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한수원, 짝퉁 부품은 아니겠지만···
(권두언) 한수원, 짝퉁 부품은 아니겠지만···
  • EPJ
  • 승인 2012.12.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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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에게는 아무래도 올해가 창사 이후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고리원전 사건으로 알려지기 시작된 한수원 일부 직원들의 부정부패와 안전 불감증은, 올해 특히 자주 발생했던 원전 고장으로 국민의 걱정거리가 됐고,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미검증 제품이 대거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됐다는 것에서는 그나마 남아있던 약간의 신뢰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수원은 이 미검증제품들을 언론에서 ‘짝퉁부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명칭이라고 설명한다. 이 제품들은 시장에서 이미 유통 중인 일반 규격제품으로서 제조사와 제원 등이 동일해 가짜나 모조품을 뜻하는 ‘짝퉁부품’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한다.

다만 일반 규격제품을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이 가능한 안전성 품목 제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가 첨부돼야 하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미검증품’일 뿐, 성능과 기능은 동일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미검증품들이 단순히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 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검증을 받은 것처럼 검증서를 위조한 불법제품인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검증서 위조를 알선하고, 위조를 대행해주는 일당이 있다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만큼 사법당국은 원자력산업의 발전과 투명성 향상을 위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초기원전의 부품들은 수입에 의존했기에 외국검증기관의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수입제품들은 외국 원전 건설이 중지되면 제조사가 제조를 중단해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원전 부품의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국내 품질검증기관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한수원의 모든 임직원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큼 과거보다 몇배의 노력과 자성이 필요한 때다. 특히 한수원의 주력산업인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 전력분야의 핵심이니 만큼 한수원의 자성과 혁신이 전력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그동안 한수원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인 원자력산업을 이끌어가며, 힘들고 고독한 싸움을 해 왔다. 그들의 공로가 일부 부도덕한 직원의 훼방으로 모두 묻혀버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와 염려가 높은 원자력산업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한수원은 이번 기회에 구태와 잘못된 관습을 완전히 청산하고, 신뢰받는 국민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원자력은 위험할 수 있지만, 한수원이 하면 안전하다’는 신뢰를 다시 한 번 얻기 바란다.

월간 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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