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국내 원전, 후쿠시마급 재해에도 문제없다
[이슈진단] 국내 원전, 후쿠시마급 재해에도 문제없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4.03.1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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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11년부터 후쿠시마 후속대책 순조롭게 진행 중
내년까지 56가지 대책 시행·‘안전 원전’으로 거듭날 것

한국 원자력 사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동해 남부해안 가까이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지진 중 최대 규모로 천둥, 벼락이 치는 듯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내진성능을 뽐내던 건물들은 우수수 무너져 내려 삽시간에 갈라진 땅 틈으로 사라져버렸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해일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영남지역에 집중된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은 즉각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잠시 후 집채만 한 지진해일이 발생, 원전을 삼켜버릴 듯 해안가로 밀려들어왔다. 거대한 파도는 땅 위의 모든 것들을 휩쓸고 사라졌다. 2011년 후쿠시마에 닥친 최악의 재해와 다름없는 아비규환이 예상됐다.

그러나 지진과 해일이 지나간 자리. 바다는 고요하고, 원자력발전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발전을 정지한 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설치 완료한 ‘지진 자동정지설비’ 덕분. 원전 보조건물에 설치된 센서가 지진을 감지함과 동시에 원전 자동정지 시스템이 가동, 제어봉이 자유낙하하며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킨 것이다.’

이것이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이 후쿠시마 사태 후 3년간 안전강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물을 최근 시뮬레이션 한 내용이다.

 

지진 자동정지설비·고성능 방수문 설치

지난해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 완료한 ‘지진 자동정지설비’는 리히터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켜 원전을 안정 상태로 유지토록 한다.

해일로부터 원전을 보호하는 데에는 해안방벽이 한 몫 한다. 원자력발전소를 감싸고 있는 높이 10m, 두께 1.85m, 길이 2.1km의 거대한 콘크리트 방벽은 지난 2012년 고리본부에 설치했다. 방벽 건설에 사용된 콘크리트만 해도 2만4,800㎥, 철근은 무려 600톤에 달한다.

또, 방벽 남쪽에 설치된 높이 10m, 두께 0.8m의 대형 차수문(遮水門)은 해일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굳게 닫히면서 바닷물이 원전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는다. 양쪽 문이 맞닿는 부분에 고무패드가 부착돼 있어 물이 스며드는 것도 완벽히 차단해낸다. 거센 해일에도 원전만큼은 외부로부터 완벽히 독립된 안전지대가 된 것이다.

3월부터는 여기에 ‘고성능 밀폐형 방수문’도 설치된다. 한수원은 경첩 부근의 방수 성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한 방수문을 개발, 올해 말까지 모든 원전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방수문은 지진해일이 밀려와 수압이 높아질수록 문이 문틀에 더욱 밀착되는 국내 최초 ‘수압 응동형(水壓 應動型) 경첩’으로, 방수성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수원은 방수문을 사고 발생시 원전에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비상전력계통 및 주요 안전설비 구조물에 설치해 대형 자연재해에도 비상전력을 확보해 원전 안전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가압경수로인 국내 원전은 일본의 비등경수로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자로냉각수와 터빈을 돌리는 증기가 완전히 분리돼 있어 비상시 방사성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거의 없고, 격납용기가 일본보다 5배 가량 크기 때문에 급격한 압력상승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비등경수로와 달리 전력공급이 중단돼도 자연대류현상으로 냉각수가 순환 냉각돼 자연적으로 원자로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2월 17일 에너지전문지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원전에 비해 월등히 안전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후쿠시마 사고 교훈을 반영, 대대적인 안전성 개선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수원은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주요기기가 침수되지 않도록 방수형 배수펌프 등의 방수시설을 올해 말까지 모든 원전에 설치할 예정이다. 방수시설 설치에도 불구하고 비상디젤발전기가 침수됐을 경우에 대비해 최대 200시간 연속 전원 공급이 가능한 3,200kW급 이동형비상발전기도 배치한다. 이 발전기는 차량에 장착돼 평소 침수 예방을 위해 부지가 높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비상시 출동해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진해일에 의한 침수로 비상전원 공급능력을 상실, 원자로를 안전하게 냉각시키지 못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말 그대로 안전에 안전을 더한 것. 이밖에 최악의 경우 원전연료가 손상돼 대규모의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일본원전과 같은 수소폭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기 없이도 작동하는 수소제거설비를 모든 원전에 설치 중이다.

조석 사장은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최악의 자연재해에도 원전이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입해 총 56가지의 장·단기 개선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후속대책을 철저히 이행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 믿음을 주는 원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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