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든 전력판매시장 개방… 어떻게 추진되나
다시 고개든 전력판매시장 개방… 어떻게 추진되나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01.2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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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에너지시장 진입규제 푼다
개인·전기차·ESS 등 전력판매 허용키로
전기사업법 개정작업 올해 순차적 완료

▲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체계도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정부가 에너지 분야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해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극히 일부분에 한정된 전력판매 허용이지만 지금까지 한전이 독점하던 전력판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점에서 전력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18일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에너지 분야 진입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신산업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등 소규모 분산자원(프로슈머)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전력시장이나 전기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재판매도 허용할 방침이다.

또 대규모 ESS가 보유한 전력을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분산자원 중개시장을 개설해 소규모 분산자원이 전력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산업계와 함께 ‘에너지신산업 규제개선협의체’를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신설해 규제개선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등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총력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의 이번 에너지시장 규제 완화 발표와 관련해 전국전력노동조합은 긴급 성명서를 내고 전력판매시장 개방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간기업의 전력판매시장 진입은 전기요금 폭등과 대규모 정전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분야 규제 완화 왜 필요하나
정부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 산업은 성장과 정체의 ‘변곡점’에 놓여 있다. 성장궤도의 진입 여부에 따라 산업환경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융복합을 통한 신산업 선점으로 신시장과 일자리를 조기에 창출했는데 이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모험자본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도 에너지신산업, 제조업혁신 3.0 등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환경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규제 완화와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해 전반적인 성장동력 창출이 지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력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사업재편 지연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민간의 창의성을 뒷받침하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정부지원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동시에 후발국의 추격을 근본적으로 따돌릴 수 있는 기술 융복합과 신속한 사업재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민간주도형 지원체계 구축
정부는 과감한 규제 개선과 정부차원의 지원 역량을 집중해 기존 정부주도에서 벗어난 민간주도의 산업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전국 27개 지역전략산업과 관련해 선별적으로 규제를 풀 예정이다. 규제 개선을 통해 융합신제품에 대한 신속한 인증과 표준 정립도 함께 추진한다. 이와 함께 신성장동력 분야 R&D는 물론 금융·세제·입지·인력 등 총체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민간주도의 산업화 전략으로 신산업 창출과 주력산업 고도화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인 생산전력 직접 판매 허용
정부의 이번 규제 개선 발표가 현실화되면 전력산업 분야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사실상 민간이 전력판매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력판매=한전’이란 공식이 깨지는 원년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소규모 분산형 전원을 보유한 프로슈머가 생산한 전력을 일정한 구역 내에서 이웃에게 판매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정 구역은 동일한 배전망을 사용하는 아파트, 타운, 법령 지정 일정구역 등을 의미한다. 현재 프로슈머가 생산한 전력은 한전 또는 전력거래소에만 판매되고 있다.

분산형 전원의 이웃 간 전력판매가 허용될 경우 정부는 풍력·태양광 등 소규모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와 프로슈머의 전력판매 비즈니스 활성화, 소비자 전기요금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중으로 프로슈머가 발전과 판매를 겸업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 전까지는 한전이 전기요금 부과를 통해 전력거래를 매개할 수 있도록 소규모 전력거래 지침 개정을 올해 상반기 안에 추진키로 했다.

▲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 규제 완화 내용

전기차 충전사업자 전력 재판매 허용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의 전력 재판매도 허용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판매사업자로서의 전기차 충전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존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진입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 전기사업법 해석상 전기차 유료 충전사업은 전기판매사업에 해당되나 제도적 근거가 미흡해 진입절차가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기차 충전사업자의 전력구매 방법도 다양화한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전기사업법상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한전과 구역전기사업자만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전기사업법에 따른 전기차 충전사업자의 경우 한전뿐만 아니라 전력거래소에서도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충전사업자는 상황에 맞게 전력을 구매, 전력 구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분산자원 거래시장 2017년 개설
대규모 ESS에 저장된 전력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현재는 1MW 이하 ESS에 저장된 전력만 한전에 판매할 수 있다.

정부는 대규모 ESS가 보유한 전력을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규모 ESS의 전력시장 판매가 허용되면 공장·빌딩·상가 등에서 활용되는 대형 ESS 보급이 확대되고, ESS를 발전소로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분산자원만 모아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는 분산자원 중개시장이 2017년 개설될 예정이다.

분산자원 중개시장이란 생산된 전기를 누구나 쉽게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소규모 분산자원만 모아놓은 일종의 집합시장이다. 각각의 소규모 분산자원을 모집해 MW 규모로 만들어 전력시장에 내다 파는 개념이다. 결국 소규모 발전사업자와 전력시장을 연결해 줄 새로운 유형의 중개사업자가 필요하다.

정부는 풍력·태양광·미니발전기 등 소규모 분산자원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규모의 제약을 비롯한 정보 부재, 협상력 제한 등으로 이 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시장에 직접 판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1MW 이하 소규모 분산자원은 현재 요금상계와 한전구매계약(PPA)제도를 통해 전력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소규모 분산자원 형태로 전기를 생산하는 소비자는 요금상계를 활용해 누진제 단계 경감으로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한전과 PPA를 체결할 경우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요금상계 방식은 상계에 충당하고도 전력이 남을 경우 남는 전력을 한전이나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없는 구조다. PPA의 경우도 정보탐색 및 계약을 위한 행정비용과 낮은 판매수익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우선 올해 하반기까지 태양광 등 소규모 분산자원이 집중 분포된 지역에서 ‘분산자원 중개시장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했다. 또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분산자원 중개시장과 중개사업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분산자원 중개 비즈니스 창출과 신재생에너지 확산, 전력판매시장 경쟁 확대, 소비자 누진제 부담 경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분산자원 중개시장 사례

전력공기업, 신재생에너지에 1조5,000억원 투자
규제 완화와 더불어 정부는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도 나선다.

2017년까지 전기품질 유지를 위한 송·배전용 ESS 구매를 확대(3,800억원)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태양광 발전설비에 ESS 부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ESS를 비상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내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국가별 시장·전력현황을 고려한 맞춤형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투자 확대와 관련 부품·기자재 업체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진출 촉진도 모색한다.

우선 하천부지·수상·발전소 유휴부지 내 입지 허용을 통해 태양광설비 설치 가능지역을 확대하고, 한전을 비롯한 전력공기업이 신재생에너지 보급·기술개발에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토록 해 RPS 이행 목표를 4.2%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 에너지공기업과 태양광 중소기업의 공동 해외진출을 촉진하고, 클린에너지 관련 소재·부품 R&D에 올해 1,8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전력 소비패턴 등의 빅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는 ‘전력 빅데이터센터’를 올해 하반기 중으로 개설해 신산업 비즈니스도 창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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