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의 층간 소음분쟁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분쟁
  • EPJ
  • 승인 2015.10.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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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내내 집에 있으니 위층 아파트에 사는 학생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연휴를 맞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 아이는 아래층 사람이 소음 때문에 고통 받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아래층 거주자가 위층 여대생이 새벽 2시에 짐정리를 하고 걸을 때 발소리를 크게 냈다며 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학교 지도교수에게 전화를 하는가 하면 학교 정문 앞에서 “시끄럽다”며 1인 시위를 하다가 여대생에게 5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선고됐다. 아래층 주민도 얼마나 괴로웠으면 1인 시위까지 했을까 생각해보니 안타깝기도 하다.

필자도 오래전 어떤 아파트에 2년간 살았을 때 몹시 괴롭히던 아래층 사람이 생각난다. 걷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카페트를 바닥에 깔라고 하기도 하고, 걸을 때 발꿈치를 들고 다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막대기로 창문을 두드리거나 천정을 찌르는 등 참을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해 필자도 강경하게 대응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2년의 전세계약이 끝난 후 그 집을 나왔다. 아마도 그 사람은 노이로제 증상이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공동주택은 서로의 행동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집을 지을 때부터 방음시설을 설치하고, 방바닥의 두께를 일정 기준 이상으로 해야 하는데 부실하게 아파트를 짓다보니 이런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층간소음의 분쟁사례로, 모 부장판사가 층간소음시비가 붙어 위층 사람의 멱살을 잡고 싸운 것이 화근이 돼 변호사 개업을 상당기간 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로스쿨생이 기숙사에서 소음 때문에 위층 학생을 때려 상처를 입힌 일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가스총을 분사하거나 흉기를 들고 행패를 부리기도 했고, 심지어 살인을 한 사례도 있다.

최근 정부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층간소음기준을 강화했다. 규제되는 소음은 아이들이 뛰는 동작처럼 직접 바닥에 충격을 주는 소음과 텔레비전이나 피아노 소리처럼 공기로 전달되는 소음이 있으나, 욕실 등에서 발생하는 급배수 소음은 입주자가 제어할 수 없으므로 제외된다.

소음으로 인한 불만이 있더라도 집에 침입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공동주택 자체의 하자로 인한 소음 피해는 건설회사에게 배상을 청구하거나 하자보수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인접한 토지 소유자 간의 토지이용을 조절하기 위한 법률관계를 상린(常鱗)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소유자 간에 어느 정도 토지이용에 대한 양보와 협력이 요구되는 바, 때로는 자기의 소유권이 확장되기도 하고 제한이 되기도 한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도로가 특정인의 소유라 할지라도 그 도로를 차단해 집에 접근할 수 없다면 비록 도로가 사유지이더라도 소유자가 임의로 도로를 차단할 수 없다.

그런데 이웃 간에 발생하는 무수한 이익의 충돌을 법률에만 의지할 수 없으며, 법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웃 간에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 주장으로 인해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때로는 양보를 하기도하고 양보를 받아내기도 해야 할 것이다.

오랜 객지생활 끝에 고향으로 귀향한 분이 집을 짓다가 이웃사람과 경계분쟁이 발생해 수년째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을 목격하면서 인생사가 쉽지 않음을 실감한다. 행복한 전원생활을 꿈꾸다가 이웃과 경계분쟁으로 세월을 허송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랜 도회지 생활을 접고 시골에 내려가겠다는 결심 속에는 서로 돕고 양보도 하겠다는 마음이 포함돼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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