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인사청문회 제도
바람직한 인사청문회 제도
  • EPJ
  • 승인 2014.07.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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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청문회 제도는 영국 대헌장(Magna Carta)의 ‘당사자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받지 아니하고는 신체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에 근거를 둔 사법적 청문제도로부터 유래한다. 이 제도가 행정작용에 관한 행정청문 제도로 발전해 오늘날 의회의 청문회 제도가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권력분립의 제도적 실천을 위해 상원에 부여된 권한으로서 대통령의 고위직 공무원 지명이 있는 경우 지명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열리며, 상원의 각 위원회는 관할에 속하는 공무원에 대한 대통령의 지명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우리나라도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국회가 국정수행 능력과 자질 등을 검증하고 있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등 고위공직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로 처리하고, 국무위원(장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등은 청문회를 개최하지만 표결은 하지 않는다.

2000년에 제작된 미국영화 ‘컨텐더(contender)’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다루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임기 말년에 부통령이 유고되자, 여성 상원의원 레이니 핸슨을 부통령후보로 지명하고, 하원 법사위원회가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게 된다. 여성부통령을 원하지 않는 공화당의원은 레이니 핸슨의 대학 시절 섹스파티를 폭로한다.

더불어 정치적 야망이 있는 의원과 위선적 정치가들이 가세해 청문회는 후보의 적합성보다는 섹스 스캔들에 포커스가 집중된다. 당시 2000년 10월 앨고어 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면서 영화가 개봉돼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한 이후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위장전입, 이중국적 등 다양한 이유로 청문회에서 낙마하게 됐고, 최근에는 두 명의 총리후보가 청문회를 개최하지도 못하고 여론수렴 과정에서 낙마하자 이 제도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측과 부적합한 후보를 내세운 인사스타일이 문제이지 제도를 탓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정치이고,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돼야 한다. 대의정치기구인 의회가 청문회를 통해 적합한 자질의 공직자를 선별하는 청문회 제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국식 대통령제를 도입한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독선을 견제하기 위한 의회의 기능을 청문회를 통해 수행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가 후보자와 그 친척의 사생활을 온 천하에 공개하는 방식의 무소불위한 권한 행사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청문회 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후보자의 업무적합성에 집중해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 경제장관 후보자가 청렴결백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거나 특정 계층만을 대변하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면 부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가 자녀취학문제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더라도 그 사유 때문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안 될 것이다. 물론 사소한 위법행위도 없으면 좋겠지만 그 중요성에 있어서는 업무적합성과 유능함이 더 중요시돼야 할 것이다.

둘째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국민의 여론과 건전한 상식에 맞춰 만들어야 하고, 그 가이드라인을 통과한 후보자에게는 업무적합성 이외의 사유로 문제를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로 후보자와 그 가족 친지를 분리해 후보자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가족이나 친지는 중대한 사안이 아닌 한 문제 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전혀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 대해선 그 책임을 묻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민은 유능하고 모범적인 고위공직자를 원한다.

아울러 오래전 사생활 들추기나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인신공격으로 청문회 제도가 정치인들의 야합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면서 품위있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확립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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