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믿고 있는 ‘논리 정연한 경제학’, 나는 이에 반대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논리 정연한 경제학’, 나는 이에 반대한다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11.19 2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책 지금 읽어라] <나쁜 사마리아인들>

완전 경쟁 시장을 생각해 보자. 한계 비용이니 한계 수익이니 균형이니 하는 것은 따질 필요가 없다. 완전 경쟁 시장에서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에 따라 그 결과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이론적 진리. 때문에 우리는 완전 경쟁 시장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무역은 또 어떤가. 리카도가 비교 우위 이론을 발표한 이래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제품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자유로운 무역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보다 다양한 상품을 보다 많이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또한 투자에 대해서도,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공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성적으로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경제학적 논리는 우리를 경제학의 ‘계량화’, ‘논리화’의 신봉자가 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론 대신 현실을! 모델 대신 사실을!

우리가 아는 경제학의 세계는 이렇듯 잘 정돈돼 있다. 하지만 장하준이 보여 주는 경제학의 세계는 전혀 다르다. 그곳에서는 이론 대신에 현실이, 모델 대신에 갖가지 사실들이 계량화된 수학적 세계 대신에 모순과 아이러니로 점철된 역사적 세계가 펼쳐진다.

그래서 혹자들은 장하준이 제시하는 경제학의 세계가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가 펼쳐내는 패러다임은 과연 어떤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기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자유무역부터 짚어보자. 작자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서 자유 무역이란 브라질 축구 국가 대표 팀과 열 살짜리 동네 꼬마 축구팀과의 경기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지식수준이 다르고, 기술 수준이 다르고, 자본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 비교 우위 이론에 편입한 자유 무역이란 단지 ‘자신의 현재 기술 수준을 그대로 감수하는 한에서’만 옳은 이론일 뿐인 것이다. 세계의 어떤 국가가 자신의 나라가 좀 더 부국이 되기 위한 기술개발을 오로지 ‘비교 우위’의 입장에서만 고려하겠는가.  

또한 지적재산권은 어떠한가. 흔히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는 발명과 발견을 촉진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선진국이 자국의 산업과 기술을 보호할 목적으로 입안된 것이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 즉 특허권제도이다. 게다가 현행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는 인류의 진보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타카로틴(21세기 초까지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118개 국가, 1억24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시달리는 비타민A 결핍증을 해결할 수 있는)을 함유한 ‘황금쌀’을 만들 수 있는 유전공학 기술의 개발자들이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데 필요한 관련 특허 70여 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기술을 다국적 기업에 판 것을 보면 그렇다. 특허 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있는 현대사회에서는 거대 자본이 아니면 특허의 실용화조차 불가능해진 것이다.

본말의 전도인가, 사실의 왜곡인가

이처럼 그간 우리가 맹신하고 있던 현행 ‘경제학’은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를 좀 더 효율적이고 당위성 있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으로써 존재하기도 한다. 경제학이야 말로 ‘빈익빈, 부익부’의 모순적인 논리로 점증된 마당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책이 우리가 잘 모르는 이런 허울 좋은 경제학에 반기를 든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장하준 교수가 처음으로 일반인들을 염두에 두고 쓴 경제서인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 책은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생생하고, 풍부하며, 명료하다. 세계적인 학자 노엄 촘스키는 이 무시무시한 책은 ‘현실로서의 경제학’ 으로 명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십자포화처럼 쏘아대는 풍부한 사례, 야유에 가까운 위트, 그리고 매력적인 문체”라는 서평은 그냥 홍보성 멘트가 아닌 것이다.

서점에 가보면 경제에 대한 상식을 다룬 책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알아야 할 ‘이면의 진실’을 다룬 경제서적을 찾기는 힘들다. 조금 더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비판해야 할 부분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도 할 수 있는 경제인이 되기 위해서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은 바로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임에 분명하다.

지은이: 장하준
출판사: 도서출판 부키
쪽  수: 384P
가  격: 14,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