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성낙정 전 한전 사장을 애도하며
(권두언) 성낙정 전 한전 사장을 애도하며
  • EPJ
  • 승인 2013.05.08 14: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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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우리 전력계에 큰 별 하나가 떨어졌다. 성낙정 전 한전 사장의 부고를 접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성낙정 전 사장이 어떤 사람인가? 1957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과 석사 학위를 받고 같은 해 한전의 전신인 조선전업에 입사해 1976년 한전 부사장과 1982년 한전 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전력계의 전설이다.

그는 첫 한전 직원 출신 사장으로 많은 한전 직원의 희망이자 사표가 된 인물이었다. 물론 당시 군사정권이라는 정치 상황으로 인해 1년 만에 사장 자리를 내놓긴 했으나 성 사장의 임명 당시 기쁨에 환성을 지르던 직원들의 모습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성 전 사장은 청렴과 성실의 상징으로도 유명하다. 나는 그가 현직에 있을 때 어떠한 비리나 구설수에 올랐다는 소문을 들은 바 없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약간의 흐트러짐은 이해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국민이 보는 한전의 이미지가 무너진다’는 신념으로 늘 꼿꼿했다.

그의 부사장 시절 전기요금 미납 통지서가 잘못 발부돼 신분을 숨기고 직접 영업소를 찾아가 고객대응 서비스를 개선시킨 일은 유명하다. 그가 퇴직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 일의 전말은 이러하다.

어느 날 밀린 전기요금을 내라는 독촉장이 날아왔다. 당시엔 거의가 수작업이라 사무착오가 많았을 때였지만 명색이 한전 부사장인데 독촉장이라니. 말도 안 나오고 기가 찰 노릇이었다.

아내가 가져온 영수증을 받아 들고 독촉장을 보낸 서울 한전 북부영업소 담당 여직원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직원이 퉁명스럽게 영수증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난 전화로는 처리가 안 되느냐고 물었다. ‘오라면 오라’는 투로 너무 고압적이었다.

다음 날 아침 9시에 창구를 찾아갔다. 나를 알아보고 영업부장이 급히 달려오기에 모르는 척 하라고 신호를 줬다. 그 여직원은 20여 분을 기다리게 해 놓고, 착오였다며 이젠 됐으니 가보라는 것이었다.

명색이 공기업인 한전에서 고객을 대하는 마인드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을 밝히고 소장이하 간부를 세워놓고 혼을 냈다. 영업소장에게 “부사장인 나한테 걸렸기에 다행이니 일단 그 여직원은 용서해주는 대신 모든 직원의 서비스 마인드를 한층 고양시킬 것”을 지시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그 당시 고객의 입장에서 봉사하는 자세로 탈바꿈시켜야 되겠다는 각오를 뼈저리게 했다.

또 성 전 사장은 송배전 승압 당시 기술부서 실무 책임자로 많은 일을 담당했다. 그 일은 사실 하는 일은 많고, 잘못됐을 경우 책임 질 일도 많았지만, 잘된다고 별로 티가 나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한전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방법을 찾아가며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우리는 풍족하고 질 좋은 전력을 쓰게 됐으니 그의 공로는 참으로 지대했다.

성낙정 전 한전 사장의 부고를 접한 후 그가 평안하게 쉴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잊혀져가는 전력계 원로들의 공로가 다시 한 번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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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경 2014-12-04 11:05:02
지금도 항상 존경하고 잊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