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톡톡] 新한미 원자력협정 발효… 원전 수출 길 넓혔다
[전력톡톡] 新한미 원자력협정 발효… 원전 수출 길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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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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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저널 Electric Power 고인석 회장>

지난달 25일 42년 만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이 발효됐다. 세계 5위 원전 사용국이자 수출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 발효를 계기로 핵주권 확보의 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사항이 미국의 통제아래 이뤄졌다면 새 협정이 발효되면서 우리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다.

1973년부터 우리나라의 원자력 이용·관리 등을 제한해온 기존 원자력협정을 대체할 한미 간의 신 협정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전연료 공급·원전수출 증진 등을 주요 골자로 본문 21개 조항과 2개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의 강화된 원자력 역량에 걸맞은 실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선도적 역할을 확인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개인적으로는 새 협정 발효로 원전 수출 문턱이 훨씬 낮아져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생산된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부품 등을 우리가 제3국에 이전하려면 그때마다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원전 특성상 가뜩이나 계약절차가 까다로운데 미국의 동의까지 받아야 해 수주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원전을 수출할 때 매번 미국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수출 상대국이 한미 양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국가일 경우 처음 한차례만 포괄적 동의를 받으면 된다. 그만큼 신속한 처리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제3세대 원전모델인 APR1400이 적용된 신고리 3호기가 최근 운영허가 승인을 받고 시운전에 들어갈 채비를 갖춰 원전 수출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 협정은 양국 합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전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길이 열린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시험·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했다. 핵연료를 농축·재처리할 수 없도록 한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현재 실험단계 수준인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 재처리)’ 기술개발도 앞부분 공정은 미국의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후핵연료를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상황에 해답을 줄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기술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사용후핵연료의 평화적인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재처리 방식(습식)과 달리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워 미국이 우려하는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사전에 불식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 新한미 원자력협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실질적 내용이 빠졌다는 점을 들어 반쪽짜리 개정이라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체결한 원자력협정 가운데 최초로 차관급 상설협의체인 고위급위원회가 신설될 만큼 우리나라의 원자력 분야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새로 발효된 원자력협정을 계기로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힘을 모아 세계 최대 원전 강국으로 부상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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