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15년 감옥생활의 보상과 대책
억울한 15년 감옥생활의 보상과 대책
  • EPJ
  • 승인 2013.08.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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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춘천역 파출소장의 어린 딸이 성폭행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고, 10일 만에 범인이 붙잡혔다. 범인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파란색 연필이 피고인 아들의 것이고, 동네사람들도 현장에서 발견된 빗이 피고인의 것이라고 진술을 했다. 결국 범인은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판단해 허위자백을 했다.

그는 30대에 감옥에 가서 50대가 된 후 출소했다. 그 사이 부모와 아들은 죽었고 나머지 가족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출소 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동네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위협에 의해 허위로 진술한 사실을 찾아내는 등의 노력을 하면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해 동 위원회가 법원에 재심권고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범인이라는 물적 증거는 현장에서 발견된 피고인 아들 소유의 파란색 연필과 빗이 있을 뿐인데, 동네사람들은 수사기관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허위로 빗이 피고인의 소유라고 진술했던 것이다. 또 살해현장을 최초 목격한 사람은 현장에서 노란색 연필을 목격했다고 증언했고, 파란색 연필은 경찰의 요구에 의해 피고인 부인이 수사기관에게 건네 준 것이었다.

피고인은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 당시 유신헌법이 선포되기 3주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만화방에 다니는 것을 단서로 허위자백과 진술, 조작된 증거를 가지고 피고인을 구속했던 것이다.

2011년 춘천지방법원은 재심을 통해 고문과 증거조작에 의해 피고인이 허위자백을 했고, 주민들도 허위진술을 한 사실을 인정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서울지방법원은 최근 피고인이 억울한 옥살이로 젊음시절을 잃어버렸고, 가정이 파괴되는 불행을 겪었다며 국가로 하여금 26억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어떻게 해야 이처럼 억울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인가? 우선 과학적 수사를 통한 객관적인 증거만을 신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의 진술에만 의지하다보면 억울한 사람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설령 사람의 증언이 믿어도 될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진술이라 할지라도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가 있지 않다면 이를 근거로 유죄선고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법관이 엄격한 증거를 요구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또 피해자의 아버지가 유력한 경찰이었기 때문에 수사관들이 무리해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해 고문수사, 과잉수사를 한 것을 보인다.

무엇보다 피고인의 자백에 의지한 유죄판결은 매우 위험하다. 전 경찰서장인 박용운씨는 2001년 오락실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후에 무죄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도 부하직원의 허위자백으로 불리해지자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집행유예라도 받기 위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아무리 그 직책이 경찰서장이더라도 허위자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직접 증거가 없는 사람의 증언이나 자백에 의한 유죄판결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고문에 의한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문의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를 배제해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부 성폭력범죄의 경우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듯이 고문 등 반인륜 범죄도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동시에 고문당사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민사적 배상책임까지 물을 필요가 있다.

앞선 사건에서도 국가는 고문수사에 관여한 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민사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중앙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주) 법률 고문, 서울지방경찰청 법률 상담관, 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스카우트연맹 법률고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피해자배상심의위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의 이해’ 등의 저서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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