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에 대한 시비(是非)
간통죄에 대한 시비(是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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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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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법무법인 청솔 최정식 대표변호사

최근 서울 북부지방법원이 간통죄 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헌법의 행복추구권에 위반된다는 사유로 위헌제청신청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간통죄의 존폐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시비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2000년에 헌법재판소는 간통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하면서도,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문제에 법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나아가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고 또 가정이나 여성 보호를 위한 실효성이 의문이라면서 간통죄 폐지를 입법부에 권고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간통에 대한 응징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이나 모세의 십계명에도 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제정된 ‘아둘테리움에 관한 법’에서는 간통뿐만 아니라 음란행위·근친상간 등을 포함한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는 경우에 남편은 불문에 부치면서, 성행위를 한 아내와 그 상간자만을 중벌에 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부장의 권리를 보호하고 남자보다 여자를 옥죄기 위해 간통죄가 출현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오늘날 간통죄가 여성의 보호장치로서 인식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200여년 전까지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아내의 간통을 처벌하면서도 남편은 첩을 집에 데리고 와서 사는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으나 근대 국가에 이르러서는 남녀 쌍벌(雙罰)을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20세기에 여성의 권익이 신장되고 개방적 성문화가 확산되면서 노르웨이가 1927년 간통죄를 처음 폐지하기 시작해 그 후 스웨덴(37년)·일본(47년)·서독(69년) 등도 간통죄를 폐지했다. 또 미국의 다수의 주(州)가 간통죄를 폐지했으며 일부 나머지 주에서도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상태라고 한다. 유독 중동과 이슬람권에서만 아직도 간통한 여인을 명예살인을 하는 등 간통죄가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부부간의 성적성실의무를 수호하고, 또한 혼인순결의 의무가 남녀의 성적결정권보다 앞서기 때문에 국가가 법률로써 제재할 수 있다고 보는 간통죄 유지론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에 국가의 공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폐지론이 서로 맞서고 있다.
 
즉 간통죄를 여성의 보호장치라고 믿는 여성단체들은 간통죄가 존속돼야 이혼할 때 여성에게 더 많은 재산을 확보시켜주고 남자들에게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 줌으로써 가정파탄을 막는 보루가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폐지론자들은 배우자에 대한 애정, 신뢰 및 책임감은 개인이 결정할 문제일 뿐이고 공권력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또 간통현장을 목격하면 증오와 복수심을 일으키고 자녀들에게도 상처를 주므로 가족관계를 파괴시키며 단지 위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협박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최근의 간통죄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필자는 논리적인 타당성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음을 느낀다. 분명히 헌법상 행복추구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성에 대한 결정은 타인이 아닌 자기 기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고 명쾌하다. 그런데 과연 부부는 배우자와 상관없이 성적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만일 결혼을 단순한 계약으로만 본다면 오직 계약의 내용에 의해서 권리와 의무가 정해질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단순한 계약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에 배우자와 상관없이 혼자서 성적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따라서 간통죄의 존폐는 사회적인 합의와 공감대를 기준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간통죄가 존속함으로써 얻어지는 가치가, 폐지함으로써 생기는 가치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필자는 느낀다. 가정의 해체와 이혼을 권유하는 사회로 진입하는 현실을 보면서 설사 한시적이더라도 간통죄를 존속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와 가정의 보호막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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