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들의 역사 외 2권
숨 쉬는 것들의 역사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6.03.10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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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것들의 역사

이지유 지음 / 창비 / 1만2,000원

지구에 나타난 첫 생명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단세포는 어떻게 복잡한 동식물이 됐을까?

생물의 탄생과 진화과정을 친절하게 짚어주는 과학 교양서 ‘숨 쉬는 것들의 역사’가 창비 청소년문고에서 출간됐다.

별똥별 아줌마 시리즈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과학 교양서로 이름을 알려온 작가 이지유는 유기물부터 사람까지 35억여 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한 지구 생물계를 한눈에 조망한다.

신간 숨 쉬는 것들의 역사는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유기물의 생성 ▲다세포 동물의 출현 ▲눈을 뜬 동물 ▲꽃을 피운 식물 ▲육지로 올라선 척추동물 등 생물계에 일어난 주요 사건을 풍부한 사진 및 일러스트와 함께 알기 쉽게 정리했다.

또한 생물이 처음 출현한 곳으로 주목받는 호주 사막 여행기를 통해 고생물학자들이 고군분투하는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일상 가까이에서 접한 동·식물의 관찰기도 함께 담아내며 과학이 우리 곁에 있는 친숙한 학문임을 일깨워 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들의 분투기는 저자 특유의 쉬운 서술과 비유 덕에 한 편의 영화처럼 흥미롭게 그려진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스르자 포포비치 지음 / 문학동네 / 1만5,000원

1960년 4.19혁명, 1979년 부마항쟁,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은 대통령 직선제로 이어졌고 더 나은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우리 스스로 담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서 광장은 크고 작은 정치적 승리를 상징하는 공간이었고, ‘우리가 이뤄냈다’는 민주화 세대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약 30년이 흐른 지금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한일 위안부 협상 반대를 기치로 한 일련의 가두시위와 집회는 더 이상 승리와 환호가 아닌 시민의 힘의 무력함과 열패감,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자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한국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폭력으로 물든 시위 현장’, ‘차벽과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불법 집회 시위자 검거’ 등의 진부한 수사로만 묘사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한 크고 작은 승리가 한 사회의 자부심을 이루는 것이라면 반면에 ‘이길 수 없는’ 싸움에는 아무도 함께하려 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적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시위에 참가한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행동처럼 여겨진다. 불의와 부조리를 시민의 적극적 정치 참여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들이 그저 패배주의적 냉소로 이어지는 이유다.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1만3,500원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20세기 말 콜롬비아는 전 세계 마약의 80%를 거래하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마약밀매와 축재를 위해 납치·살인·테러 등 온갖 끔찍한 만행을 무차별적으로 저지르던 폭력의 시대였다.

대통령 후보들이 줄줄이 살해되고 여객기와 건물이 폭파되던 시대, 언제 어느 곳에서 폭탄이 터질지 모르던 시대, 와야 할 사람이 오지 않으면 다들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든 눈 깜박할 사이에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시대에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이 소설에는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 공동체의 비극과 맞물려 추락해가는 개인의 삶과 사랑이 애절하게 그려져 있다.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남자의 죽음과 그 남자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또 다른 남자의 삶을 통해 작가는 콜롬비아 현대사의 짙은 그늘과 그 그늘을 피해갈 수 없는 개인의 운명을 긴장감 있게 담아냈다.

“이 이야기가 동화에서처럼 이미 과거에 일어났지만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명징하게 인식하면서 얘기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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