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전의 특별한 2014년 조망
변화된 전력산업 환경을 딛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한다
[특집] 한전의 특별한 2014년 조망
변화된 전력산업 환경을 딛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한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4.02.1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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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정상화 대책으로 재무건전성 제고
전력설비는 국민의 합의가 기반돼야 건설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차질 없는 본사 이전

국내 전력산업의 맏형이자 최대 기업인 한전의 2014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각고의 노력으로 5년간의 적자 행보에서 벗어나 작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소폭이나마 흑자로 돌아선 한전은 아마도 일반 기업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2014년을 맞이하고 있다.

우선 한전에게는 변화된 전력산업 환경이라는 외적인 도전에 응전해야 하는 시기다. 또 동·하계 전력피크를 극복해야 하는 본래의 의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전력산업의 맹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해외에서의 성과도 올려야 하며, 올 11월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본사를 서울에서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하는 임무도 있다.

모두 만만한 과제들이 아닐뿐더러, 정부와 정치권은 공공기관 부채 탕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한전에게도 날선 칼날을 들이대고 있고,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 송전선로가 들어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눈을 흘긴다.

어디에서도 아군을 찾기 어려운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 빠진 것 같다. 위기도 이런 위기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위기의 순간에도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내부적으로 ‘극복의지’가 강해 보이고, 내분의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집사광익(集思廣益)’을 신년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이 화두처럼 ‘단결된 한전인의 힘’으로 2014년을 한전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지 ‘2014 KEPCO 중점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 알아본다.

 

2020 KEPCO 글로벌 위상

구성원 힘과 지혜 한 곳에 모으자

조환익 사장은 작년 12월 23일 전 직원들에게 직접 작성해 보낸 이메일을 통해 “2013년 무신불립(無信不立)을 화두로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조성했다면, 새해에는 이를 기반으로 내부 구성원의 힘과 지혜를 한 데 모아서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자”며 ‘집사광익(集思廣益)’을 신년화두로 선정한 취지를 밝혔다.

또 “전력산업을 둘러싼 고객, 정부, 주주, 전력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널리 구하면서 내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아 전력수급, 경영 개선, 전력설비 건설, 본사 이전 등 굵직한 현안 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하며, 특히 부채 감축과 경영 개선이 공기업의 과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삼국지(三國志)’에 실린 ‘집사광익’은 삼국시대 제갈량이 촉나라 승상이 된 뒤 수하 장수들에게 보낸 글에서 나왔으며, 국익을 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널리 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한마음 한 뜻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 데서 유래됐다.

따라서 한전은 올해 개개인의 아이디어 보다는 많은 토의와 토론을 통해 도출된 집단적 의견을 중요하게 여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한전 청사진

탄소세법 통과시 한전 부담 가중 우려

한전은 올해 예상되는 전력산업의 변화로 5가지를 상정했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강화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확정 ▲온실가스 배출 감축 강화 ▲에너지 세제 개편 ▲지역별로 차별화되는 해외시장 등이 그것이다.

먼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원전 납품 비리, 방만경영 사례 등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증가와 정부·국회 등에서 공공기관의 부채감소를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이 요구됨에 따라 추진됐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획기적인 부채 감축과 자율적인 경영혁신 및 점검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의 부채·복리후생 등 모든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 공공기관 스스로의 개선을 유도하고,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 수준에서 관리하도록 했으며, 집중관리를 통해 방만경영 행태를 조기에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확정된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2035년 원자력발전(29%)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총 에너지 사용량의 11%)이 결정됐고, 수요관리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 등 5대 중점 정책목표가 제시됐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강화를 위해 연도별 신재생발전 의무비율(2014년 3%)이 유지돼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변함없다는 메시지를 확고히 했고, ▲태양광 발전설비 대여 허용 ▲RPS 가중치 신설 및 조정 ▲태양광 의무량 확대 등 RPS가 개편됐다. 그리고, 공공기관 신재생 의무비율 확대와 신재생 건설규제 개선, 대규모 수용가 신재생 전원 설치 권고 등의 신규 제도가 도입되거나 확대됐다.

또 탄소세법도 발의(정의당 심상정 의원)돼 유류·가스·천연가스·연탄·전기 등에 2016년부터 탄소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돼 RPS 및 탄소세 비용이 전기요금에 바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한전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세제 개편도 주요 환경 변화 중 하나다. 세제 개편은 전기와 非전기 간 상대가격 조정을 위해 전기는 올리고, 非전기는 내려간다. 또 환경성 강화를 위해 유연탄에는 세금이 부과되고, LNG는 감소시키기로 했으며, 서민층 배려 차원에서 등유의 세금도 내려간다. 이 개편안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7월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해외시장은 지역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의 전력수요 증가율이 높다고 분석하고, 국가별 에너지시장 환경과 정책에 따라 중점 투자분야가 상이하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의 전력수요는 정체 상태지만 중남미는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북미는 가스발전을 확대하는 한편 중남미는 신재생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럽은 재정위기로 유럽 전체의 수요 성장률은 1~2%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고, 원자력과 화력을 대체하기 위한 신재생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화력과 신재생 중심으로 설비가 확대되고 송전 인프라 투자도 활발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중동과 아프리카는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석유·가스의 대체를 위해 원자력과 신재생의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초강도 자구대책 수립해 재무건전성 높여

한전은 이와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 특별한 5대 중점 업무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 ▲재무건전성 제고 ▲전력수급 안정 실현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 ▲해외사업 내실화 ▲본사 지방이전의 원활한 추진 등이 그것이다.

재무건전성 제고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는 시급한 과제로 한전은 이미 작년 11월에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초강도 자구대책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인건비 반납(500억원 이상)과 본사부지 매각 추진, 투자사업 전면 재조정 등을 통한 부채 감소 노력 외에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 등 경영효율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실 한전은 구입전력비가 총 비용의 80%를 초과하는 기업이라 자구노력만으로 재무구조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해외사업 내실화 및 수익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한전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와 합리적 요금제도로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한전은 전력공급 비용 변동이 전기요금에 자동 반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전압별 요금제·피크요금제 등 합리적 요금제도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한전의 가장 주된 미션인 ‘전력수급 안정 실현’이다. 한전은 적기 부하관리 시행으로 피크시간대 수요 억제 및 예비율을 향상시킬 계획이고, 수요관리 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 개선(지능형·시장형) 및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며, 국민 합의에 기반해 전력설비를 건설한다. 또 친환경·고효율 기자재 개발 적용을 통한 차세대 전력계통을 구축하는 동시에 취약설비 보강으로 계통운영의 안정성도 강화한다.

한전은 올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재생·분산전원·에너지저장장치 등의 분야에서 선도적 전력 신기술 확보로 경쟁력과 수익성을 제고하고, 온실가스 배출 저감 기술을 확보함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 저감 투자전략도 수립한다.

특히 AMI(전력계량인프라)를 플랫폼으로 하는 전력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계획도 세웠다. 애플·구글·카카오톡 등을 벤치마킹해 안정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한전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을 활용해 신규 수익을 창출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한전의 이 구상이 실현되면 AMI를 중심으로 전력산업의 새로운 영역이 발생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이밖에도 한전은 우수 전력기술을 활용해 해외시장 진출 확대도 꾀한다.

다음으로 올해 한전은 해외사업 내실화를 도모한다. 현재 한전은 1995년 필리핀 말라야프로젝트(650MW) 수주 이후, 전세계 22개국에서 총 39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발전분야를 넘어 송배전과 자원개발 등으로 해외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더해 2009년에는 최초로 UAE에 한국형 원전 수주에 성공했고, 작년에는 베트남 응이손Ⅱ 석탄화력(1,200MW) 사업과 요르단 푸제이즈 풍력사업(90MW) 낙찰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한전은 올해 UAE 명품 원전 건설 및 제2 원전(사우디·베트남·남아공 등) 수주에 나서고, 동남아·중동·중남미 화력·신재생 발전시장 집중 개척을 통한 사업 확대와, 발전소 Self O&M 확대 등 효율적인 사업운영을 통한 수익 극대화 및 핵심사업 위주로 자원분야 합리화 추진과 신규사업 선별적 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국익 향상을 위해 수익성 중심의 내실 있는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발전회사 등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전은 올해 말까지 본사를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과업을 원활히 추진하기로 했다. 한전은 11월 경 1,425명의 본사 인원이 건설 중인 나주 본사 사옥(지상 31층 규모)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는 전력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 전체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지방화 시대의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본사 이전은 작년 말에 상량식을 가졌고, 지방이전 세부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한전은 이전과 동시에 정상적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정주여건을 구축할 계획이며, 정부·지자체와 현안사항을 공유해 교육과 의료·대중교통 등 생활기반시설을 조기에 구축토록 할 방침이다.

한전의 2014년 주요 계획은 지난해 발표된 중장기 발전 전략을 기초로 하고 있다. ‘글로벌 톱 그린&스마트 에너지 파이오니어’를 비전으로 하는 한전 중장기 발전 로드맵은 전력수급 안정·매출 85조원·해외매출 150억달러·ROIC 7% 등을 전략목표로 해 작성됐다.

이를 통해 한전은 미래에 국내에서는 토털 전력솔루션 제공자로 우뚝 서고, 해외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제공자로 자리매김하며, 저탄소 스마트에너지 개발자로 에너지 프론티어의 모습을 확고히 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고객가치 창조자로서 CSR 리더로 거듭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년과는 다른 특별한 2014년을 여는 한전의 미래를 계속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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