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D&D ‘광속 풍력사업’… 육상 찍고 해상까지
[인터뷰-정택환 SK D&D 신재생에너지사업본부장]
SK D&D ‘광속 풍력사업’… 육상 찍고 해상까지
[인터뷰-정택환 SK D&D 신재생에너지사업본부장]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5.04.0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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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풍력 이어 울진 추진… 제주서 해상풍력 담금질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Green Developer’ 자리매김
SMP 급락이 최대 난관… 풍력사업 성장에 악영향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부동산 개발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SK D&D(사장 함윤성)가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 D&D는 지난 2월 30MW 규모로 건설한 가시리풍력발전단지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풍력사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영암 F1 경주장 태양광발전(13.3MW)과 대구 하수처리장 태양광발전(7.7MW)에 이은 세 번째 신재생에너지사업 성과다.

사업초기 풍력업계에서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기존 사업분야로 인해 반신반의한 분위기였다. 단순히 녹색에너지를 외치는 시대흐름에 편승해 대기업이 구색 갖추기에 나선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SK D&D는 세간에서 그냥 시늉에 그칠 줄 알았던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Developer’ 역할에서 ‘Green Developer’로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한 것은 그동안 부동산 개발사업을 단순 개발방식이 아닌 토털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해 추진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 아이디어 도출부터 운영·관리에 이르는 종합솔루션 수행능력을 키워온 SK D&D는 이러한 노하우를 활용해 회사 가치에 부합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개발영역을 넓혔다.

이는 친환경아이템 및 시장 다변화에 중심을 둔 전략으로 기존 부동산 개발 위주로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리스크차원에서 다각화한다는 의미 외에도 친환경 경영활동을 추구하는 회사비전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이다.

SK D&D의 이러한 사업전략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정책변화와 맞물려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육성 정책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어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택환 SK D&D 신재생에너지사업본부장을 만나 앞으로의 풍력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 정택환 SK D&D 신재생에너지사업본부장

가시풍력, 이용률 30% 상회 전망
“가시리풍력발전은 ‘행복의 가치를 개발하자’는 회사비전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즉 고객과 사회·직원·주주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기업 활동을 펼치는 것이 회사의 최고 목표이자 경영방침이다. 여러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풍력을 선택한 이유도 인류의 미래를 위한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동남쪽 표선면 일대에 건설된 가시리풍력단지는 지멘스의 최신형 3MW 풍력발전시스템 10기로 운영되고 있다. 평균 7.2m/s를 넘는 풍부한 바람 덕분에 이용률은 30%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계통연계는 표선변전소(154kV)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정택환 본부장은 “가시리풍력단지는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목초지로 조선시대부터 말을 키웠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주변에 소와 말을 방목해 키우고 있어 관광객들의 방문이 많은 곳”이라며 “이 같은 관광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업계획 초기부터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도농 상생협력으로 주민과 함께 호흡
가시리풍력단지는 사업초기부터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기반으로 진행돼 단 한차례의 민원발생도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이러한 성과는 SK D&D와 가시리 지역주민이 오랜 기간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기에 가능했다.

정택환 본부장은 “가시리풍력 개발사업을 계획하기 훨씬 이전인 2005년부터 유기농산물 유통사업을 시작하면서 유기농산물을 재배·생산하는 농민들과 도농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해 왔다”며 “본격적으로 풍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가시리 지역주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이곳 주민이 재배·생산한 유기농산물을 우리가 공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단지개발의 뒷이야기를 건넸다.

이어 “이후 가시리 지역주민들과의 대화는 막힘없이 진행됐고 모든 사업절차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며 “10년을 이어온 유기농산물 유통사업이 주민들에게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연을 시작으로 SK D&D는 가시리 마을회와 공동으로 단지개발을 추진했다. 사업 기획과 인허가는 물론 착공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주요 과정을 지역 마을회와 협의를 통해 진행했다. 이렇게 쌓인 상호신뢰가 민원발생 ‘0’이라는 전무후무한 풍력단지 개발사업 사례를 만들었다.

 

▲ 가시리풍력발전단지 전경


2017년 200MW 해상풍력 착공
국내 대표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자로 자리매김한 SK D&D는 앞으로 풍력사업에 방점을 두고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미 두 개 프로젝트 기획을 마치고 인허가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정택환 본부장은 “2017년 상반기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는 울진 현종산풍력(60MW)을 포함해 총 300MW 규모의 육상풍력 개발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며 “최근 울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가졌는데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1조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200M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도 제주 가시리 표선면 앞바다에 건설할 계획”이라며 “2017년 착공을 목표하고 있는데 가시리풍력단지의 성공적인 준공에 도움을 준 지역주민들이라 이번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육상풍력 개발사업의 경우 단지 주변 5km 이내 거주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해상풍력은 마땅한 제한이 없어 오히려 민원해결에 어려움이 많다. 실제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주민동의를 받지 못해 사업이 제자리걸음 중이다. 동의 받아야 하는 대상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본부장은 가능한 모든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어선주협회를 비롯해 어촌계장, 해녀, 해안가 주변마을 주민 등 단지개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모든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계획을 충분히 설명할 방침이다.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신뢰를 쌓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 가시리풍력발전단지 내 변전소


사업초기 대비 SMP 반토막
첫 번째 풍력사업을 성공리에 마친 SK D&D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향후 20년 넘게 안정적으로 단지를 운영하는 일이다. 우선 가동률과 이용률을 끌어 올리는 게 관건이다. 운영 및 유지보수 능력에 따라 설비 가동률이 10% 가량 차이가 나는데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상당히 중요하다.

정택환 본부장은 “가시리풍력단지에 설치한 지멘스의 3MW 풍력시스템은 최신형 기어리스 타입으로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일정기간 동안 지멘스에서 O&M을 담당할 예정이라 단지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오히려 정 본부장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급락하고 있는 SMP다. 매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SMP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SMP는 kWh당 140원 전후였는데 지난 3월 110원대로 떨어졌다. 전력분야 한 전문가는 2020년이면 kWh당 87원까지 내려간다고 전망했다. 전력예비율 상승이 SMP 하락으로 이어진 결과다. 9.15 정전사태 이후 급작스럽게 증가한 발전설비로 인해 전력예비율이 높아져 신재생에너지사업자는 물론이고 한때 황금알을 낳던 LNG발전사업자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육지보다 조금 낫다는 제주 SMP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3년 3월 31일 기준 제주 SMP는 2013년 208.84원에 이어 지난해 204.96원, 올해 116.08원 순으로 폭락했다. 육지와 차이가 거의 없어진 것이다. 제주도에서 풍력사업을 하면 대박이 난다는 것도 옛말이 된 셈이다.

정 본부장은 “사업 착수 당시 제주도청과 제주대학교는 공동연구를 통해 올해 평균 SMP가 kWh당 24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하지만 현재 SMP가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 당혹스럽다”고 향후 단지 운영을 조심스레 걱정했다.

이어 “기대수익이 많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주도와 맺은 이익공유화 약정은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 풍력사업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가시리풍력발전단지 건설 당시 모습

‘산림 복원’ 전제로 개발허용 검토
지난해 환경부에서 육상풍력 입지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환경성평가지침을 발표했지만 풍력사업자들은 여전히 단지개발 인허가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2035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려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풍력업계의 주장이다.

 

정택환 본부장은 “산림훼손을 이유로 무조건 단지개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며 “부작용이 있어 반대한다면 그것을 해소해 차후에 다시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하면 평행선만 달릴 뿐”이라고 산림청과 환경부의 전향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1970년대 추진한 산림녹화 정책의 성과에서 알 수 있듯이 단지개발 이후 다시 산림을 복원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산림 복원’에 초점을 맞춘 생산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입지규제 완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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