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의 역할 확대와 윤리의식 제고
법률가의 역할 확대와 윤리의식 제고
  • EPJ
  • 승인 2014.03.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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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정에서 구속된 피고인을 변론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입힌 가해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는 업무 등이 변호사의 주된 역할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됨에 따라 변호사의 업무도 전문화·세분화되고 있어 변호사의 역할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을 모델로 한 ‘변호인’이란 영화 속에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변호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는 변호사의 전형적인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의 명예훼손사건에서 연예인을 대신해 변호사가 고소도하고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조서를 받기도 한다.

또 가정전문의와 유사하게 가족의 법률문제를 처리하는 집사 변호사도 증가하고 있다. 수천억대의 자산가가 내연녀에게 임신을 시키고, 아이를 낙태하는 조건으로 많은 돈을 건넨 후 변호사를 통해 내연녀를 공갈죄로 고소하고, 법정 출석을 변호사에게 맡긴 사례도 있다.

최근 일부 카드회사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변호사들이 직접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소송을 위임받아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약자인 피후견인을 보호할 사람이 필요할 때, 그 역할을 변호사가 수행하게 된다면 피후견인의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동시에 부당한 신체구속을 막을 수 있고, 효율적으로 재산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고향이나 연고지 변호사가 주민들과 전화나 인터넷으로 법률상담을 할 수 있는 마을변호사제도, 지방자치단체나 복지단체에 상주하면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홈닥터제도 등의 공익활동에도 법률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처럼 법률가의 영역이 확대되고 그 역할도 다양화되고 있지만, 법률가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냉정한 것 같다. 예컨대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제기한 변호사들에 대해 경제적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기업의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고, 피해자들에게는 피해회복을 시켜주는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

법률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냉정한 이유는 소송을 기피하는 문화적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 일부 법률가들의 윤리의식 결여가 주된 원인이라 생각한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판사, 피고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검사, 승소금액을 횡령하는 변호사 등 일반인의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처럼 많은 법률가가 배출되는 시대에는 법률가의 윤리의식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내변호사의 기업비리에 대한 고발의무를 유예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고 한다.

법률가 단체는 개인적인 유·불리를 떠나 사회정의에 맞는 방향으로 윤리규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의 생활이 곤고할 때 법률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법률가 단체가 무료법률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엄격한 윤리강령을 준수할 때 법률가가 사회적 존경을 받게 된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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