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구조개편 중단을 넘어
전력산업 수직 재통합이 정답”
“실패한 구조개편 중단을 넘어
전력산업 수직 재통합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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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12 11: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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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원자력·발전 부문, 한전으로의 통합 요구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세계의 전력산업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라는 광풍에 휩쓸렸다. 영국의 공공부문 개혁에서 시작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독점적 수직통합구조를 기능별로 분할, 발전부문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경쟁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었고, 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공기업 전력회사를 민영화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었다. 영국을 시작으로 호주와 캐나다의 일부, 뉴질랜드, 미국 등 주로 영·미권을 중심으로 구조개편은 마치 이것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다.

전력산업 자유화 심각한 실패작

하지만 불과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전력산업 자유화의 심각한 실패는 구조개편을 추진한 모든 지역에서 터져 나왔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캐나다의 온타리오, 뉴질랜드, 그리고 구조개편의 출발점인 영국 등 모든 곳에서 전력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무분별한 경쟁체제 도입이 전기요금 폭등과 이를 추진한 집권세력의 정치적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매우 심각한 문제임이 드러났다.

이들보다 늦게, IMF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이름으로, 또 전혀 구조개편을 추진할 만한 객관적인 이유도 없이 ‘남이 하니까 따라한다’는 식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구조개편은, 다행히 지난 2004년 배전분할 중단 이후 더 이상 추진되지 않음에 따라 이들과 같은 비극적인 결과를 맛보지 않고 있다.

배전분할 중단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노력이 컸던 것은 사실이었다. 노동조합과 전력산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노조가 과도한 밥그릇 지키기 때문에 전력산업 자유화를 반대했다고 아직도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는 배전분할 중단 이후 한전의 신용등급을 A2로 한 등급 올렸다. 그 이유는 배전분할이 중단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제거되었기 때문이었다. 전력산업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은 전력산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전력노동자들이야말로 이 산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전문가이고 또 사랑하는 애국자임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전력노조의 요구는 간단하다. ‘실패로 끝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단순히 중단한데서 멈추지 말고 전력산업을 재통합하라’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과거 한전이 수행하던 전력산업을 7개 조직으로 나누어서 과연 그 누가 어떤 혜택을 보았는가를 솔직히 되돌아보는 곳에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전력산업 근원적 경쟁력은 수직통합에 달려


우리나라에서 구조개편이 시작된 지 10년, 그리고 배전분할이 중단된지 6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또다시 우리는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 7월로 예정된 KDI의 구조개편 연구용역 발표와 이후 일련의 논의 과정 후 있을 정부의 정책결정은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찍게 된다.

전력산업의 근원적인 경쟁력은 수직통합 여부에 달려 있다. 전기의 물리적 특성 때문에 애당초 자유경쟁 논리가 맞지 않다는 것은 앞에 설명한 나라들의 실패에서 확인된다. 구조개편에 앞장선 영국의 전력산업 절반 이상은 외국계 기업 손에 넘어간 반면, 수직통합을 유지하는 프랑스의 공기업 EDF는 다른 어떤 나라의 전력회사보다 더 효율적이며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날로 격해져가는 국가 사이의 자원 전쟁에서 발전부문을 직접 가지지 않은 한전에게는 경쟁력의 한계가 있다. 또한 작년 말의 UAE 원전수주와 같이 날로 커져가는 국제 원자력시장에서 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원자력을 비롯한 발전부문이 한전으로 재통합 되어야 한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일정대로 구조개편이 진행됐다면 과연 원전수출이란 위대한 과업이 가능했을까? 전력산업이 수출전략산업으로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도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런 모든 쾌거는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현장에서 생명을 잃어가면서 노력하는 모든 전력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과일 것이 분명하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새로운 전환점에 선 이 시점에서, 우리는 모든 사고의 시작을 상식적인 선에서 시작해야 한다. 구조개편을 통해 과연 어떤 것을 얻으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으며 또 잃었냐는 것을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전력회사도, 전력업계도, 정부도 아닌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이에 대한 모든 정책결정의 초점 역시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생활과 국가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인가를 따져보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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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2010-08-24 22:43:58
한전과 일부발전자회사를 통합하고, 남은 발전자회사에 송배전 사업을 허가해서
경쟁체제로 가면됩니다.
한전은 수직계열화로 경쟁력을 가질수 있고, 국민들은 경쟁체제로 값싸고 서비스좋은
전기회사를 선택할수 있으니까요.
주장하시는 경쟁력이 누구를 위한 경쟁력인지는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그냥 한전을 위한 독점경쟁력입니다. 국내에서 경쟁해야 해외로 나갈수 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의 해외 진출은 일장춘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