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혼을 담은 정비기술 펼칠 것”
“책임감과 혼을 담은 정비기술 펼칠 것”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4.04.15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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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오 한전KPS 정비사업본부장]
고객·국민 신뢰하는 ‘메인터넌스 닥터’ 되자
“정비는 예술이고 과학이며 나의 인격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표어처럼 듣고 자란 말이 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전문화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말은 전력계 최고의 발전설비 정비 엔지니어링 집단인 한전KPS의 존재 이유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60~70년대 산업화 시절 국내 모든 발전설비는 우리에게 차관을 제공한 국가의 발전설비를 수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다보니 정비 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성을 키운다는 건 엄두도 못내고 오히려 기술 의존도만 높아졌다.

이에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춰 정비기술 자립과 전문성을 육성할 목적으로 1974년 설립된 조직이 한아공영(주)이다. 이후 한전보수공단과 한전보수(주)를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1984년 한전보수(주) 설립을 기준으로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지만, 한전KPS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실질적으로 올해가 창립 40주년인 셈이다.

한전KPS(사장 최외근)는 반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전력수급 안정화의 파수꾼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전력피크 시기 때마다 우리가 전력예비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발전설비 예측·예방정비가 올바르게 수행된 상태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한전KPS는 1년 365일 쉼이 없다.

현재 한전KPS의 정비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오 본부장은 내부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임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만큼 전문성과 현장경험이 풍부하다.

성남 소재 본사에서 만난 김오 본부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정비에 대한 자긍심이 높았다. 명품에 장인의 양심과 혼이 담겨있듯, 정비기술에도 엔지니어의 책임감과 열정이 녹아 있다는 것이 30년 넘게 전력산업에 몸 담고 있는 그의 지론이다.

명품 정비로 연간 300MW 발전 효과

Q. 정비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서 정비철학이 있다면
1980년대 말까지 국내 발전설비 제작기반은 걸음마 수준이었고, 외교·정치적 환경으로 인한 해외 발전설비 도입으로 정비기술의 자립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여건에서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교육을 통해 기술자립에 성공, 현재는 선진국 수준의 정비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발전설비의 안정적인 운영과 전력수급 안정화의 근간은 바로 정비입니다. 명품 정비를 통해 발전설비 이용률이 제고되면 발전소를 신규로 건설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례로 명품 정비로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단축되면 매년 300MW 규모의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발전설비를 직접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비를 통해 일정량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한전KPS 정비 엔지니어들은 ‘메인터넌스 닥터’라는 자긍심과 ‘정비는 예술이고 과학이며 나의 인격’이라는 정비철학을 가지고 지금의 한전KPS를 만들었습니다.

Q. 국내외 정비시장 변화에 대비한 전략은
국내 발전정비 시장 경쟁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고자 정비 엔지니어링이라는 차별화된 기술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방침입니다.

정비 엔지니어링 업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솔루션센터의 체질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동안 제작사 고유영역으로 인식됐던 노후 발전설비 성능개선과 리트로핏(교체시장) 엔지니어링사업에 적극 참여해 제작사 수준의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우선 올해 시행하는 태안화력 2호기 발전기 고정자 권선 리트로핏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필리핀 바탄(Bataan)발전소 등 해외 노후 발전소 성능개선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입니다. 또 경상정비 분야에도 지속적인 정비기술개발과 최신기술 도입, 첨단장비 확보 등 인적·물적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발전정비 전문기업의 위상을 다질 것입니다.

특히 해외 정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설계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도의 정비기술에는 설계능력이 수반되고,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해외 선진 업체들이 국내에서 하던 역할을 이제 우리가 해외에 나가 펼칠 때입니다.

Q. 해외 시장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해외사업 추진 전략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분은
해외사업은 신성장사업본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라 개괄적인 부분만 설명하겠습니다.

1982년 이라크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첫 진출한 이래, 인도를 주력 시장으로 필리핀, 마다가스카르, 요르단 등에서 해외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 필리핀, 멕시코 등 7개국 총 13개 경상사업장에서 발전설비 운전 및 유지보수에 대한 종합 O&M을 수행 중입니다.

또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해외 시장 단독 진출뿐 아니라 전력그룹사 및 해외 파트너와의 동반 진출로 새로운 해외사업 발굴을 모색하고 있으며, EPC와 리트로핏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통해 개발·운영의 내실화를 도모함으로써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TurboCare사와 2012년 10월 말 기술협력 체결 후 현지 공장을 방문해 엔지니어들과 발전기 리트로핏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오 본부장(왼쪽 두 번째)

정비시장 개방, 속도 조절 필요

Q. 정부의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추진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민간정비업체에 정비 물량 이양을 추진 중입니다. 지금까지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은
정부 및 발전회사 정책에 따라 전력수급과 설비의 안정적 운영을 전제로 발전정비 경쟁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5개 발전회사 정비물량의 38.5%를 민간정비회사에서 수행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우리와 기술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일정부분의 정비물량은 민간정비업체로 이양할 예정이지만 신규 대용량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발전설비 안정화 차원에서 핵심설비에 한해 계속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009년 발표된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계획이 계속 미뤄진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정비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발전정비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민간정비업체의 경우 철저한 검증은 물론 엄격한 자격이 요구돼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염려스러운 부분은 급격한 시장개방으로 성장단계에 있는 민간정비업체가 숙련기술자 부족에 따라 업무 과부하가 발생하거나, 그 외에 기술력이 부족한 소규모 정비업체가 난립하게 되면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입니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정비시장 개방은 속도조절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Q. 민간정비업체의 시장 진입에는 상호 이해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지
민간정비업체의 기술자립과 육성을 위해 발전설비 정비기술 전수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설비의 돌발고장과 유사상황 발생 시 복구지원과 기술전수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사내 우수한 인적자원과 연수원을 활용해 민간정비업체 인력들이 우리와 동일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명풍정비 위한 글로벌 인재 육성

Q. 발전정비 시장의 국제화에 대비해 추진하고 있는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사내 인재양성 시스템은 공기업 최초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의 인적자원개발 최우수(Best HRD) 기관에 선정돼 이미 국제적으로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게 교육 시스템과 사내자격 시스템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교육 시스템은 UAE 원전 기술인력과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SAT(Systematic Approach to Training) 기반의 국제적 교육 시스템으로 개선했고, 사내자격 시스템은 미국의 원전기술자 수준보다 강화된 자격으로 재편했습니다.

또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해 기술분야는 ISO18436(기계상태 감시 및 진단분야 국제규격)을 기반으로 진동감시분야와 열화상 측정분야 국제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20~30명의 국제자격자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습니다.

사무·어학분야는 해외사업에 적합한 인재양성을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해외고객이 요구하는 전문자격(PMP, CIA, PHR, FRM, CFA, CMA, AICPA, PE)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시장 확대에 따른 외국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원어민 강사를 사내 연수원에 채용해 어학집중 교육과정을 시행 중입니다.

Q. 명품 정비의 기초는 품질입니다. 정비품질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명품 정비를 위해서는 정비절차의 표준화와 확립이 필요합니다. 원자력 분야는 법령과 규제기관의 역할로 대부분의 업무가 체계화돼 있지만 화력분야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에 화력분야의 정비절차서를 표준화하고 정비현장에서 활용·준수하는 데 전사적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이 전후 짧은 시간에 부강한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습득한 기술을 체계화하고 절차화해 후계자에게 기술을 전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퇴직자 대상 시니어 직능클럽 제도 도입 검토

Q. 글로벌 발전정비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올해로 창립 30돌을 맞았습니다. 지난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묵묵히 국내외 발전설비 및 산업설비 정비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발전정비 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부합니다.

정비회사로는 국내 최초로 1990년 사내 연수원을 설립했고, 지속적인 유자격자 양성을 위해 1991년 사내자격제도를 도입해 2000년 당시 노동부로부터 국가공인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발전설비 정비인력 양성 시스템이 회사 경쟁력의 초석을 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발전설비 노후화에 따른 성능개선 작업 시 전력설비의 안정적 운영과 엔지니어링 특화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동안 기술연구원에 부속된 전문원 조직을 현장 특성에 맞춘 솔루션센터라는 엔지니어링 그룹으로 성장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매년 200억원 이상의 장비투자가 이뤄진 점도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예측정비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정밀진단이 가능한 첨단장비의 역할 때문입니다.

Q. 전문기술과 경험을 가진 퇴직 고급인력의 활용방안은
독자적으로 정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인력은 최소 10년 이상의 교육투자와 기술전수를 통해 양성됩니다. 이러한 고급인력을 퇴직 후에도 활용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니어마스터 제도를 도입, 재고용하는 Re-entry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마스터 제도는 우수한 기술인력이 퇴직으로 인해 사장되는 국가적 손실을 방지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기술자를 재고용함으로써 기술 경쟁력 유지는 물론 재직 직원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기술전수 기회가 주어지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퇴직 직원의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기부하는 시니어 직능클럽 제도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시니어 직능클럽 제도가 정착되면 신입사원 역량개발 강화와 중소기업 기술전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태양광 중심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

Q. 지난해 12월 거금에너지테마파크에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하며 신재생에너지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 분야 향후 추진 계획은
전남 고흥군청과 함께 거금에너지테마파크에 건설한 25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는 30년 동안 방치된 폐석장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탄소배출 저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력산업에 30년 동안 몸담으며 체득한 경험에 비춰볼 때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좁은 국토의 산림을 훼손하는 것보다 불모지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국토이용률 제고에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지자체의 배수지, 하천부지, 청사주변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하거나 신공법을 적용한 수면부유식 태양광설비를 설치하는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장소에 태양광설비를 지속적으로 건설해 에너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입니다.

Q. 풍력설비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전문 정비기업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풍력발전의 경우 아직 정비시장이 크지 않고 풍력발전시스템 제작사에서 자체적으로 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직접적인 정비사업 참여보다는 미래 풍력발전 정비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강화와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풍력발전 특성상 출력이 일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을 상시모니터링하고 보완 조정하는 시스템에 대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기술연구원에서 추진 중에 있습니다. 향후 풍력발전과 연계된 연구개발을 지속 발굴해 미래 먹거리 창출에 대비할 방침입니다.

Q. 올해 업무 각오와 직원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해도 무더위가 일찍 찾아올 것으로 예상돼 대부분의 발전소들이 계획정비를 앞당겨 3~5월 중에 시행하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건의 정비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계획정비가 끝나면 곧이어 하절기 전력수급 비상근무가 기다리고 있어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염려됩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업 전 반드시 툴박스 미팅을 시행해 지금 이 순간 꼭 확인하고 점검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내가 잠시 잊고 있던 사항들을 옆의 동료가 체크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녹치 않은 여러 가지 정비사업과 노후 발전설비에 대한 기술용역들이 우리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열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터빈을 분해하고 한 가닥 송전선로에 몸을 의지한 채 수 천 미터 거리의 송전탑을 이동해야하지만,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책임정비를 수행하고 제작사 수준의 고품질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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