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시대, ‘등고자비’ 지혜 가져보자
ESS시대, ‘등고자비’ 지혜 가져보자
  • EPJ
  • 승인 2014.10.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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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 중심의 에너지정책이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수요가 적을 때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을 때 다시 꺼내 쓰는 기술을 말한다. 과거에 우리는 전기의 성격과 관련해 저장을 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고 배웠다. 생산과 동시에 소비해야 하는 구조라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일이 상당히 중요했다. 하지만 ESS의 등장으로 이러한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전력수요관리 정책은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규제로 억누르는 경직된 형태였다. 하지만 ICT 기반의 수요관리는 감축한 전력을 판매해 새로운 수요관리자원시장을 형성함으로써 능동적 대응이 가능하다. ICT 기반 수요관리의 근간이 바로 ESS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조원에서 2020년 58조원 규모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ESS시장은 일본, 미국 그리고 독일을 주축으로 한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ESS시장의 성격을 살펴보면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2011년 3월 발생한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재난에 대비한 설비로 ESS를 선택했다. 반면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가정용 ESS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독일과 마찬가지로 전력계통 안정화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전력망내 대전력용 ESS 구축을 우선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 정부가 목표하는 ESS시장은 독일과 미국의 중간쯤 돼 보인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의 융·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가정용 ESS 보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주파수조정용 ESS 시범사업으로 전기품질 향상과 전력구입비용 절감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정부가 ESS산업 육성을 위해 내놓은 ‘K-ESS 2020’을 보면 2020년까지 6조4,000억원을 투자해 1,700MW급 ESS를 보급, 세계 3대 ESS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에너지 신산업의 중심에 ESS가 우뚝 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기류에 편승해 최근 ‘한국ESS산업진흥회’라는 민간조직까지 발족됐다. 가히 ESS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우리 속담에 ‘찬물도 급히 마시면 체한다’는 말이 있다. 급하게 하는 일은 그르치기 쉽다는 얘기다. 전력수급 안정화와 세계시장 선점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술적 성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SS의 핵심은 배터리다. 전력계통에서 하루에 수십 차례 이상 부정기적인 충방전을 반복할 때 과연 배터리의 효율과 성능이 유지될 수 있는지 기술적 검증이 필요하다. 전력계통은 5,000만 국민은 물론 국가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하는 주요설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력산업이 ESS를 계기로 기술이라는 주춧돌 위에 정책의 기둥을 세워 그간의 부진을 씻고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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