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볼만한 책
12월의 볼만한 책
  • 송지예
  • 승인 2007.12.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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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통신

4,50대라는 중년의 시기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작은 성공을 거두었을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기?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시기? 경쟁에서 밀려나 소외와 불안을 느끼는 시기? 오십 년대 생 친구를 가진 ‘짜라’ 김광선은 평범한 대한민국 50대 남성이다. 특별한 것이라면 해군 특교대였던 군 생활과 ‘대한민국 디자인 벤처 1호’로 사업을 했다는 사실이지만 해군은 전역한 지 오래고, 사업은 IMF사태의 물난리에 떠내려가 버렸다.

사업 실패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저자는 바로 ‘편지’ 덕분에 새로운 의미를 되찾았다. 힘든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가족,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이메일에 실어 친지에게 보냈고, 몇 년이 지나자 차곡차곡 쌓인 인터넷 편지는 디지털의 이메일이 아닌 아날로그의 책으로 출간됐다.

카툰에세이 <짜라통신>은 나빴거나 나빠지고 있는 현재를 직시하며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희망의 메시지’다. 그래서 이 책은 인생의 과도기에 진입한 4,50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띄워 보내고 있으며 성공보다는 자신만의 가치와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사랑, 가족, 친구, 일 등의 문제들 앞에서 좌절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멋진 인생’, ‘멋진 중년’을 설계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이여, 축 쳐져 있던 두 어깨를 당당히 펴고 힘찬 보폭으로 미래를 향해 걸어라. ‘짜라’가 당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말들을 귀담아 넉넉함과 웃음, 자신감을 되찾고 ‘자기 삶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라!

지은이: 글/짜라, 그림/ 윤덕진
출판사: 순정 아이북스
쪽  수: 240쪽
가  격: 10,000원

 

즐거운 나의 집

한 해 이혼하는 부부는 12만~16만 쌍, 이혼자 10쌍 중 6쌍은 아이가 있는 가정, 이혼 가정 아이들은 2006년에도 12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족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자신의 존재를 또렷이 새긴 작가 공지영의 신작 <즐거운 나의 집>은 작가 자신의 가족사를 더듬어 가족해체시대에서 보여주는 가족의 의미를 그리고 있다.

시대와의 공감을 바탕으로 흡입력 있는 서사를 구축, 대중과 성공적으로 교감하는 작가의 매력은 이번에도 여실히 빛을 발한다. 소설은 열여덟 살 주인공 위녕이, 고3이 되기 전 십대의 마지막을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함께 보내겠다며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버지와 새엄마의 집을 떠나 B시로 거처를 옮기면서 시작된다. 그 후 여섯 번의 계절이 변하는 동안 새로운 가족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존재와 동생, 아빠의 죽음을 맞기도 한다.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또래 친구를 통해 평범한 가정이라는 환상을 깨기도 한다.

소설은 이러한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 주인공 위녕이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가족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실적인 대목은 이혼 가정과 이혼 자녀를 바라보는 사회의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이다. 그러나 상처는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독특한 위트와 유머로 바뀌어 소설 곳곳에서 시트콤처럼 전개된다.

이제는 평범한 가정이라는 기준이 모호한 시대이다. 보편적인 가족 소설과 성장 소설의 울타리를 넘어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깔로 독자들의 가슴에 독특한 무늬를 아로새길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서 공지영 문학의 힘을 확인해보자.

지은이: 공지영
출판사: 푸른숲
쪽  수: 344쪽
가  격: 9,800원


커피 기행

숨 가쁘기만 한 아침 출근길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되찾아주는 커피 한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마시는 식사 후의 커피 한잔. 국내에서 커피가 소개된 지 백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평균 1인당 250잔 이상 마시는 친근한 음료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일 년에 6천 억 잔 이상 소비되는 커피는 국제 무역시장에서 원유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량이 많다. 산업의 동력이 석유가 기본이라면 일상의 윤활유는 바로 커피인 셈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커피기념일을 제정하고 최초로 인스턴트를 개발했으며 커피콩을 가공해 가장 비싼 가격에 수출한다. 그러나 세계 11위의 커피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선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커피를 생업으로 살아온 박종만 커피박물관 관장은 이 땅에 커피나무를 재배하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커피 흔적을 되짚어 아름다운 커피 문화를 알리고자 ‘커피 로드’를 기록한 책, <커피기행>을 출간했다. 고급 원두커피의 산지인 케냐, 탄자니아, 에디오피아를 거쳐 커피의 재배 환경 및 재배된 커피가 정부에 의해 어떻게 등급별로 관리되고 수출되는지에 대한 기록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일본 UCC 커피의 우에시마 사장을 우연히 만난 에피소드나 유럽의 열강들이 커피 재배가 가능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에 식민지를 확보하면서 커피의 주요 생산지가 바뀌게 된 사연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 마시는 커피의 첫 잔은 우리가 평범하게 느끼던 부드러운 맛과 향 그 이상의 특별한 깊이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커피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짙으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라는 터키 속담처럼 말이다.

지은이: 박종만
출판사: 효형출판
쪽  수: 224쪽
가  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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