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닥 전선 아닌 새로운 희망 ‘초전도케이블’
한 가닥 전선 아닌 새로운 희망 ‘초전도케이블’
  • EPJ
  • 승인 2015.02.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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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케이블’로 불리는 초전도케이블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초전도케이블의 실제 계통 적용으로 우리 전력산업이 변화될 모습을 상상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지난해 10월말 한전은 제주에서 세계 최초로 직류(DC) 80kV 초전도케이블을 실제 계통에 적용하는데 성공하며, 자축의 의미로 조그마한 준공식을 가진 바 있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초전도 전력설비(초전도케이블·냉각설비 등) 기술개발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여 진다.

그로부터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최근 초전도케이블의 실 계통 운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실로 대단한 성과다.

아울러 오는 10월까지 교류(AC) 154kV 초전도케이블의 실 계통 적용도 실증에 들어간다고 하니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를 손 모아 염원해 본다.

초전도케이블에 필자가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는 기존 전선과 비교되는 탁월한 성능 때문이다. 베스트로 꾸려진 국가대표 야구팀과 대학교 야구팀 간의 눈에 띄는 실력 차 만큼이나 초전도케이블은 기존 구리케이블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가진다.

초전도케이블은 영하 196도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을 응용한 송전기술이다. 기존 구리 도체 대신 고온 초전도 도체 주변에 액체질소를 지속적으로 흘려보내 영하 196도를 유지하는 원리다.

전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송전손실 또한 50% 이상 줄어든다. 크기는 기존 구리선에 비해 20%에 불과한 반면 송전량은 교류의 경우 5배, 직류의 경우 10배에 달할 만큼 많다.

특히 765kV나 345kV 초고압이 아닌 154kV 또는 22.9kV의 저전압으로 대용량 송전이 가능해 변전소에 고전압 송전을 위한 전력설비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계통연계비용을 줄이는데도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전량 증대·송전손실 감소·계통비용 절약 등 초전도케이블이 갖고 있는 장점은 전력다소비 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케 해 차세대 전력망에 혁신을 가져올 기술로 꼽힌다. 계통연계 문제에 발목이 잡혀 전력수급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전력당국 입장에서도 초전도케이블 상용화는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해외에서도 초전도케이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대규모 전력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막대한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신규 케이블 설치 시 초전도케이블로 적용되는 비중이 2030년 85%에서 2050년 이후 100%를 차지할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다. 결국 이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정부차원의 자금지원을 통해서라도 초전도케이블 상용화를 반드시 앞당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덴마크,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12개국에서 초전도케이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LS전선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하는 쾌거를 거둔 바 있지만 상용화에는 다소 뒤처진 모습이라 안타깝다. 미래의 수익을 생각해 기업에게 무조건 개발비용을 부담하라는 논리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머지않아 다가올 초전도 전력설비시장에 대비해 한전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세계 전력시장에서 또 한 번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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