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법률가 양성제도에 대한 생각
우리 법률가 양성제도에 대한 생각
  • EPJ
  • 승인 2013.09.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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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에 관한 논의가 매우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 논의의 배경은 이렇다.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려던 2007년 사법시험 존속여부에 관해 견해가 좁혀지지 않자 그 대안으로 2013년에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변호사법을 통과시켜 로스쿨제도가 도입됐다.

전국로스쿨협의회는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거나, 변호사 예비시험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현재 로스쿨이 충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만일 예비시험 등 다른 제도를 도입해 병행시키면 로스쿨의 성공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변호사비용의 저렴화 등 본래 로스쿨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다른 제도가 도입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국법과대학협의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 실무가들은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거나 변호사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스쿨만의 법률가 양성방식은 국민 의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불공정·불평등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로스쿨은 3년간의 학비와 생활비 총액이 사립로스쿨의 경우 1억원 이상 소요되고,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포기함으로써 잃게 되는 소극적 손실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비용을 감당하면서 로스쿨에 진학할 국민은 매우 한정돼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재 로스쿨의 지난 5년간 실적으로 미뤄 볼 때 로스쿨에 의한 양질의 법률가 배출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어느 일방의 주장도 이론상 완벽하다거나 부당한 주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할까? 그 기준은 법률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찾아야 한다. 또 법률가가 지망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직업기회의 균등이 실현되고 국민통합과 평등의 원칙이 실현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환자가 전문적 실력과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의사로부터 진료 받기를 원하지 그 의사가 의학전문대학원 출신인지 의과대학출신인지를 묻지 않으며 관심도 없다. 우리 의과대학은 의과대학체제나 의학전문대학원체제의 선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관심은 의사의 실력과 인간성이지 어떤 시스템에 의해 배출된 의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법률 소비자인 국민은 양심 있고 실력 있는 변호사와 법적분쟁의 판단자인 법관이나 검사를 원할 뿐이지 그가 로스쿨 출신인지 사법시험이나 변호사 예비시험출신인지 가릴 이유가 없다.

5년간의 로스쿨 경험으로 볼 때 로스쿨이 어느 정도 불완전한 법률가 양성시스템이라는 것이 밝혀진 상태이므로, 로스쿨제도만을 고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 예비시험 또는 사법시험제도의 병행을 통한 선의의 경쟁이 바람직하다.

한편 빈곤한 학생들도 로스쿨에 진학하면 장학금이 있기 때문에 직업선택에서 기회균등의 문제가 해소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로 겨우 학비를 마련하는 다수의 빈곤층 학생들이 수억원의 경비를 장학금으로 해결하리라 기대하면서 로스쿨에 문을 두드릴 수 있겠는가?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뒤늦게 도입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 등 3개국이 채택한 로스쿨제도를 우리나라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에게 맞는 제도를 모색하면 안 되는가? 1970년대 로스쿨을 도입했다가 포기해버린 독일, 로스쿨을 아예 도입하지 않은 영국 등 많은 유럽 국가는 과연 법률 후진국인가?

‘로스쿨만의 성공’을 위해서 국민의 의사나 헌법적 가치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 개천에서 항상 용이 날 수는 없겠지만, 용이 나올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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