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톡톡] 스마트 원전으로 ‘제2 중동 붐’ 시동
[전력 톡톡] 스마트 원전으로 ‘제2 중동 붐’ 시동
  • EPJ
  • 승인 2015.03.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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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초 중동지역 최대 교역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반가운 소식들이 연거푸 전해졌다.

한-사우디 정상회담을 계기로 14건에 달하는 경제분야 MOU가 체결돼 중소형 원전을 포함한 사우디전력공사 발주, 전자정부시스템 구축, 특화제약단지 조성 등의 수주가 기대된다는 정부의 발표가 대서특필됐다.

그동안 원유 수출입과 건설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이어온 양국이 이제 원전과 ICT, 신재생에너지, 보건·의료까지 관계의 폭을 넓힘으로써 침체된 국내 경기가 새로운 돌파구를 맞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동에서 날아든 이번 낭보 가운데 경제적 측면과 파급효과 면에서 단연 손에 꼽히는 소식은 토종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SMART;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의 해외 수출길이 열렸다는 뉴스가 아닐까 싶다.

2009년 UAE 대형 상용원전 수주에 이은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2009년),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조사업 수주(2014년)에 이어 이번 중소형 원전 수출까지 다양한 원전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명실공히 원자력 시스템 주요 공급국가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스마트 원자로는 대형 원전의 10분의 1인 100MW 규모의 전기 출력을 내는 중소형 원전이다. 핵연료,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 기기가 원자로용기 안에 배치된 일체형이라 배관으로 연결돼 있는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다. 원자로 냉각재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없는 셈이다.

중소 규모 도시에 전력과 열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 또 대량의 냉각수 공급 없이 공기로도 냉각이 가능해 내륙지역에 건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원전의 이러한 특징이 이번 사우디 수출을 이끈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한-사우디 스마트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양성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은 한국이 전 세계 최초로 중소형 원전 수출의 물고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스마트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할 만큼 중소형 원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에 따른 후폭풍으로 중소형 원전 개발을 소홀히 하는 동안 꾸준히 기술개발에 매진해온 결과다. 3,400억원 상당의 기술개발 자금과 연인원 1,700여 명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양국의 MOU에는 ▲스마트 원자로 공동 상용화 ▲사우디 내 2기 이상의 스마트 원자로 건설 ▲해외 공동수출을 위한 건설 전 상세설계(PPE)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단순 계산상으로만 2조3,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수출전담법인을 통한 국내 민간기업의 참여와 건설사업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까지 계산하면 파급효과는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해 볼 만하다.

특히 사우디는 2040년까지 17.6G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중장기 전원개발로드맵을 수립하고, 이 가운데 15~20% 상당을 중소형 원전으로 지을 계획이어서 우리나라가 이 시장을 선점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중소형 원전은 소규모 전력망 구축과 인구분산, 물 부족 국가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18GW 규모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돼 추가적인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제부터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일은 안전을 바탕으로 최고 품질의 중소용 상용원전을 건설하는 작업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원전산업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해외 원전 수출이 발목을 잡히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를 비롯한 해당 기관 및 기업들의 신중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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