝힌 후로는 그 분노의 강도는 현저히 약해져 있는 상태다.

7월 16일 본지와 전력전문기자단은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을 만나 KDI 연구결과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판매경쟁 현실적 불가능, 불씨 이어가려는 의도

“한마디로 혼란스럽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갑자기 현재 여건을 이유로 해서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고, 한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 발표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김주영 위원장은 인터뷰 당일 오전에 알려진 최경환 장관의 ‘판매경쟁 장기적 과제’ 발표에 대해 진의를 잘 모르겠다면서 “판매 경쟁이 현실적으로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쟁이라는 불씨를 이어가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전기요금 중 판매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합니다. 그걸 경쟁시키면 관리비용만 늘어날 뿐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연구자도 이번 연구에 대해 100% 자기 확신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는 과거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주역이었던 전력산업연구회의 주장을 짜깁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김주영 위원장의 분노는 대단했다. 특히 그는 연구용역의 시작이 통합과 관련된 것이었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국감과 상임위를 통해 전력산업 통합을 계속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그런 차원에서 용역을 시작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경부는 통합 관련 이야기들을 이번 용역을 통해 일거에 잠재우려는 것이었습니다. 또 말을 듣지 않는 한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도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결국 현상 유지라는 결론을 얻을 것이라면 이런 용역을 왜 했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전력산업을 국가 중요 산업이라고 말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결론을 내놓은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파업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력노조는 7월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이번 연구보고서 발표 와중에 전력·발전·한수원 노조 간에 다소의 의견 차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도 이를 일부 시인하면서도 “결국 가고자 하는 곳은 같다”라며 진화하려 했다.

“남북이 분단 상태가 오래돼 정체성이 달라진 것처럼 전력도 분할 상태가 10년째 되다보니 서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좀 더 많은 대화를 통해 마음을 열다보면 처음 함께 지향했던 목표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최 장관 발언 이후 그 강도는 조금 약해졌지만(전력노조와 발전노조는 7월 24일로 예정됐던 대규모 집회를 취소했다), 전력노조의 분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3대 전력계 노조 중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외부의 평가를 받아 온 전력노조의 총파업 강행 피력은 그래서 더욱 무게감이 실린다.

“우리는 책임있는 전력노동자의 자세를 갖고 있기에 파업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워낙 위중한 사안이므로 9월 파업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발전․송전․배전, 설계, 정비 등을 망라하는 종합전력회사로의 복귀를 요구합니다. 적어도 10년 전인 분할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이며, 이것이 될 때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전력노조의 투쟁이 어느 선까지 나갈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10년 동안 참아왔던 전력노동자들의 분노가 비등점에 가까이 왔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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