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산업 성공 열쇠는 기술·인프라·판로 균형 발전”
“풍력산업 성공 열쇠는 기술·인프라·판로 균형 발전”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5.06.1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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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호 에기연 박사, 풍력산업 골든타임 확보 강조
정부·지자체, 풍력시장 활성화 의지 보여줘야

▲ 경남호 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풍력연구실 박사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1990년대 중반부터 풍력자원조사를 비롯한 풍력단지개발, 풍력부품·제어분야 기술개발 등을 통해 국내 풍력산업 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데 핵심역할을 담당했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최근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국내 풍력산업 R&D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기관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전문성 때문이다.

풍력분야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기존 연구사업에 풍력분야를 추가하는 형태로 R&D를 추진하고 있다. 담당 연구원이 전문적으로 풍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주 연구과제와의 연관성에 따라 풍력 R&D가 이뤄지는 셈이다.

반면 에너지기술연구원은 풍력분야 전담 연구원들로 구성된 조직을 통해 관련 인프라 확대와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1년 말에는 제주글로벌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풍력연구실에서 이 분야 연구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300여 개에 달하는 기상탑을 설치, 풍력자원지도를 작성함으로써 국내 풍력단지개발의 신뢰성을 높였다. 또 제주 김녕에 실증단지를 조성해 풍력시스템 업체들의 기술성장도 견인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풍력 시범사업을 제주 월정리 앞바다에서 성공리에 마무리함으로써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여러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에서 만난 경남호 박사는 국내 풍력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하루빨리 ‘기술·인프라·판로’ 이 세 가지의 균형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우리나라 풍력산업의 판도를 바꿀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외국기업 수익 챙길 때 우린 뭐 했나
“국내 풍력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기형적인 성장으로 위기를 자초한 상태다. 트랙레코드 확보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기술개발과 인프라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정작 중요한 트랙레코드를 쌓는데 실패했다. 국내에서 조차 판로(시장)가 없다보니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구개발과 인프라, 판로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경남호 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박사가 이야기하는 균형적인 발전의 주체는 물론 정부다.

유럽이나 중국 등 현재 세계 풍력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자칫하면 해외 풍력시장은 고사하고 국내에서 조차 우리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경남호 박사는 “스페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악시오나의 경우 설비용량 기준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영양풍력단지(61.5MW)를 2009년에 준공하며 큰 수익을 거둬들였다”며 “자사 풍력시스템 41기를 설치했고, 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이러저런 혜택도 받았다. 현재 영양풍력단지는 해외 투자펀드에 매각됐고 악시오나에서는 운영만 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고 정부를 비롯한 지자체의 각성을 촉구했다.

부유식 해상풍력, 선택 아닌 필수
제주글로벌연구센터는 현재 풍력분야 기기·단지제어를 위한 최적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부유식 해상풍력과 해상풍력 지지구조물 연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게 경남호 박사의 말이다.

경 박사는 “풍력업계는 지금 문도 열지 않은 상태에서 밖으로 나가려 하는 것과 같이 마음이 조급한 동시에 풍력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센터에서도 2~3개월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던 지지구조물 연구에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조급증을 버릴 것을 제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실증단계에 머물러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해 경남호 박사는 우리나라 여건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서남해 지역을 제외한 모든 바다의 수심이 깊기 때문이다.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해상풍력의 경우 지지구조물 제작·시공에 들어가는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경 박사는 “풍력시스템의 하중을 감안했을 때 모노파일 방식은 부적합하고, 중력식은 해안가 주변에 건설되는 해상풍력단지에 고려해 볼만 하다”며 “남해 거문도 근처도 풍황이 우수하지만 수심이 60m 이상이라 부유식 외에는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ESS를 풍력발전에 연계하는 사업과 관련해서는 적정성을 강조했다. 전력품질을 높여 전력계통의 안정화를 추구하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과도한 ESS 설치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풍력시스템 설비용량의 10% 수준에 해당하는 ESS 연계가 적합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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