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톡톡]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아쉬운 뒷맛’
[전력 톡톡]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아쉬운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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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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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저널 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확정·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정부는 향후 15년간 전력소비량이 연평균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2029년 22% 수준의 전력예비율을 목표로 설비계획을 수립했다. 2029년 기준 전력소비량은 65만6,883GWh, 최대전력은 1억1,193만kW를 나타내도록 수요관리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번 7차 전력수급계획과 관련해 전력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은 ▲전력수요 과다책정 ▲예비율 과다 ▲원전 확대 ▲발전소 건설계획 취소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이 더 어이없어 하는 것은 산업부가 공청회를 비롯한 상임위원회·에너지소위원회 보고를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자평했지만 정착 최종 수급계획에는 어떤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럴 거면 뭐 하러 공청회와 상임위 보고를 하냐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당초 지난해 말 발표됐어야 할 7차 전력수급계획은 온실가스 감축을 정한 국제사회의 약속인 ‘포스트 2020’에 대한 대응책 준비로 발표 시기를 미뤄왔다. 그사이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는 결정을 내려 산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정부의 이 같은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반영하듯 7차 전력수급계획은 이산화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전원구성에 초점을 맞춰 추진됐다. 결국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신설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원전 2기를 신규로 건설하는 방향으로 전원계획을 급선회했다.

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됐던 동부하슬라 1·2호기는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계통연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건설계획 취소가 기정사실로 돼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영흥화력 7·8호기 증설계획은 조건부로 내세운 접속설비·계통보강 문제를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소됐다.

사용연료를 석탄으로 하느냐 LNG로 하느냐를 두고 정부부처·지자체 간 이견이 생기면서 급기야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외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기반시설 확충에 나섰던 지역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정부부처 간 소통의 부재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정부가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목표한 전력예비율 22%가 과연 적정한 수치인지도 여전히 논란이다. 최소 설비예비율(15%)과 수급불확실성(7%)을 고려해 설정한 것이라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15%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 분명하다. 과도한 예비율 확보는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전력대란을 이유로 예비율 22% 확보가 필요하다고 발표해 놓고 올해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낮춰 전기사용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용도 8월 1일부터 1년간 경감해 준다. 저유가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기절약을 외치던 상황에서 정반대 정책을 내밀어 국민들도 의아해하고 있다.

최근 12~13%의 예비율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번 전기요금 하락으로 냉방기기를 비롯한 산업설비 가동이 증가하면 급격한 예비율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렇다 보니 신규 원전 건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향후 몇 년간의 전력수요를 예측해 거기에 맞는 적정한 발전설비 건설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단 전력산업이 공공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주체가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밀실 행정’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전력당국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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