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 발생! 모든 ‘벽’들이 사라졌다!
긴급 상황 발생! 모든 ‘벽’들이 사라졌다!
  • 송지예
  • 승인 2007.12.10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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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있는 공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여담이지만 기자는 소싯적 모 뮤지컬 공연 서포터즈로 활동을 하면서 동숭아트센터를 자주 드나들며 공연장 관리 등의 일들을 거들었던 적이 있다. 그 뮤지컬을 서너 번 정도 반복해서 관람하는 동안, 그 당시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었던 조정석이란 배우의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몸짓과 우리나라 대표 급 뮤지컬 배우라 불리는 김성기의 노련미 넘치는 연기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로부터 약 이년이 흐른 지금, 비록 그때와 같은 뮤지컬은 아니지만 같은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두 배우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공연을 보기 전부터 감회가 새로웠다.

개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공연계에서도 여러모로 뜻 깊은 공연으로 남으리라 예견되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프랑스의 국민 작가이자 20세기 최고의 단편소설가인 마르셀 에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을 재치 있는 문체로 풀어나간 원작은 즐거운 스토리 속에 인간 본연의 가치를 건드리는 문제의식이 적절히 녹아들어있어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뮤지컬은 영화 <쉘브르의 우산>등 금세기 최고의 음악가로 알려진 미셸 르그랑이 음악을 담당, 몰리에르 상 최우수 뮤지컬 상과 최우수 연출 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그 후 2003년에는 토니상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재미로 보나, 완성도로 보나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 없이 만족감을 가득 채워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속으로 들어가 보자.

듀티율에게 일어난 최고의 기적, 무대 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을까

1940년대 프랑스 몽마르트의 어느 우체국 민원 처리과에는 맡은 바 열심히 일하는 소박한 독신남 듀티율이 살고 있다. 우표수집과 장미의 물주기가 유일한 취미인 그는 다섯 시가 되면 언제나처럼 퇴근해서 집으로 향했지만 바로 그날,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세상의 모든 벽이 없어진 듯 벽과 벽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벽을 뚫는 도적 ‘벽.뚫.남’이 된 그는 신문지상을 놀라게 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사랑하는 여자 ‘이사벨’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좀 더 유명해지려고 한다. 유령처럼 아무 벽이나 쉽게 통과하면서 어디든지 들어가거나 나올 수 있는 능력.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았을 법한 기발한 상상이 아닌가.

마치 대형 입체 동화책을 펼쳐 논 듯 무대 위에서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이 아기자기하게 세워져 있다. 암전이나, 특수한 장치, 경우에 따라서는 보이지 않는 보조 배우들의 도움으로 벽 사이를 통과하는 장면을 위트 넘치게 표현한 연출력은 극의 재미를 제대로 살린다. 혹시 그런 장면에서 어색하지는 않을까하는 노파심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특히 벽들을 뚫고 얼굴을 들이밀어서 우체국 소장을 골려주는 장면은 꽤 통쾌한 웃음을 자아냈다.

입이 벌어질 만큼 유쾌한 베테랑급 배우들의 맛깔 나는 일인 다역

주인공인 듀티율 역할을 맡은 남경주와 고영빈 그리고 듀티율이 사랑하는 여자인 이사벨 역할을 맡은 해이와 정명은의 연기도 연기지만 사실 이 뮤지컬의 매력은 이미 공연계에서 알아주는 베테랑급 배우들의 일인 다역에서 제대로 빛을 발한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어눌한 듯 정확한 발음으로 매력적인 코미디 연기의 대가라 인정받는 김성기의 알코올 중독 의사, 재판관, 경찰관 역할과 9,10,11회 연속으로 여우조연상과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김영주의 야채장사, 사람냄새 나는 매춘부 여자 역할도 압권이다.

특히 듀티율의 능력이 동네에 퍼지는 과정에서 신문팔이 역의 조정석, 화가 역의 강연종, 앞서 말한 김영주의 4중창과 네 명의 공무원이 부르는 4중창은 상황의 자연스러운 분위기 연출 면에서 큰 활약을 했다. 신나게 흐르는 화음에 맞춰서 밝은 표정으로 화합하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눈여겨보아야 할 키포인트 하나! 바로 연약하고 지고지순한 이사벨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역할로 1인 2역을 한다는 점이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으니 눈을 크게, 두 귀를 완전히 열어 찾아보는 것도 <벽을 뚫는 남자> 관람의 쏠쏠한 재미가 될 듯.

발랄한 상상의 재미와 진한 감동, <벽을 뚫는 남자> Comes Back!

하지만 50여곡의 흥겹고 색채감 있는 넘버(음악)와 급류처럼 흐르는 스토리 진행 이면에는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도 그 무엇 하나 벽이 없는 곳이 없어 사람들은 구속되어 있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하지만 어느 샌가 그 테두리 안에 있어야만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2시간 여 동안 실컷 웃거나 감동을 받는 사이, 우리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몽마르트 덕의 사랑예찬’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시종일관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가슴 찡한 정서적 공감으로 2007년 겨울을 따뜻함으로 채워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그 유쾌한 감동이 당신의 마음속으로 멋지게 통과할 것이다.

공연장: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시간: 평일 8시 / 토요일 4시, 8시 / 일·공휴일 3시, 7시 (월, 12.26, 1.1 공연 없음)
      12월만 수 3시,8시 / 12.24, 12.31 3시,7시 / 12.25 3시
티켓가격: 평일가  R 60,000원 / S 50,000원 / A 30,000원
   주말가  R 65,000원 / S 55,000원 / A 35,000원 (금,토 12/24, 12/25, 12/31)
문의: 쇼노트(Tel: 02-3485-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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