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구장에서 축구로 하나 되는 사람들
푸른 잔디구장에서 축구로 하나 되는 사람들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09.03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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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동호회] 서부발전 평택화력 축구동호회 ‘코스모스’

▲ 서부발전 평택화력본부 축구동호회 '코스모스' 회원들. 국가대표와 같은 멋진 포즈를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비슷한가?
2002 월드컵 4강의 감격을 아직도 생생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축구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이며, 또한 가장 많은 동호회원들이 즐기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국가대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만큼, 축구는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평택화력, 그곳에 축구사랑이라면 결코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열혈 축구 마니아들이 있다. 바로 축구동호회 ‘코스모스’ 회원들이 그들이다.

서부발전 평택화력 축구동호회 ‘코스모스’는 역사가 상당히 깊다. 1987년 창단한 코스모스는 평택화력 내에서도 가장 꾸준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내 동호회다. 현재 코스모스는 계측제어부 이종열 부장이 회장을, 주영기 과장이 총무를 맡아 동호회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회원은 45명이다.

그들만의 잔디구장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다

코스모스를 취재하기로 한 날은 토요일, 축구 경기의 특성상 주중에 시간을 내서 하기는 힘든 탓에 주로 휴일인 토요일 오전 시간에 활동하고 있다.

평택화력은 이전에도 취재를 위해 여러 번 다녀온 터라 익숙한 곳이지만 축구장이 따로 있는지는 이날 처음 알았다. 하지만 더 놀란 건 축구장이 푸른 잔디구장이라는 사실이다. “운동장에서 경기를 한다”는 주영기 총무의 말을 듣고 일반적인 학교 운동장을 연상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녹색 선명한 잔디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순간 ‘코스모스 회원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축구동호회원들의 꿈이 잔디구장에서 공 한번 원 없이 차보는 것이라는데 코스모스 회원들은 매주 잔디구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 이권형 과장의 멋진 슈팅 모습. 결과는, 폼처럼 멋있었을까요?
좋은 환경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겠는가. 다른 축구동호회원들이 보면 참 부러워하겠다 싶다.

축구장은 일반 구장보다 좀 작은 규모지만 잔디 상태나 모든 면이 경기를 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 이유로 주변에 위치해 있는 기관이나 기업에서도 평택화력에 축구장 대관 신청을 해 사용하기도 한다.

코스모스 회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주 토요일 경기를 한다. 해군본부, SPTT(기호물류) 등 평택화력과 인접해 있는 기관이나 기업의 축구동호회와 함께 시합을 하는데 보통 2~3게임 정도를 소화한다.

이날은 오전부터 날이 더웠다. 취재를 위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몇 게임을 뛰고 난 뒤라 회원들 모두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몸 풀기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는 회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보다 활기가 넘치는 듯 보였다.

넓고 포근한 잔디구장은 회원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놀이터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날도 아빠를 따라와 또래들과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빠의 경기도 보고 공도 차고 즐거운 시간일 것 같다.

아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회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게 아내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게 집사람을 돕는 거죠.” 토요일 오전 아내가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배려(?)라고.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회원들이 취재를 위해 슈팅 시범을 보여준다. 공을 차는 거나, 막는 거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다들 축구를 좋아하는데다 동호회 활동을 오래해 기본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 코스모스 회원들이 시합 후 회원들이 몸 풀기 게임을 하고 있다.
토요일, 축구로 시작해 축구로 마감하는 열혈 마니아들

20여 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코스모스지만 침체기가 있었던 때도 있었다. 2001년 발전사가 한전으로부터 분사하면서 발전파업을 겪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면서 동호회 활동도 다소 침체됐었다.

하지만 현 이종열 회장이 동호회장을 맡으면서 코스모스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 회장이 동호회장을 맡은 것은 지난 2005년 8월 평택화력으로 전입을 하면서부터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회장이 이전까지 축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택화력으로 전입하면서 부서의 단합차원에서 축구를 처음 시작했다. 현재 코스모스 회원들 중 3분의 2가 계측제어부 직원들이다.”

이 회장이 축구를 시작한지도 벌써 2년이 됐다. “건강에도 좋고 표정이 밝아지고 활동적이 됐다. 또 여러 부서의 회원들이 있다 보니 부서간의 교류도 자연스럽고 단결도 된다.” 하지만 조금(?) 통통한 체형 탓일까 “아내는 아직도 내가 축구를 한다면 믿지 않는다”고 이 회장은 웃으며 말한다.

코스모스의 총무를 맡고 있는 주영기 총무는 지난 98년 평택화력에 전입한 이후부터 코스모스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전부터 축구를 좋아했다는 주 총무는 홍명보를 닮은 외모를 지녔다. 그런 이유로 주 총무가 평택화력에 왔을 때 “홍명보가 왔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주 총무는 홍명보를 닮은 외모만큼이나 축구에 대한 열정도 무척 강하다. 그 탓에 시합 중에 부상을 입은 상태라고.

주 총무만큼이나 축구에 대한 애정이 강한 사람이 또 있다. 평택화력에 근무하다 올 4월 본사로 전출을 간 이권형 과장이다. 이 과장은 본사로 옮긴 이후에도 매주 코스모스 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토요일이면 오전에는 동호회 활동하고 오후에는 TV로 프로축구 보고 밤이면 ESPN의 외국 클럽팀 경기를 본다.” 토요일 하루는 온전히 축구에 빠져 사는 셈이다. 덕분에 아내는 무척 싫어한다고.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즐기는 대신 아내의 구박과 눈총은 감수해야 할 듯.

▲ 평택화력 축구동호회 '코스모스'를 이끌고 있는 이종열 회장(사진 왼쪽)과 주영기 총무.
9월 8일 ‘서해안 축구대회’ 참가, 목표는 당연히 ‘우승’

코스모스는 다음 달 큰 시합에 나간다. 9월 8일부터 열리는 ‘서해안 축구대회’에 참가한다. 서해안 축구대회는 서해안에 위치한 평택화력을 비롯한 8개 발전소의 축구동호회가 참가하는 대회로 매년 열리고 있다.

평택화력의 코스모스는 7차례 열린 이 대회에서 3번의 우승을 할 정도로 전통과 실력을 가진 팀이다. 지난 2005년도 대회에서는 무득점 무실점으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 총무는 “목표는 당연히 우승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친목도모와 우호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대회인 만큼 즐겁게,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오전 내 축구경기를 하면서 흠뻑 쏟아낸 땀을 샤워로 씻어내고 회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마시는 맥주 한잔의 시원함이 지난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새로운 일주일을 준비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듯하다.

푸른 잔디구장 위에서 일상의 묵은 찌꺼기를 힘찬 슈팅에 실어 보내는 평택화력 축구동호회 코스모스 회원들. 축구를 통해 그들의 삶도 눈부신 햇살과 푸른 잔디구장 만큼이나 빛나고 넉넉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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