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법규 준수
세월호 참사와 법규 준수
  • EPJ
  • 승인 2014.06.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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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항해 도중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탑승자 476명 중 구조인원은 180여 명이고, 사망자 및 실종자는 300여 명에 이른다. 아직도 상당수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박이 기울기 시작할 때 탈출한 선장 등 선원과 일부 승객은 구조됐으나, 그 이후 선박이 침몰하기까지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생명경시, 안전의무 소홀, 기업의 탐욕, 기업과 공무원 간 유착, 해난구조에서 행정부처 간 영역다툼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능한 병폐를 거의 전부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지와 떨어진 바다 위 선박에서는 국가 통치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선장에게 선박권력이 주어진다. 즉 선장은 국가 공권력의 일부를 행사할 수 있으며, 여객과 화물의 안전운항을 위해 해원의 감독 및 선박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출항 전 평형수의 상태와 구명정의 작동여부, 화물량의 적정여부와 안전한 적재상태 등을 검사하고 선박의 항해적합성 등 감항능력을 검사할 의무가 있다(선원법 7조).  이러한 의무는 원래 선장의 위임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대행선장에게도 주어진다.

세월호는 적정량을 훨씬 초과해 화물을 실었고,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승선시켰다. 기상악화로 다른 여객선들이 출항을 포기했음에도 손해를 피하기 위해 죽음의 출항을 감행한 것이다. 또 화물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배의 안전을 담보하는 평형수(ballast)를 적정량 이하로 채웠다고 한다.

나아가 대행선장은 선박안전에 위험이 생길 염려가 있는 때에는 직접 조종을 할 의무가 있는데도(선원법 9조), 조류가 빠른 위험지역을 통과할 때 침실에 머물렀고 경험이 없는 항해사에게 조종을 맡겼다. 출항 시 해당 기관이 평형수가 적정하게 채워졌는지 확인하고, 과다한 화물의 적재를 통제했다면 아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선장은 승객이 전부 내릴 때까지 선박에 머물러야 할 의무(선원법 10조, 재선의무)를 내팽개쳤다. 오히려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승객들에게 선실에 남아있도록 반복적으로 방송을 하면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 죄가 될 소지도 있다.

세월호 사건은 선장과 일부 선원의 목숨과 수백명의 학생 및 민간인의 생명을 바꾼 치욕적인 사건이다. 세월호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5월 28일 전남 장성의 요양원에서 방화로 환자 20여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요양원 3층에 거주한 치매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날 능력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방법에 의하면 치료가 필요한 노인성·만성질환 환자가 이용하는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를 설치할 의무가 있지만, 치매의 정도가 가벼운 노인환자들이 이용하는 요양원은 스프링클러나 방화셔터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요양원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치매환자들의 생명을 가볍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다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관료와 기업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산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을 위한 투자나 점검은 외형적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우리사회에서는 매력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건물의 멋있는 외형에만 집착할 뿐 비용이 더 요구되는 안전자재나 설비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지 않은가? 공무원들도 창조경제의 화두에만 매달리고, 위험시설의 점검이나 위험 교통수단의 개선에는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 아닌가?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에 집착할 공무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정부는 다른 생색내는 일에 매달려 안전은 뒷전으로 밀쳐놨다. 그 결과 세월호의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줄이기 위해 치매노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과다한 화물을 싣고 출항하는 배를 눈감아준 공무원은 자리를 내놔야 하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 삼아 사욕을 채우는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하며, 그 지배주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국민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닌가? 믿을 수 있는 나라, 신뢰받는
공무원, 양심적인 기업이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 생명이 돈보다 귀하다.    문의_숭실대학교 법과대학(02-820-0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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