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시스템 화재예방, 해답이 ‘소화설비’?
풍력시스템 화재예방, 해답이 ‘소화설비’?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5.09.22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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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설비기술기준 개정안 준비 중… 강제 적용
업계, 정기안전검사 제도화가 우선… 예방이 최선

▲ 산업통상자원부는 풍력발전시스템에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전기설비기술기준 개정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7일 발생한 제주 김녕풍력단지 화재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합동조사단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앞으로 자동소화설비가 설치된 풍력발전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소화설비를 갖추지 않은 풍력시스템을 설치한 발전사업자는 사용전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화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풍력시스템의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전기설비기술기준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대한전기협회에서 풍력시스템의 화재예방시스템 적용과 관련한 전기설비기술기준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소화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중순 열릴 예정인 풍력분과위원회에서 개정안을 검토한 후 전문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심의·조정을 거쳐 전기기술기준위원회의 최종 채택·승인을 마치면 고시된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건축물의 경우 소방법에 의거해 소화설비를 갖추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만 풍력시스템은 건축물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적용할 마땅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부가 전기설비기술기준이라도 개정해서 법제화시키겠다고 나선 이상 세부 내용이야 조정될 수 있겠지만 적용은 시간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풍력업계는 임기응변식 처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화재가 더 확산되지 못하도록 소화설비를 갖추는 사후처리 대응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정기안전검사를 제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소화설비 의무설치 국가 ‘전무’
전 세계적으로 풍력시스템에 소화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국가는 없다는 게 풍력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소화설비를 설치할 경우 올바르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설치 가이드라인 정도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가 일부 있을 뿐이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풍력시스템에 적용되고 있는 화재진압 방식은 물이나 소화성분을 이용하거나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소화성분을 분사해 불을 끄는 소화설비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전기설비기술기준 개정안에도 이 방식을 사용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화성분에는 인체에 유독한 이산화탄소 성분이 포함돼 있어 작업자의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친환경 소화성분을 포함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규정한다면 이를 생산하는 기업이 국내에 단 한곳뿐이기 때문에 자칫 독과점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재가 발생한 풍력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원인분석도 없이 모든 풍력시스템에 일괄적으로 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며 “화재 유형에 따른 예방대책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정기안전검사 2년마다 실시
풍력시스템의 소화설비 의무화 작업은 지난 7월 7일 제주 김녕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비롯됐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발생한 풍력시스템 화재로 인해 제주도가 발칵 뒤집혔다.

김녕풍력단지 운영을 맡고 있는 제주에너지공사는 화재원인을 브레이크 시스템 불완전 작동에 따른 과열 때문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브레이크 시스템이 왜 불완전하게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는 주요 부품인 유압시스템, 제어기 등이 전소돼 규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에너지공사가 밝힌 풍력시스템 화재 원인인 로터디스크와 캘리퍼 간 마찰에 따른 과열은 제어시스템 부분에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브레이크 패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캘리퍼에 불이 붙을 정도로 과열됐다는 것은 제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부터 제어시스템 부분에 이상이 발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내재한 채 운전 중이었던 셈이다. 제어시스템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순한 유지보수 작업을 통해서는 이상 유무를 점검할 수 없다. 정기적인 정밀안전검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대형풍력단지에 대한 정기안전검사를 2년마다 실시하도록 제도화했다”며 “이 같은 정기안전검사는 풍력시스템의 안전한 운전은 물론 풍력단지 운영 효율화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대비 효과가 큰 작업”이라고 국내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 풍력시스템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4년에 한번만 검사를 받으면 된다. 이마저도 전기 부분에 치중돼 있어 풍력시스템 전체의 안전상태를 점검하는 유럽 사례와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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