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 방지법 제정 논란을 보면서
불효자 방지법 제정 논란을 보면서
  • EPJ
  • 승인 2015.09.0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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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는 노인을 자식이 잘 받드는 것이다. 중국 진나라 효자 오맹은 아버지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자신이 맨몸으로 누워 모기에 물렸다는 자문포혈(恣蚊飽血)의 예화가 있다.

우리나라 삼국사기에는 노처녀가 시집을 가지 않고 날품을 팔아 맹인인 모친을 보살피다 흉년이 들자 먹을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 부잣집 노비로 팔려갔다는 효녀 지은의 설화가 있다.

유교 영향권에 있던 우리나라에서 불효는 윤리적 차원을 넘어 범죄행위로 인식된다. 고려사의 문언에 의하면 부모공양에 소홀히 하면 징역형을, 구타를 하면 참형이나 귀향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지난해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제기한 부양료 청구소송이 250여 건에 이르고, 부모를 학대하는 신고가 수천 건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드라마 ‘가족 간에 왜 이래’에서 주인공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불효를 하자 인생을 잘못 살았다며 자식들에게 쏟은 인생을 회수하고 싶은데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증여한 재산이라도 회수하겠는 마음으로 불효소송을 제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부양의무 소홀 시에 증여계약을 취소한다는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되돌려 받기 어렵다.

우리 민법은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증여를 약속한 경우에 자녀가 부모에게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민 556).

하지만 증여를 이미 행한 때에는 해제할 수 없다(민 558)고 규정함으로써 이미 증여가 완료된 후에는 부양의무 불이행 시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부양의무 불이행 시에 증여취소를 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고, 존속폭행에 대해 반의사불벌죄에서 제외시켜 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입법을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패륜아가 늘어가고 최소한의 가정질서가 무너져 가는 현실에서 경제적 무능력으로 몰리는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효자 방지법을 입안하려는 취지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부모와 자녀 간의 경제적 문제를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지는 의문이다.

증여는 증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만큼, 위험부담이 있으면 증여를 하지 않으면 될 것이고, 훗날 자식의 태도가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면 조건부 증여를 하면 된다.

그리고 민법상의 증여 취소사유를 현행 규정보다 더 폭넓게 인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법원이 자식의 부양의무 불이행에 대해 증여 취소판결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판례법을 형성하면 될 듯싶다. 왠지 불효자 방지법이란 타이틀이 자극적이고 정치적 색깔이 깔린 느낌이 든다.

성경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장수하며(출애급기 20:12), 부모를 경홀히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신명 27:16)’고 기록하고 있다. 또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믿음을 저버린 사람’이라고 바울사도가 책망하고 있다.

국가의 사회보장이 불완전한 오늘 현실에서 부모의 부양을 가족인 자녀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젊은 세대가 황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가족 존중이고, 그 가운데 노부모의 부양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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