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전력 상황, 수요관리로 완벽 대비한다
예측 불가능한 전력 상황, 수요관리로 완벽 대비한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3.02.1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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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냉난방 부하 원격관리시스템 보급 계획
‘긴급절전 수요조정’ 시행경험 없어 더욱 신경

전력수급의 위기가 상시적으로 발생한 작년 한 해 KEPCO(한전)의 전력수급실은 그야말로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을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예비력 400만kW 미만의 수급비상단계인 ‘관심’ 단계 이하가 10번 있었고, 예비력 500만kW 이하인 ‘준비’ 단계 발령까지 포함하면 총 52일간 수급비상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5∼6월 이상고온 및 발전기 고장으로 연일 수요관리를 시행할 때에는 전력수급실 직원 모두 매일 목표 수요관리량 달성을 위해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이번 겨울도 혹한으로 인해 전력수급 위기 상황이 반복되며 9.15 순환단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나 전력수급실을 포함한 관계기관 모두의 노력으로 큰 문제없이 안정적 전력공급 및 수급을 이루고 있다.

2011년 9.15 순환단전 이후 수요관리팀에서 확대 개편된 KEPCO 전력수급실 이상하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요관리 업무 완벽 수행할 것

Q 전력수급실장직을 담당하시면서 느낀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2012년 부임한 후 전력수급 위기 상황에서 제가 전력수급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에 대해 무척 부담감도 있습니다만,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우리 KEPCO의 사명이며, 다시는 9.15 순환단전과 같이 국민들에게 불편을 드리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수급안정을 위해 수요관리 업무를 완벽히 수행해 수급이 안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KEPCO는 지난 연말 인사에서 ‘전국의 전력수급을 총괄하는 전력수급실장을 유임시켜 전력수급업무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힐 정도로 전력수급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력수급실의 주요 업무와 위상은 무엇인지 알려주십시오.
’12년 말 KEPCO로 부임하신 조환익 사장님께서는 취임 일성으로 겨울철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말씀하셨고, 이러한 맥락에서 전력수급실장을 유임시켜 지난 가을철부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겨울철 전력수급대책을 준비했던 저희 수급실 업무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했습니다. 그 만큼 수급안정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크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전력수급실은 2011년도까지는 수요관리팀으로서 국내전력수급 대책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나, 전력수급업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2012년 2월 실로 조직을 확대·개편해 부사장 직속기구로 편성됐습니다.

전력수급실의 주요 업무는 크게 아래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수요급증 또는 공급부족으로 인한 수급불안시 수요관리 제도 시행
② 9.15순환단전 재발방지를 위한 정확한 수요예측 및 공유(↔전력거래소)
③ 대국민 절전홍보 및 전사 에너지 효율개선 시행

Q 각 팀별 업무와 특징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먼저 국내사업전략팀의 주요 업무는 중장기 수요관리 전략 수립과, 매일 다음날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전력거래소에 제공해 전력거래소에서 보다 정확한 수요예측이 가능하도록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력수급실의 핵심인 수요관리팀이 있습니다. 수요관리팀은 부하감축을 통한 수요관리제도와 부하관리 기기보급을 통한 수요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에너지 고효율기기 보급활동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상시 수급대책 수립 및 및 수급비상 발생시 상황실 운영과 비상수급대책기구를 주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효율개선팀은 사내 에너지절약 종합대책 추진 및 대국민 에너지 절약 홍보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연중 전력수급 안정 위해 최선

Q 전력수급실의 올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전력수급실의 주요 업무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연중전력수급의 안정’이란 말로 압축될 수 있겠습니다.

올 하계기간부터 내년 동계기간까지 수급불안은 지속될 전망이어서 먼저, 수급비상 대응력 강화를 위한 단계별 조치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산업체에 집중된 수요관리량은 한계에 도달됐다고 판단돼, 보다 많은 수요관리량을 확보하고자 이를 다른 계약종별 고객들까지 실적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상가, 사무용빌딩, 아파트 고객까지 확대하고 건물 냉난방 부하(EHP)에 대한 ‘원격관리시스템’도 보급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보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위해서 예측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부하패턴 분석을 강화해 적기 수요관리 시행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KEPCO는 물론 전국민이 참여하는 에너지절약을 위한 홍보활동 강화로 정부의 절전정책에 선도적 역할을 해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올해 실장님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전력수급 업무의 가장 어려운 점은 예측기반으로 업무가 진행된다는 것이고, 또한 예기치 않은 발전소의 고장이 촌각을 다툴 정도의 비상상황을 발생시켜 연중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수요관리가 필요한 기간은 여름철, 겨울철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최근 추이를 보면, 수요관리가 필요한 동·하계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이에 따라 발전소 정비기간은 일정상 봄·가을의 단기간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기계라는 것이 주기적인 정비를 하더라도 100% 완전하다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불시 고장상황에 대비해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수요관리 제도를 시행하는데, 주간예고 실적은 전년도에 검증된 바와 같이 실적 확보에 문제가 전혀 없지만, 순환단전을 예방할 최후의 조치로 2012년 새로 도입한 ‘긴급절전 수요조정’ 제도는 신설후 시행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상황발생시 목표했던 150만kW의 감축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가 큰 관건입니다.

올해는 특히 이 제도의 이행력을 제고하기 위해 약정고객에 대한 검증 및 이행독려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수요관리 대가, 손실 및 기회비용 감안해야

Q 전력피크시 절전에 협력하는 기업들에게 주는 보조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2년도에 그 부분에 대해 지적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수요관리 제도에 참여한 대가로 받는 인센티브는 산업체에 대한 손실 보상 차원입니다.

대부분의 산업체들이 피크시간대에 수요관리에 참여해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량 감축 외에는 정상근무시간 이외 시간이나 주말로 조업을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한 보전 차원이며, 단순히 전기요금과 지원금 차이를 비교할 게 아니라, 적기에 생산활동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생산량의 손실 및 기회비용 등을 감안해 비교해야 합니다.

물론 KEPCO도 적정 지원금 수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협의 및 검토 중에 있으며, 2012년도에는 2차례에 걸친 지원금 조정을 통해, 2011년 대비 약 35%를 인하했습니다.

또 이러한 보조금 지원방식의 수요관리 대안으로 현재 동계수급안정을 위해 정부주관 ‘절전규제’를 시행하고, 사내 에너지 절감 및 대국민 절전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실장님의 KEPCO 근무 기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꼽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아찔했던 순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2012년 8월초에는 2011년 9.15보다 더 수급상황이 악화된 적이 있었습니다.

통상 8월초까진 대부분 산업체의 휴가기간이고 통상 휴가기간이 끝나는 8월 중순 무렵에 여름철 피크가 발생된다고 보면, 예측보다 피크가 빨리 찾아왔습니다.
수요예측 상으로도 수요관리가 필요없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오전부터 수급상황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9.15 순환단전 이후 처음으로 수급비상단계 ‘주의’가 발령돼, 긴급히 거래소와 협의해 사상 2번째로 ‘직접부하제어’제도와 변압기 탭 조정 등을 시행하고 전국 KEPCO 직원을 동원해 주요 고객 방문 및 전화로 전력다소비 고객에게 절전을 요청해 예비력 279만kW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만일 수요관리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예비력이 100만kW 이하로 순환단전까지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상하 KEPCO 전력수급실장은…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다’

이상하 실장은 1985년 KEPCO에 입사해 본사에서는 주로 총무업무 및 영업 계획업무를 담당했다. 전기사용신청 접수부터 전기공급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업무처리기준인 전기공급약관을 제·개정하고 운영하는 것이 이상하 실장의 주요 업무였으니 전력수급 전반에 대한 시스템에 통달하게 됐다.

이 실장은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는 논어 이인편에 나오는 얘기인데, ‘덕은 외롭지 않아서 반드시 따르는 이웃이 있다’라는 말이다.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살핀다면, 반드시 주위에 따르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고 복이 된다는 의미라고 이 실장은 해석하고, 이를 따르려 하고 있다.

이상하 실장은 별도로 취미생활을 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틈 나는대로 가까운 근교 산에 오른다고 한다. 촌각을 다투는 전력수급상황을 떠나서 자연과 벗하면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자주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수급비상상황으로 잘 실천이 되지는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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