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대화로 직원 강제이동 후유증 극복할 것
노사 간 대화로 직원 강제이동 후유증 극복할 것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2.10.1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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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기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노동현장 조직력 복원에 힘 쏟을 것
봉사활동 강제성 있어 단체협약 위반
수명연장 위해 미리 움직이면 신뢰 잃어

지난 6월 김균섭 신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취임 이후 전격적인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수많은 인원이 기존 근무하던 사업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됐고, 노조 위원장 자리를 걸고 이를 저지하겠다고 약속했던 김선재 위원장은 결국 사퇴라는 선택을 했다.

사퇴한 김선재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된 이가 윤창기 전 수석 부위원장이다. 윤창기 한수원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직원들의 강제이동에 따른 후유증을 수습하고, 위기에 처한 한수원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8월부터 사업소를 모두 순회하며 조합원들과의 만남에 주력한 윤창기 대행은 직원 강제이동에 대한 분노와 함께, 사측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균섭 사장 취임 이후 1개월이 넘도록 면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 할 때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또 최근 발표된 한수원 경영쇄신안에 노조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윤창기 대행을 만나 그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직원 인사이동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

김선재 위원장의 사퇴로 위원장직을 대행하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밝힌다면.

전국 사업장의 특성과 격오지 사업장이 존재하는 한수원의 특성상 직원 인사이동에 관한 사항은 직원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김선재 위원장은 본인의 위원장직을 걸고 결사투쟁을 한 것이죠. 다만 당시 한수원의 사회적 위상과 강제이동 저지 투쟁에 대한 노동조합의 강고한 단일 대오 형성에 실패로 인해 결국 투쟁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김 위원장 사퇴에 따라 규약에 의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게 됐습니다. 남은 8개월여의 임기동안 지난 투쟁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은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자세로 돌아갈 것입니다.

조합원의 기본권 사수와 권익 향상에 온 힘을 기울이며 현장의 조직력 복원에 많은 힘을 쏟을 것입니다. 현장 조합원들의 강력한 투쟁의지와 조합간부의 헌신적인 실천력이 결합되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나아가겠습니다.

김 위원장 사퇴의 직접적 원인인 직원들의 강제이동은 현재 어떻게 되고 있으며, 노조에서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직원 강제인사이동은 지난 6월 12일 실시된 후 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노사 간의 대화와 교섭을 통해 강제이동 대상자들에 대한 고충을 청취해 고충이 심각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우선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와는 별개로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구제신청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봉사활동 10만 시간에 대해서 노조는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현재 진행상황이 궁금합니다.

한수원의 모든 직원은 현재 연간 14만시간에 이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발표된 10만시간 강제 봉사활동 수행은 본래 목적 달성은 고사하고 기존의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피로도만 누적시켜 결국 현장 업무 수행에도 지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소수의 비리직원들의 잘못에 대해 전 직원을 비리자로 간주해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노조와 아무런 협의 없이 진행됐으며, 이는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의 명백한 위반입니다.

이후 노조의 강력한 항의 등에 따라 회사는 직원들에게 자발적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팀간, 발전소간 실적 비교 등을 통해 암묵적인 강요가 이뤄지고 있다. 이점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합니다.

강제인사이동, 발전소 안전성 크게 저해

‘인사는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며, 전혀 다른 업무로 바뀐 것도 아니고 동급의 사업소로 발령한 것이 무슨 문제인가’라는 식으로, 노조가 문제 삼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직원 인사이동의 경우는 단체협약 23조에 ‘회사가 업무수행 상 조합원의 이동을 행할 때는 그 취지 및 범위를 사전에 조합과 협의한다’고 돼 있습니다.

과연 회사가 본 단협의 의미에 부합하는 행위를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노사가 오랜 기간 동안 상호 협의해 합의한 단체협약을 한 장의 종이조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노동조합은 직원의 인사이동이 수력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위해하는 형태로 진행돼서는 안되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발전직군, 원자력직군, 사무직군, 토건직군 등 다양한 직군과 다양한 발전소 노형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인사이동시 직군별, 발전소별 특수성이 고려돼야 안전성에 위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강제인사이동은 정부의 근시안적인 조치로 장기근무자가 비리의 개연성이 있다며 무조건적인 강제이동을 단행했습니다.

이는 회사의 미래와 발전소의 안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으로 노동조합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신임 김균섭 사장 취임 이후 사측과의 노사 협력은 잘 되고 있는지?

사실 한수원의 대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신임 김균섭 사장께서 눈코 뜰 새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노동조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중앙 노사협의회의 경우 이전에 사장은 회의에 앞서 인사말 정도만 하고 실무자 위주의 노사협의회가 이루어졌으나 김균섭 사장 취임 후 중앙노사협의회는 사장이 참석해 노조의 의견을 청취하고 본인의 의견을 밝히며, 끝까지 회사측 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큰 기대가 되는 것이기도 하죠.

사실 직원강제이동부터 시작해 봉사활동까지 일련의 행위들이 전임 사장에 의해 대부분 결정된 사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노사가 많은 부분에서 협력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조가 진행하는 현장비리클린센터 운영의 배경과 현재 상황은?

이번 비리와 관련한 검찰조사 결과를 보면 비리자의 다수가 회사 간부입니다. 심지어는 회사감사실장을 역임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여파는 직원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직원을 비리자로 간주해 강제이동하고, 강제봉사를 시키며 직원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노동조합은 현장직원들을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비리로부터 보호하고 현장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현장비리클린센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이제 회사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현장의 감시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나아갈 것입니다.

잘못의 원인 밝히는 냉철함 필요

사고 은폐와 비리사건으로 한수원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노조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평가와 향후 해결방법이 있다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잘못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 또한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비난만 하고 징벌적인 조치만 한다고 해서 그러한 사고와 비리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노동조합은 내부감시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한 회사를 위해서 노동조합이 분명한 자기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습니다.

한수원은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오명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대외활동의 폭을 넓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 나갈 방침입니다.

국민들은 원전이 안전하다는 한수원과 국내 전문가들, IAEA의 견해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도덕성을 인정받는 노조 위원장으로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부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울진원자력에서 원자로 운전을 12년간, 정비부서에서 5년을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SRO와 원자력 발전기술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원전의 안전성은 매우 높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전문가들과 IAEA의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것 또한 매우 신뢰성이 높은 평가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렵게 느껴지는 심리와 과거 일본의 원자폭탄의 피해로 인한 간접 경험 때문에 더욱 공포로 다가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막연한 기사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될 것이고 사실과 과학적 근거에 의한 기사로 정확한 정론을 펼칠 것을 요구하며, 한수원도 모든 사실과 과정을 있는 그대로 알림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회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명연한이 다가오는 원전의 연장과 원전확대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면?

원자력발전소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수명보다 10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설계됩니다. 따라서 월성1호기 등 수명이 30년인 원전도 10년의 수명연장은 기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고장은 메인 설비에서 발생하지 않고 부수적인 설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와 회사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 수명연장에 필요한 설비 교체 및 정비를 완료시킨다는 점입니다. 원칙적으로 수명연장이 결정되기 전에는 그에 따른 준비를 하지 않아야 하겠죠. 그런데 이미 수명연장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미리 움직였으니 국민이 신뢰를 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 안위보다 회사와 직원 생각해야

경영진과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먼저 경영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가와 회사발전에 대한 소신 있는 자신의 철학을 가져달라는 것입니다.

한수원은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회사이며 국민의 공공성을 지켜나가는 기업입니다. 그러하기에 수력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이 최우선시 돼야 합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볼 때 정부의 획일적 지시나 지침으로 정원감축, 유경험자 강제이동, 성과위주의 행정절차 등이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진들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의 모든 어려움을 인지하고 정부와 언론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밀고 나가는 자신의 철학을 가져 달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회사와 직원들의 발전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조합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현재의 상황에서 보다 당당하게 맡은바 업무를 해나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비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수원의 특성상 안전성과 관련된 설비의 비위사실이기에 더욱 혹독한 질책을 받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수에 의해 저질러진 부정으로 조합원들은 위축되지 말고, 보다 당당히 대처해 나가시라는 말씀과 조합원으로서 노동조합의 주체이며 힘의 근원임을 각인하시고 노동조합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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