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톡톡]경주 방폐장,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다
[전력톡톡]경주 방폐장,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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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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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저널 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우리나라 최초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인 경주 방폐장이 사업 착수 29년만인 지난 8월 28일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지 37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비로소 방폐장이 준공됐지만 늦었다는 지적보다는 수고했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계에서 6번째로 방폐장을 운영하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부심도 느껴진다.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은 경주 방폐장은 국내 원전산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최초·최고라는 수식어는 그냥 붙는 게 아니다.

총사업비 1조5,436억원이 투입된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1단계 시설은 200리터 방폐물 드럼통 10만개를 처분할 수 있는 규모의 동굴처분방식으로 건설됐다. 단계적으로 80만 드럼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총면적은 축구장 300개와 맞먹는 214만㎡로 핀란드 방폐장 시설의 3배 규모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세계 최고 건설기술의 집합체라 부를 만하다.

경주 방폐장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은 역시 안전이다.

우선 입구를 해수면보다 30m 높은 곳에 설치해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쓰나미에 대비했다. 여기에 총 연장길이 4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동굴을 파 암반, 숏크리트, 방수시트, 콘크리트 사일로, 처분용기의 5중 밀폐 차단시설을 설치했다. 한마디로 물샐틈없는 안전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이 보관되는 사일로는 철근콘크리트 두께가 1~1.6m에 달하고,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을 견딜 수 있는 원형구조물이다. 경주 방폐장 1단계 시설에 건설된 총 6개의 사일로에는 앞으로 2,000만리터의 방사성폐기물이 약 300년간 보관될 예정이다.

정부는 부지 선정에서부터 건설에 이르는 동안 총 7차례에 걸쳐 국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받으며 객관적인 검증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재 경주 방폐장 주변에는 총 10대의 환경방사선 감시기가 설치돼 있다. 정부는 토양·곡류·어류 등의 시료를 정기적으로 채취·분석해 주변 환경이 방사선의 영향을 받는지 철저히 감시할 계획이다.

이제 경주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했다. 2019년 완공 목표인 2단계 표층처분시설까지 들어서면 원전 관련 최다 시설을 보유한 도시가 된다. 이 같이 되기까지 지역주민들의 과감한 결단은 우리나라가 원전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방사성폐기물을 가까이 두고 살아야 하는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건설 과정에서 안전성 논란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활성단층 여부와 지하수 문제 등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주변 목소리에도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방폐장을 운영함에 있어 과실·불량 등의 단어는 용납될 수 없다. 한 치의 실수나 잠깐의 눈가림이 국가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경주 방폐장이 철저한 관리·감독 아래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되길 바라며, 또 다른 오랜 숙원과제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보관·재처리 등의 문제도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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