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119대원처럼 묵묵히 일하는 한수원으로 자리매김 한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119대원처럼 묵묵히 일하는 한수원으로 자리매김 한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4.03.13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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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어렵다고 나쁜 짓을 하면 자신의 잘못
‘전문’과 ‘폐쇄’는 정도의 차이··· 소통으로 극복

 

2월 17일 취임 후 처음 전문지 기자들과 만난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자력 전문가답게 모든 답변에 거리낌이 없었다.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은 한수원은 올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조석 사장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기에 호흡을 길게 가지고, 올해 1년 동안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태와 국내 원전 비리 등 일련의 사태로 원전운영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원전 효율과 경제성, 높은 가동률이 한수원의 자랑거리였다면, 현재는 철저한 안전 확인이 최우선이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원전은 가동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조석 사장과의 대화를 지면에 옮겼다.

 

3대 혁신은 한수원 패러다임의 변화

○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3대 혁신안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 혁신안의 핵심은 조직원 스스로 해야 하는 ‘자발적 혁신’에 있다. 1단계로 작년 연말에 현장 및 기술 중심과 종합조정기능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했고, 인사혁신은 거의 마무리 중이다. 이들 개편의 핵심은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과 직군 간 보차교직을 시행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 조직원 개개인에게 혁신의 흐름이 조직원 개개인에게 전파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할 것이다.

 

○ 정부 관료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한수원 CEO로서의 감회는?

- 정부가 감독 또는 코치라면 공기업은 선수의 입장이다. CEO는 총괄적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더구나 원자력은 국민적 관심사가 크기 때문에 총체적 조직의 힘을 극대화 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 무리한 공기단축, 경상정비 및 일정 축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 제품설치 후 서류제출’ 등의 관행이 위기를 부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관행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시대정신은 ‘안전’이다. 원전산업 환경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해 3대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고, 3대 혁신은 조직역량 강화뿐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와 조직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영웅의 이미지 원하지 않는다”

○ 정부가 비리사태 책임을 일방적으로 한수원에 떠넘긴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감독부분도 미흡한 점이 있는 것 아닌가?

- 예를 들어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서 나쁜 짓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부모 탓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이다. 어떤 이유로든 지난해 한수원이 문제가 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만 앞으로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이를 실행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원자력이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 밖에서 보면 아무래도 원자력 분야가 전문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것이 과도하게 보이거나 배타적인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순혈주의는 달리 보면 전문성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폐쇄적 또는 마피아라는 용어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 말이 안 나오도록 원자력계가 충분히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집단과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이미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다.

 

○ 한수원의 비전은 무엇인지?

- 현 시점에서 한수원이 비전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 원전 비리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한수원은 지난해 중환자실에 있었고 지금은 일반 병실로 옮긴 정도라고 생각한다. 불신이라는 병은 후유증이 깊어서 한 번 쌓이면 병석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다. 현 시점에서 중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올해 1년 정도는 정말 긴장하면서 불신의 병을 벗어나는 게 목표다.

한수원은 원전 23기를 운영하고 5기를 건설 중인 글로벌 기업이자 국가경제에 기본이 되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라 그게 걸맞은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전과 관련한 구상을 다양하게 하고 있지만 지금은 신뢰받는 회사로 거듭나는 게 우선이다.

 

○ 마지막으로 한수원이 어떤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 되길 바라는지?

- 금메달리스트 같은 영웅의 이미지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119대원처럼 묵묵히 그러나 열정적으로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에너지 안보와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수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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