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의무를 위반한 보험계약의 효력
고지의무를 위반한 보험계약의 효력
  • EPJ
  • 승인 2013.11.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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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2005년 10월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받은 결과 우측 갑상선 결절(5㎜), 우측 갑상선 낭종(2~3㎜)의 진단과 함께 6개월 후 추적검사를 하라는 의사 소견을 받았으나, 추적검사는 물론 정밀검사를 받지 않았다.

A는 2007년 1월 5일 P보험회사와 자기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갑상선결절 진단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A는 2007년 12월 19일 검진을 받은 결과,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P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P는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대법원은 A가 어떤 질병을 확정적으로 진단받은 사실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고, 건강검진 이후 2년여 동안 별다른 건강상 이상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사나 치료도 받지 않았으며, 갑상선결절은 흔한 내분비질환의 하나로 임상적으로 만져지는 결절 중 약 95% 정도는 양성결절인 동시에 5% 정도만 악성으로 판명되기 때문에 A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어 고지의무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2009다103349).

B는 2007년 12월 25일 K보험사와 본인의 남편(C)을 피보험자로 한 무배당유니버설 종신보험계약을 체결했다. C는 2009년 1월 12일부터 같은 해 3월 9일까지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 급성 림프아구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K보험사에게 보험금지급을 청구했다. 그런데 C는 2006년 11월 25일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한 결과 150/100㎜hg으로 고혈압에 의한 후두부 경직과 피로감을 호소해 ‘본태성(원발성)고혈압’ 진단을 받고, 항고혈압제인 7일분의 약을 처방받고, 그 후 다시 30일분을 처방받아 복용한 사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와 C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최근 5년 내에 고혈압 등의 증상이나 질환으로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해 진단 받았거나 치료, 투약입원, 수술, 정밀검사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서면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K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한 후 C의 고혈압 진단 및 투약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B는 고지의무의 위반이 아니라고 다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고혈압으로 진단 및 투약이나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는 보험사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 보험계약의 체결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B와 C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위반이라고 판시했다(2010다25353 판결).

그럼 고지의무란 무엇인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건강상태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계약을 체결할 경우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고 또 보험료를 결정하는데 보험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미리 알려줘야 할 의무를 말한다. 그런데 고지를 할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보험계약자가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보험사가 미리 작성한 질문표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고지를 한다.

고지를 할 중요 사실에는 ▲인보험에서는 암, 정신병 등 피보험자의 기왕증, 연령, 임신, 낙태경험 등이고 ▲손해보험의 경우 다른 보험사와 동종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사실, 다른 보험사가 보험청약을 거절한 사실 등이 해당된다. 첫째 사례의 갑상선결절은 95% 이상이 양성종양에서 암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추적검사 소견 후 2년간 나쁜 증상이 없었으므로 보통사람의 기준에서 볼 때 고지할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판단, 고지의무위반이 아니라고 한 사례다.

그런데 보험계약자는 질문표에 기재된 각 사항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려야 하고, 설사 질문표에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이더라도 중요한 사실은 고지사항이므로 이를 고지해야 한다.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납부했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는 고지의무위반여부를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하게 조사하는데, 조금이라도 위반하게 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보험가입자로서는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알린 후 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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