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지경부-환경부, 육상풍력 입지선정 두고 힘겨루기
[이슈진단] 지경부-환경부, 육상풍력 입지선정 두고 힘겨루기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2.11.1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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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육상풍력 입지선정 가이드라인 선정
지경부, 풍력업계 의견 담은 절충안 준비
현실성 부재·일방적 규제 제시로 풍력업계 반발

 

국내 풍력산업이 환경부가 환경보존을 이유로 제시한 육상풍력 설치 가이드라인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환경부는 10월 15일 서울역 내 대회의실에서 풍력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육상풍력발전시설과 관련한 입지선정 가이드라인 수정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가졌다. 풍력산업 자체에 위기의식을 느낀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공청회에 대거 참석해 환경부의 일방적인 입지선정 규제 강화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서성재 남부발전 풍력개발부 부장은 “오늘 발표된 가이드라인(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한반도 남쪽에서 앞으로 풍력사업을 하기란 불가능하다”며 “국내 풍력관련 기업들이 이미 1,500~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한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가 도입되면 국가 성장동력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4월 녹색위원회 보고에서 건의된 육상풍력 인허가와 관련해 애로사항을 개선할 목적으로 관계부처가 육상풍력 입지선정 규제를 개선키로 합의함에 따 라 이뤄진 조치다. 이에 환경부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풍력발전 입지선정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했다.

현재 지경부는 풍력업계 의견이 반영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발전사는 물론 풍력업체의 입장을 담아 구체적인 절충안을 도출, 총리실·환경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풍력발전 가능지역 51% 감소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안)은 지난 7월 발표한 초안에서 다소 규제를 완화하는 형태로 수정됐다. 수정안의 주요 특징은 입지에 대한 검토 결과를 제척(제외)·회피(최대한회피)·중점검토 등 3단계로 나눈 것이다.

백두대간의 경우 능선 좌우 300m 이내 지역을 제척하고 600m 이내 지역을 회피하도록 규정했다. 또 정맥(10대 강을 나누는 산줄기)은 150m 이내와 300m 이내 지역을 각각 제척과 회피토록하고, 기맥(100㎞ 이상의 산줄기)과 지맥(대간·정맥·기맥 이외의 산줄기)은 능선축 좌우 100m 이내 지역으로 양호한 생태현황을 보유한 지역으로 입지를 선정하도록 권고했다.

수정안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능선 제한-능선 좌우 100~600m ▲생태자연도-1등급(제척)/2등급(중점검토) ▲녹지자연도-8등급지(제척)/7등급지(중점검토) ▲표고제한-1,000m 이상(중점검토) ▲산사태 제한-1등급(회피)/2등급(회피, 방지대책) ▲법정보호지역 ▲정주시설 제한-500m(제척) 등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국내 풍력발전 가능 지역이 지금보다 51.3% 감소하게 된다.

 

 

 

누구를 위한 가이드라인인가

서성재 남부발전 부장은 “백두대간·정맥·기맥·지맥 등 주요 산줄기에 따른 능선 제한은 실제 풍력현장과 거리감이 있는 규제”라며 “능선에서 20~30m만 벗어나도 풍력설비를 설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산지관리법, 백두대간보호에관한법률, 자연환경보전법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이용·보급을 위한 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법제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지경부의 부실한 전력정책이 결국 풍력분야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풍력지도 개발 당시부터 재해라는 측면을 함께 검토했다면 오늘 같은 공청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경부의 노력 부재를 질타했다. 이어 그는 “지금 같은 마구잡이식 진입로 개발은 재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이런 공청회를 환경부가 아닌 산업계와 연관 있는 지경부에서 가졌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상훈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실장은 “육상풍력 입지선정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2005년부터 제시했다”며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안)은 육상풍력 이용 확대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목적에 반영되지 않은 채 생태보존을 위한 시각만 반영된 반쪽짜리 가이드라인이다”라고 용역결과의 객관성을 꼬집었다. 또 “풍력산업의 국가적 중요성이 상실된 가이드라인이 향후 해상풍력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장에는 풍력단지 5km 반경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가 실제 거주민도 모르는 공청회는 정당성이 없다며 공청회 무효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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