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풍력사업 매각 '급물살'
현대중공업 풍력사업 매각 '급물살'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5.06.03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핀오프로 풍력시스템 기술이전 가닥 잡혀
인수금액 놓고 막바지 조율… 수십억 수준 전망
기술 라이센스 보유한 AMSC 동의 여부가 관건

 

▲ 현대중공업의 2MW 풍력발전시스템 20기로 조성된 영암풍력발전단지 전경(사진제공=현대중공업)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현대중공업의 풍력사업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풍력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풍력발전시스템 제작을 새로운 기업에서 이어간다는 점에서 풍력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풍력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은 풍력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 위한 정리절차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스핀오프(Spin-Off)를 통해 풍력시스템 제작파트와 유지보수파트를 각각 나눠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풍력시스템 제작파트는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에게 넘기고, 유지보수파트는 풍력사업을 담당했던 임직원 가운데 희망자를 뽑아 전문 O&M 업체로 분사할 전망이다.

스핀오프는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정 사업을 독립적인 주체로 분할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이 비대해진 대기업의 경영을 다각화해 새로운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할 때 스핀오프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 퇴직한 임원 가운데 한명이 풍력시스템 제작에 관한 기술이전을 주요 내용으로 현대중공업 측과 풍력사업 인수 협의를 마친 상태”라며 “최종 인수금액을 놓고 의견 조율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풍력산업 살리기 ‘한뜻’
현대중공업의 풍력사업 인수금액 규모와 관련해 업계는 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풍력사업에 군산공장 건립을 포함해 수천억원의 투자를 했다지만 사업을 포기한 상황에서 인수금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현재 현대중공업의 풍력사업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이 거대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들이 아니라는 것을 현대중공업 측이 알고 있는 상황이라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풍력단지 개발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연이은 풍력사업 철수로 국내 풍력산업이 성장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풍력시스템 제작을 맡을 기업이 생겨난다는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며 “국내 풍력산업을 살리기 위한 업계의 이 같은 자구노력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풍력시스템 제작에 필요한 공장은 인수 작업에 참여 중인 한 기업의 전남지역 소재 공장에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AMSC, 인수 작업 ‘키맨’ 역할
현대중공업의 풍력사업 인수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이전 문제다.

현대중공업은 풍력시스템 개발 초기부터 에너지솔루션 전문 기업인 AMSC와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풍력시스템 설계를 비롯한 엔지니어링,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두 회사가 사인한 계약서에는 기술이전 시 AMSC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현대중공업이 풍력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기기 위해서는 기술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AMSC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대중공업의 풍력사업 정리의 키를 AMSC가 쥐고 있는 셈이다.

만일 AMSC의 동의 없이 현대중공업의 풍력사업 기술이전이 진행될 경우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선결돼야 할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의 풍력사업 인수를 진행 중인 투자자들이 AMSC에 지분투자를 제안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AMSC는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시장의 풍력사업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이 분야 사업은 철수하고 초전도사업만 집중하기로 본사 방침이 내려진 상황이라 재검토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풍력시장에서 몇 년간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해 심사숙고 끝에 관련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AMSC에게 실적개선의 확실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협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현대중공업의 풍력사업 인수를 추진하는 투자자들이 사업계획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