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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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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법무법인 청솔 최정식 대표변호사

輕過失이 있는 失火者의 배상책임

공장에서 경미한 과실로 화재가 발생해 공장은 물론 그 공장에 인접한 시장까지 불이 번져서 많은 상인들이 재산적 피해를 입은 경우에 상인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 1961년 제정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규정은 실화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중과실이 아닌 경미한 과실이 있는 실화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

아마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1960년대는 가옥구조가 판자 집 형태로 서로 연결돼 있어서 특정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다른 건물까지 연달아 연소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한편 보험제도도 발달하지 아니해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실화의 경우에 실화자에게 모든 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보아서 배상책임을 면제시켜주기 위한 입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경과실이 있는 실화자에 대한 면책은 전혀 과실이 없는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부담시킴으로써 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해자(실화자)만을 보호하고 피해자는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하며, 또 피해자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등의 사유로 위헌이라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지만 1995년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합헌임을 확인했다(92헌가4).

그러던 중 10여년이 경과한 2007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2004헌가25)을 내림으로써 과거의 합헌결정을 번복했다. 여전히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실화자는 타인의 재산에 대한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자기 재산의 피해자이며, 실화로 인한 피해의 확대는 실화자가 관리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 즉, “불(fire)”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배상은 실화자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공동체의 책임이므로 입법 정책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각건대 사소한 부주의 즉, 경과실로 말미암은 실화의 경우에 피해자에게만 모든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고 실화자는 면책시킨 현행법은 사회정책상으로 문제가 있으며 손해의 공평한 부담의 원리와 상충된다. 자기책임의 원리가 실화의 경우에만 배제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그리고 법이 손해부담의 적절한 분배 또는 책임의 감면이나 조절 등이 가능함에도 이를 배제하고 있으며, 화재와 연소의 규모와 원인, 피해의 대상과 내용, 실화자의 배상능력 등에 따라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해야 함에도 이 법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보호의 균형과 형평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현대는 건물과 가옥의 구조가 과거와 달리 독립되어 있으며 불법행위(실화)로 인한 배상은 대부분 보험을 통해 받는데, 오늘날 화재보험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이 법은 사실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현행법을 계속 적용할 경우에 경과실의 피해자가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위헌적인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행법의 적용을 중지시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맞는 옷을 입듯이 법의 적용도 시대에 따라서 변해야 한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보통사람이 수긍하는 정도에서 형평의 원리와 공평한 손해분담이 경과실이 있는 실화의 경우에도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은 자기책임의 원리를 구현하고 피해자의 보호를 현실화한 타당한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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