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7차 전력수급계획 ‘역시나’로 결론
‘혹시나’ 했던 7차 전력수급계획 ‘역시나’로 결론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5.07.22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전 2기 신규 건설 원안 그대로 확정
수요전망·예비율 적정성 논란 여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계획 반영

▲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 현장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최종 확정·공고됐다. 그동안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를 비롯한 공청회, 에너지소위원회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쳤지만 원안 그대로 반영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부터 2029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전력수요 전망과 이에 따른 발전설비계획 등을 담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해 7월 22일 발표했다.

산업부가 밝힌 최종 확정 내용을 살펴보면 6월초 발표한 기본계획(안)에서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와 관련된 계획이 포함된 것 말고는 달라진 내용이 없다. 그동안 진행한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이 명분을 쌓기 위한 형식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7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안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삼척이나 영덕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려는 것은 산업부 스스로 원전마피아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원전 확대를 위해 전력수요를 과다 예측하고 설비예비율을 높게 산정한 7차 전력수급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9년 예비율 22% 목표
정부는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하는 대신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신설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원전과 분산형전원을 중심으로 전력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산화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저탄소 전원구성에 초점을 맞춰 추진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정한 국제사회의 약속인 ‘포스트 2020’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눈에 띄는 점은 전력수급계획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분산형전원의 등장이다. 송전선로 건설에 부담을 갖고 있는 정부의 고민이 들어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산업부는 향후 15년간 전력소비량이 연평균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2029년 22% 수준의 전력예비율을 목표로 설비계획을 수립했다. 2029년 기준 전력소비량은 65만6,883GWh, 최대전력은 1억1,193만kW를 나타내도록 수요관리 목표를 설정했다.

이 같은 목표수요 전망치는 2029년 기준 전력소비량(76만6,109GWh)의 14.3%, 최대전력(1억2,723만kW)의 12%를 감축하는 수요관리 목표를 반영한 결과다.

산업부는 기온변동성 확대와 설비건설 차질 등 수급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예비율 목표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지난 6차 전력수급계획과 비교하면 당시에는 공급불확실성 설비 3,900MW를 별도로 반영하고도 22%의 예비율을 목표했지만 이번에는 22% 예비율 내에서 대응키로 했다.

2029년 국내 원전 35기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기본 방향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듯 정부는 신규 발전설비에 원전 2기만을 반영했다. 7조원 상당의 건설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현재 국내에는 23기의 원전이 운영 중에 있으며, 건설·계획 중인 원전도 11기에 달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9년 국내에는 총 35기의 원전이 들어서게 된다.

최종 연도인 2029년 정격용량 기준으로 ▲유연탄(26.4%) ▲원전(23.4%) ▲LNG(20.6%) ▲신재생에너지(20.1%) 순으로 전원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피크기여도를 반영한 기준으로는 ▲유연탄(31.8%) ▲원전(28.2%) ▲LNG(24.8%) 순서로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원전 건설계획만 정했을 뿐 가장 중요한 부지는 결론짓지 못했다. 최종 입지 결정은 2018년경 발전사업허가 단계에서 확정짓는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법정 준비기간에 맞춰 입지 선정 일정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주민 반발에 대한 부담을 다음 정권에 넘기는 모양새다.

후보지는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으로 확정됐다. 한수원은 대진(삼척) 1·2호기 또는 천지(영덕) 3·4호기로 건설의향을 제출했다. 또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준공예정이던 신고리 7·8호기 건설을 유보하고 영덕(천지 1·2호기)으로 옮겨 건설하는 의향도 함께 제출했다.

신재생에너지·분산형전원 확대
이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신재생에너지와 분산형전원의 확대다.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서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과 발전량 목표를 전원구성 시 반영했다. 2029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11.7%가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는 계획기간 동안 설비용량 기준 약 5배, 발전량 기준 약 4배 증가할 전망이다. 설비용량만 놓고 보면 LNG복합발전과 맞먹는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부하에 따른 출력조절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피크기여분을 반영한 실효용량 기준으로 신규 4,477MW 규모를 추가 반영할 계획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건설의향 접수결과 풍력 총 67건(4,756MW), IGCC 1건(400MW)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이 접수됐다.

정부는 송전 회피 편익이 있는 소규모(40MW 이하) 발전설비와 수요지 발전설비(500MW 이하)를 분산형전원으로 정의하고, 전력시장제도 개선·구역전기사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확대키로 했다. 2029년 기준 총 발전량의 12.5%를 분산형전원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수요지 인근 전원에 대해 더 높은 시장정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송전손실계수(TLF) 적용을 강화하는 동시에 분산형전원 용량요금(CP) 우대, 수도권 자가발전 확대 강화 등의 지원을 펼칠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