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외 2권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5.09.09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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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레이먼드 카버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1만5,800원

▲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미국의 체호프’로 불리는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 레이먼드 카버는 1988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0여 년 뒤, 그가 남긴 자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전에 발표되지 않은 단편소설 5편이 발견됐다.

신간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는 이 미발표 단편들을 모은, 카버가 남긴 마지막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이다.

카버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와 문학에 대한 견해뿐만 아니라 체호프, 헤밍웨이, 바셀미, 브로티건 등의 작가들에 대한 소견까지 포함돼 있다.

그리고 항상 소설 속 캐릭터를 거쳐서 간접적으로만 들어왔던 카버의 목소리를 1인칭으로 접할 귀중한 기회를 마련해준다.

카버는 등장인물의 작은 언행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모든 인간관계 속의 소소한 순간을 새롭게 발견한다. 아내와 남편, 아내의 친구들, 함께 식사를 하는 부부들, 그 모든 관계가 카버에게는 하나의 세계와도 같다.

파리의 우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 문학동네 / 1만3,000원

▲ 파리의 우울
낭만의 대명사 프랑스 파리도 19세기에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괴물과도 같았다.

신간 ‘파리의 우울’은 근대화의 폭력성을 혐오하면서도 파리의 몰골을 사랑한 보들레르의 혁명적인 산문시 50편이 실린 시집이다.

보들레르가 파리의 우울에서 노래하는 것은 화려한 파리가 아닌 변두리의 은밀한 공간이다.

시인의 눈길이 머무는 곳은 공원의 오솔길이나 외롭고 고독한 방구석 같은 외딴곳, 조용하고 은밀하게 살아 있는 파리의 뒤안길이다. 시인의 문장은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신간 파리의 우울에는 열광과 도취의 풍경이 비평적 현실의식에 의해 무참히 깨어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곧 현대시의 운명에 대한 보들레르의 예언과도 같다. 베를렌, 랭보, 로트레아몽, 말라르메 등 근대 상징파 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도시 인간의 현대적 정서를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아우른 파리의 우울은 문학 장르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하나의 문학적 사건이다.

친절한 거인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서정 옮김 / 문학과 지성사 / 1만2,000원

▲ 친절한 거인
신간 ‘친절한 거인’은 남들과 다른 추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차별과 멸시를 받던 한 야수가 부(富)에 대한 욕심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 마을을 지혜와 사랑으로 구해내는 이야기다.

야수가 마을을 구하게 된 것은 의협심 또는 영웅심 때문이 아니라 착한 심성 때문이었다.

마이클 모퍼고는 이 외로운 야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소외시키는 파멸과 멸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욕망 등이 얼마나 위험하고 또 어리석은 것인지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은빛 호수 한가운데 조그마한 섬에 사는 젊은이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늘 혼자 외롭게 지낸다.

마음은 정말 착한데도 큰 몸집과 험상궂은 얼굴 때문에 아무도 곁에 오지 않는 것이다.

날마다 호수를 노 저어 건너가 마을에서 보릿짚 이엉으로 집과 외양간과 헛간의 지붕 잇는 일을 했지만 사람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야수’라고 부르며 함부로 대한다.

아이들에게까지 야수를 조심하라며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게 한다. 젊은이는 그런 놀림에 아무런 항거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간다. 자신들이 하기 힘든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 젊은이에게 마을 사람들은 조금의 친절도 베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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