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의 클린 파워로 녹색의 그라운드를 달리는 멋진 남자들
원자력의 클린 파워로 녹색의 그라운드를 달리는 멋진 남자들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11.19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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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동호회]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1년 동안 애타게 기다려왔던 야구인의 가을잔치인 ‘한국시리즈’도 SK 와이번즈의 첫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사이언스 리그’가 바로 그것이다.

비록 프로야구처럼 수많은 관중의 응원과 화려한 조명은 없는 직장인 야구리그지만 그들만의 힘찬 함성으로 녹색의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는, 아마추어 야구동호인들의 열정이 넘치는 현장이다. 그 현장에 야구가 좋아, 야구에 미친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 회원들이 있다.

▲ 이날 경기에 참가한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를 승리한 뒤라 회원들 모두의 표정이 환하다.
10월 13일,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회장 김창국) 취재를 위해 사이언스리그 경기가 열리는 대전 LG화학연구원 내 야구장을 찾았다. 이날은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와 전자통신연구원과의 인터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날씨와 일정 취소 등으로 몇 차례 연기된 끝에 이뤄지는 취재인 데다 야구 경기를 직접 보는 것이 오랜 만이라 기대감이 생겨난다.

제법 쌀쌀한 기운이 묻어나는 10월의 아침 날씨 속에서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 회원들은 일찌감치 야구장을 찾아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훈련을 하고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홍보팀의 이종무 차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평소와는 달리 유니폼을 입는 모습이 처음이라 조금은 낯설고 새롭게 다가온다. 이 차장은 이날 경기에서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사이언스 리그 A조에 속한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이날 경기 전까지 A조 리그에서 6승 2패, B조 상위 4개 팀과 겨루는 인터리그에서 1승 2패 등 7승 4패의 성적으로 이날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6강 플레이오프에 이미 진출한 상태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6강 플레이오프 상대가 결정되고 또한 회원들의 사기를 위해 이날 경기에서 꼭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췄다.

사이언스리그는 아마추어 직장인 대회라 7회, 2시간 규정으로 시합이 진행된다. 또 일방적인 경기 결과를 막고자 하는 취지에서 선수출신은 2이닝만 투구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이날 경기에서 선취점을 올리며 줄곧 리드를 잡은 끝에 9-6의 스코어로 승리해 산뜻한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6강 플레이오프에 임하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선수출신인 염동중 회원은 5-4 박빙의 상황에서 투런 홈런을 기록하고 6회부터 철벽 마무리로 팀이 승리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올해부터 야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창국 회장은 “요즘은 야구회의 성적도 좋고 신나게 활동하고 있다”며 “야구회 활동을 통해 건강과 친목도모는 물론 다양한 부서의 많은 사람들을 알게 돼 부서 이동시 업무협조도 원활히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어 무척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를 즐기다 보면 생활도 덩달아 즐거워진다”고 야구회 활동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한편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현재 염동중(탐라대), 오택근(원광대) 등 2명의 선수출신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존 회원들과 이들 선수출신 회원들의 활약이 더해져 2005년부터 사이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들 선수출신 회원들은 평소에는 팀의 코치 역할을 하면서 팀의 기량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시합에서는 팀의 주축으로 결정적 순간에 한 방과 철벽 마무리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이 두 사람은 대전 한밭중학교 시절, 함께 선수로 활동한 친구사이라 시합에서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고.

2006년 사이언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하기도 한 염동중 회원은 “직장에서의 야구회 활동을 통해 못 다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대학졸업 당시에는 야구를 못하게 돼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 그는 “애인이 생기면 같이 야구장을 찾아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야구선수로 못다 펼친 꿈을 한전원자력연료의 직원으로서 새롭게 그리고 있는 그들에게 야구회 활동은 새로운 꿈을 찾는 과정의 에너지가 되고 있는 듯하다.

▲ 득점을 올리고 들어오는 선수를 회원들이 하이파이브로 맞아주고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임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야구에 미친 사람들에 의해서 1991년에 7월 창단됐다. 현재 김창국  팀장(생산관리처 설비기술팀)이 회장을, 임문택 과장(세라믹처)이 감독을 맡고 있으며 52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중 23명 정도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15명 정도는 베스트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입사 후 야구회에 가입해 야구를 접하게 된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그저 운동을 좋아하고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초장기, 난생 처음 유니폼을 맞춰 입고 운동장이 없어 변변한 연습도 하지 못한 채 외부대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현실로 돌아왔다. 계속되는 콜드게임의 수모를 당했다. 단 한명의 선수출신도 없고, 야구의 기본기를 제대로 가르쳐 줄 코치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시합에서의 승리는 잡히지 않는, 꿈같은 희망일 뿐이었다.

그렇게 창단 1년 이상을 보냈다. 하지만 회원들 누구도 결과에 실망하거나, 기죽지는 않았다. 경기 결과 보다는 야구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원들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기는 것에 앞서 콜드게임은 면하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회원들의 자신감도 커져 갔고 목표는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마지막 이닝까지 경기를 마친 것이다. 그리고 이후 감격의 첫 승도 어렵게 이뤄냈다.

“첫 승을 거두던 날 회원들 모두가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렀을 것”이라며 당시 창단 멤버였던 김창국 회장은 회고했다.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창단 이후 처음 몇 년 간은 대전시장기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선수 수급이 늘 고민거리였다. 경기가 일요일에 열리다 보니 어떤 날은 출전선수 9명 채우기도 힘들어 기권패를 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가 토요일에 열리는 사이언스리그로 변경해 참가하기 시작했고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요즘에는 주5일제 근무를 하지만 당시만 해도 토요일은 일과가 끝난 후 경기가 시작되고 구장이 회사 근처에 있는 관계로 많은 회원이 참석해 오히려 어떤 선수를 기용할 지가 행복한 고민거리였다고 한다.

물론 사이언스리그에서도 초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다치기 않고, 좋아하는 운동을 즐겼고, 그 사이 젊고 실력 있는 회원들이 많이 생겨 야구회의 앞날을 밝게 했다.

▲ 마무리 투수로 나선 염동중 회원이 역투하고 있는 모습.
올해 사이언스리그 4강 진출,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 거둬

2004년,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10년 이상 입었던 유니폼을 교체하고 그저 꿈으로만 여겼던 야구선수 출신의 회원을 맞이함으로써 천군만마를 얻게 된 것이다.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선수 출신인 코치의 지도 아래 기본기부터 다지기 시작하다. 회원들의 기합소리가 커지고 경기를 치러 가면서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서서히 약체에서 다크호스팀로 지목 받게 된다.

아울러 경기에서의 거듭되는 승리는 회원들을 야구할 맛이 나는, 그야말로 새로운 야구사랑에 빠지게 하고 스스로 실력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10년 이상 쌓아온 기본기와 회원들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드디어 2005년, 사이언스리그 참가 이후 처음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본다. 그리고 지난 2006년에도 연이어 조 2위로 당당히 6강에 진출, 다른 팀의 경계대상이 되기에까지 이르렀다.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올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3위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현재 조 2위의 성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 전자통신연구원을 누르고 4강에 진출함으로써 야구회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게 됐다.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는 20~50대까지 나이와는 상관없이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동호회라 늘 정이 넘치고 열정이 가득하다. 근무시간에는 회사 일에 최선을 다 하고 또 경기장에서는 항상 매너 있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 회원들, 그들에게서 진정한 ‘야구사랑’이 느껴진다.

한 때는 지는 게 창피해서 혼자서 경기장을 찾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족에게, 또 동료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회원들의 자신감, 그것이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의 진짜 매력이자 힘이 아닌가 싶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모두가 즐거움을 느끼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동료사랑, 야구사랑, 회사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한전원자력연료 야구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내년 그들이 보여줄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 본다.

▲ 오택근 선수가 타석에서 매섭게 공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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