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만 미치면 인생이 행복해 진다’
‘살짝만 미치면 인생이 행복해 진다’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10.08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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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있는 공간] 뮤지컬 <루나틱>

행복해지기 위해 살짝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 뮤지컬 <루나틱>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 지는 것일까. 또 행복한 삶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재산? 막강한 권력? SEX? 박사학위? 그것도 아니면 아름답거나 혹은 멋진 외모?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고민들로 밤잠을 설친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사람들이 한평생을 살면서 고민하는 것이 바로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욕망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정신병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영단어 ‘Lunatic’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미치광이 같은’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뮤지컬 <루나틱>의 주 무대는 정신병원이다. 정신병원이라... 우리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정신병원은 어떤 모습인가? 정신 나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비정상적인 공간이자 조심스레 들여다보기에도 꺼려지는 곳이 아니던가?

하지만 <루나틱>속의 정신병원은 다르다. 화려한 음악과 조명, 그리고 친절한 여의사가 반갑게 반겨주는 그곳에서 관객들은 어느새 ‘나도 저 정신병원에 가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 받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미친 사람들의 집합소가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 아픈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는 행복한 장소로 바뀌는 것이다.

이처럼 행복한 정신병원 <루나틱>. <루나틱>을 찾은 관객들은 정신병자라는 이유로 세상에 버림받은 세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미친 세 사람을 통해 오히려 행복을 알게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되니, 과연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 <루나틱>, 왜 신화인가.

뮤지컬 <루나틱>이 4년 만에 전용관을 마련해 터를 잡고 지난 7월부터 장기간의 OPEN RUN에 들어갔다. 2004년 1월에 첫 공연을 시작한지 3년하고도 7개월만이다. 그간 뮤지컬 <루나틱>은 한국 공연 예술계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신화적인 작품으로 군림해왔다. 도대체 이 공연의 어떤 점이 감히 ‘신화’라는 거창한 단어의 사용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

먼저 <루나틱>의 객석 점유율부터 짚고 넘어가자. 지난여름 대학로예술마당에서 공연된 <루나틱>의 유료관객 객석 점유율은 108%였다. 뭔가 이상하다. 그냥 객석 점유율도 아닌 유료관객 객석 점유율이 108%라니. 알고 보니 그 비밀은 보조석에 있었다. 좌석이 아닌 계단에서라도 공연을 꼭 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요청으로 8%의 관객들이 계단에 방석을 깔고 앉아 관람을 했던 것이다.

이는 <루나틱>이라는 공연에 매료되고 입소문에 호기심을 가진 관객들의 애정과 공연 자체의 작품성이 이뤄낸, 말 그대로 하나의 ‘신화’였다.

두 번째 신화는 <루나틱>의 계속적인 성공이다. 2004년 처음 선보인 <루나틱>의 배우들은 단지 10~20여명의 관객 앞에서 춤추고 노래해야만 했다. 하지만 홍보비조차 책정할 수 없었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루나틱>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2회, 3회 공연이 이어지면서 관객들의 ‘강추’와 입소문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4회 공연이 끝났을 때 <루나틱>의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된 관객들은 17만 명에 달했다. 이 수치 또한 홍보 없이 열정과 순수창작 뮤지컬의 대중화라는 ‘행복한 희망’ 하나에 매달린 결과로, 보통의 창작 뮤지컬의 1회 공연(30일)의 총 관객이 1~2만에 그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신화가 아닐 수 없다.

브로드웨이의 무대 위에 설 <루나틱>을 위해

다섯 번의 앙코르 공연과 2006년 7월 2일 1000회 공연 돌파 이후 연일 이어온 매진행진으로 지금까지 총 35만의 마니아들을 탄생시킨 뮤지컬 <루나틱>.

난청과 안면마비라는 장애를 딛고 2006년 제 13회 대한민국연예예술 발전공로상 및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까지 받으면서 그 능력과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인정받은 (주)루나틱 컴퍼니의 대표 백재현의 뚝심처럼, 언젠가 그들이 브로드웨이의 무대 위에서 ‘정신병자들이 벌이는 행복한 난장’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자료제공_(주)루나틱 컴퍼니

공연명: 2007 대학로 <루나틱>
공연장: 대학로 루나틱전용관(JH HALL)
공연일시: OPEN RUN
공연시간: 평일 4시, 8시 / 토 4시, 7시30분 / 일, 공휴일 4시 (월요일공연 없음)
입장가: R석-40,000원, S석-30,000원
출연자: 임희숙, 소찬휘, 임춘길, 백재현, 김성일, 김도형, 인성호, 김도신, 강지연, 최오식, 김현국, 오현창, 추정화, 윤선희, 정민성, 배진성, 김세진, 전수미, 최선미, 정재민 외 뮤지컬 전문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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