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레날린 넘치는 난리법석 B급 영화
아드레날린 넘치는 난리법석 B급 영화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10.08 16: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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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재발견] 데쓰 프루프

“난 내가 극장에서 보고 싶을만한 영화만 만든다”

우선 쿠엔틴 타란티노부터 짚고 넘어가자. 1992년 <저수지의 개들>로 화려하게 등장한 후 1994년 두 번째 장편 <펄프 픽션>으로 폭발적 흥행은 물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며 모두가 인정하는 ‘영화천재’로 등극한 쿠엔틴 타란티노.

과감한 변신으로 관객들을 놀래키면서도 언제나 “역시 타란티노!”라고 감탄을 이끌어내는 그의 저력은 이후 <포룸> <킬빌> <씬 시티> <호스텔> 등 찬란한 필모그래피로 이어졌다.

이처럼 새롭고, 재밌으며, 자극적인 오락영화의 선봉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 그의 저력은 언제나 관객의 입장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강렬한 욕구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70년대 ‘동시상영관’에나 어울릴 법한 B급 영화 <데쓰 프루프>로 돌아왔다.

‘절대죽지 않는(Death Proof)’ 변태 성욕자, 그리고 8명의 섹시미녀들

텍사스 주의 작은 도시 오스틴. 인기를 한 몸에 끌고 있는 섹시한 라디오 DJ 정글 줄리아는 친구인 알린, 셰냐와 함께 모처럼 신나는 밤을 보낼 예정이다. 동네의 바를 섭렵하며 밤이 새도록 신나게 웃고 춤추는 세 사람. 그러나 테이블 너머로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으니, 자신 뿐 아니라 아름다운 미녀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에서 삶의 위안을 얻는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 분)가 바로 그다.

그는 자동차 충돌에서 성적 쾌감을 얻는 변태적인 성욕의 소유자로 자신의 차가 ‘100% 데쓰 프루프(Death Proof-절대 죽지 않는)’라며 안전귀가를 책임지겠다고 미녀들을 유혹하는데…….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드는 B급 무비, 천 가지 개성의 변주곡과 같은 매력들

아니나 다를까,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드니 확실히 다르다. 수많은 영화들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면서 또한 어느 것과도 닮지 않은 개성 넘치는 그만의 콜라주. 그렇기에 함부로 정의내리기 힘든가 하면, 어떤 난잡한 리뷰의 대상이 되어도 어울릴만한 영화 <데쓰 프루프>. 아마도 이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선 이 영화가 보여주는 쾌감을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그 수많은 쾌감 중에서도 누구나 첫 손가락으로 꼽는 매력은 바로 카 체이스 액션 씬. 카 체이싱 연출이 생전 처음이며, 타란티노가 직접 촬영까지 했다는 보도 자료를 믿지 못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이 장면은 무려 20분 동안이나 계속된다. 영화 후반,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파도치듯 내달리는 20분 동안 관객들은 분명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고 엔돌핀이 폭발하는 듯한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데쓰 프루프>의 또 다른 매력은 캐릭터가 가진 힘이다. 이 영화에는 왼쪽 눈을 가르는 기다란 흉터의 스턴트맨 마이크를 비롯해 타란티노가 직접 역할을 맡은 술집 주인 워렌, 그리고 매력 넘치는 8명의 달콤한 숙녀들까지 꽤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B급 액션영화라는 장르적 특징과 함께 볼 때 이처럼 난잡한 등장인물은 카메라의 포커스를 흐릴 가능성을 농후하게 가지고 있을 터. 하지만 ‘악동의 탈을 쓴 천재’는 각자의 캐릭터를 진한 생명력과 함께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놓고는, 하나같이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극중 알린 역으로 분하는 바네사 펄리토의 섹시 랩 댄스, 호쾌하게 작렬하는 ‘언니들’의 주먹질,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머슬카’들의 무한질주 퍼레이드, 신체훼손의 슬래셔적인 시선과 함께 관객들의 뒤통수를 대차게 후려치는 결말까지.

<데쓰 프루프>의 마초적 쾌감은 끝이 없다. 60도가 넘는 보드카를 글라스로 원샷한 후 번지점프를 하듯 말초신경 구석구석을 자극하는 장면 장면의 향연은 마치 마술처럼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또한 열악한 사운드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연소자 관람불가’ 표시, 성의 없는 오프닝 롤과 함부로 대사를 잘라먹는 편집에 50년은 된 듯 끊임없는 필름 스크래치까지. 영화 초반의 안내문이 없었다면 분명 티켓 환불이 속출했을 이런 조악함들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이는 모두 감독이 의도한 설정이기 때문.

겉만 번지르르한, 실제로는 관객들을 흥분시키지 못하는 영화들에 대한 반기로 마련된 이런 장치들은 그의 ‘악동스러움’에 대한 대변이자, 70년대 B급 영화에 대한 찬사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 ‘수다’라고 칭하는 이들이 많다. 그가 만든 대부분의 영화가 내러티브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말 그대로 ‘수다’의 향연이기 때문이다. 그 속사포 같은 속도에 관객들은 자막을 읽기에도 바쁠 정도다. 그렇다. 그게 타란티노의 영화다.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할 필요 없이 마음을 비우고 영화와 함께 수다를 떨 듯 마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보라, 그리고 즐겨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_스폰지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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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은 2008-04-10 23:59:56
좋은자료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