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누구를 위한 전력수급계획인가
(권두언) 누구를 위한 전력수급계획인가
  • EPJ
  • 승인 2013.03.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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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발표됐다.

2027년 기준으로 22% 수준의 전력예비율을 달성하고, 이를 위해 15.8GW에 달하는 신규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는 지역수용성과 계통여건에 역점을 두고 신규 건설의향을 평가해 공기업 4개사(6기 4,040MW), 민간기업 2개사(2기 1,900MW), 민간·공기업 공동 지분참여 6개사(10기 9,860MW) 등을 6차 수급계획에 최종 반영했다. 신규 화력발전 설비 가운데 74%에 달하는 1,176만kW가 SK, 삼성, 동양 등 대기업 계열 민간발전사들에게 돌아갔다.

우려되는 부분은 민간기업들의 전력시장 진출이 급속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부터 2년 마다 수립되고 있는 전력수급계획이 이번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도 전력시장에 민간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6차 수급계획과 관련해 2월 1일 한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공청회는 민간발전사 과다 유입에 따른 특혜, 원자력발전 확대, 환경파괴, 밀실행정 논란 등의 비판을 받으며 시민단체와 관련 노조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특히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6차 수급계획은 전력산업 민영화의 신호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3.4%씩 전력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2027년 7,710억kWh)하고 전력예비율을 2027년 기준 2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전력낭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5차 수급계획 당시 18% 수준이던 전력예비율에 비해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다한 예비율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전기요금은 30% 이상 인상됐지만 한전의 적자 폭은 늘어만 갔다. 반면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는 민자발전사들의 이익은 증가했다. 이는 현행 계통한계가격(SMP)제도에 따라 민간기업들이 한전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 발전자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달 1일부터 민자발전사들의 이윤 폭을 제한하는 ‘정산상한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도가 민자발전사의 수익을 실제로 제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간발전사가 전력수급 안정화에 기여한 공로는 충분히 박수 받을만하다. 하지만 영국, 독일 등 전력 민영화를 도입한 국가를 보면 민간기업들의 지나친 이윤 추구가 전기요금 인상 등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공공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전력산업의 경우 자율적인 시장경쟁 논리로 풀다보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경쟁 체제 도입이 무조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건 아니다.

일렉트릭파워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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