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박약자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의 허용
심신박약자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의 허용
  • EPJ
  • 승인 2014.09.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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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조금 부족한 심신미약자(심신박약자)가 가장인 경우에 자기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할 경우에 대비해 본인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타인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타인의 생명보험에서는 보험금을 취득할 목적으로 고의로 피보험자인 타인의 생명을 해칠 가능성이 있어, 타인의 생명보험 계약체결은 일정한 제한을 받는다. 제한의 방식은 나라마다 다른데 보험의 이익을 수수하는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의 생존에 대해 이익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이익주의, 피보험자의 상속인이나 일정 범위 내의 친족만이 보험수익자가 될 수 있도록 한 친족주의, 타인인 피보험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동의주의가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731조 1항)’고 규정함으로써 동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모집인이 피보험자의 동의 란에 피보험자를 대신해 서명한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무효다. 또 타인의 사망보험(혼합보험 포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타인의 동의는 계약 성립 시까지 존재해야 하므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 체결 후에 피보험자가 동의를 하더라도 효력이 없으며, 계약체결 이후의 추인이 있더라도 유효한 계약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서 동의를 하는 피보험자는 자신이 하는 동의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동의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곤란하다고 여겨지는 15세 미만자나 심신상실자 및 심신박약자는 자기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자신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서면동의가 있더라도 그 보험계약은 무효다(상법 제732조 본문). 설사 이들의 법정대리인이 동의를 하더라도 보험계약이 유효하지 못하다.

한편 상법 제732조 규정이 심신장애자를 보호하려는 본래의 목적에 반드시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미성년자 중 15세 미만자는 독자적인 판단능력이 부족하므로 그의 동의가 있더라도 보험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타당하고, 심신상실자는 아예 판단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의 동의가 효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자기 판단능력이 상당한 정도로 가능한 심신박약자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행 상법 제732조에 의하면 심신박약자는 자기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없으며, 나아가 사망사고가 포함된 상해보험도 가입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른다.

이처럼 심신박약의 정도와 상관없이 심신박약자가 언제나 생명보험계약 체결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돼 2015년 3월 12일 시행되는 일부개정 상법(법률 제12397호) 제732조 단서에 ‘심신박약자가 직접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또는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때 의사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면 생명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거나 생계를 보조하는 심신박약자가 의사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면 그는 자기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또 단체보험의 피보험자도 될 수 있게 됐다. 의사능력이 있는 심신박약자의 유족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돼 생활의 안정을 기할 수 있으니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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