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 2.5GW 해상풍력사업 ‘오리무중’
서남해 2.5GW 해상풍력사업 ‘오리무중’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2.10.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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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설립 또 연기… 시스템 업체 ‘답답’
지경부·한전 폭탄 돌리기로 풍력산업 삐걱

2020년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을 목표로 추진중인 ‘서남해 2.5 GW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종합추진계획이 발표된지 1년여가 지나도록 아직까지 SPC(특수목적법인)조차 설립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표면적으 로는 한전이 투자비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전과 지식경제부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산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한전은 지속적인 적자 해결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과 발전 6사와의 수익조정 등을 추진했지만 지경부의 난색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상태다.

지경부 는 2 0 10 년 11월 ‘해상 풍력 추진로드맵’ 발표를 통해 부안·영광 지역 해상에 2.5GW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1년 후 ‘서남해 2.5 GW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함으로써 국산
해상풍력발전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 풍력시스템 업체들은 정부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 계획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해외시장 진출 시 걸림돌로 작용했던 트랙레코드 확보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흥하듯 풍력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는 10개 국내 기업 가운데 8개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종합추진계획 발표 후 다시 1년 여가 지난 현재. 풍력시스템 업체들의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제 관망하는 자세로 ‘언젠가 하겠지’식의 무관심을 표출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실제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SPC가 아직까지도 설립되지 않아 세부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경부-한전 힘겨루기에 업체만 울상
당초 계획대로라면 서남해 2.5GW 해상풍력사업을 주관할 SPC는 지난 3월 설립될 예정이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6월로 연기됐다. 대신 SPC 발족 및 해상풍력 개발사업 전반을 주관하고 있는 한전 신재생실에 한전과 발전 6사에서 파견돼 7명으로 구성된 SPC 발족준비반이 4월 구성됐다.

이후 한전과 발전 6사는 7월에 각각 이사회를 열어 SPC 설립에 관한 안건을 의결함으로써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10월 현재 SPC 설립 일정을 정확히 답변해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전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SPC 설립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라며 “해상풍력사업 주관사가 결정하지 못한 일정을 지경부에서 강제로 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사업 주관사 이긴 하지만 정부차원의 국가적인 프로젝트 일정을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며 “SPC가 언제 설립될 수 있는지 우리도 답답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SPC 설립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주무부처인 지경부와 주관사인 한전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사이 가슴앓이를 하는 건 결국 풍력시스템 업체다. 고래싸움에 사업 참여를 포기한 시스템 업체까지 생겼다. 현재 STX중공업, 유니슨, DMS가 시스템 공급업체에서 빠진 상태다.

풍력업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시스템 업체에게 테스트베드 제공과 트랙레코드 확보라는 이점이 있지만 막대한 자금을 선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사업이었는데 진행마저 늦어져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됐다고 한다.

SPC 참여 발전 6사는 ‘뒷짐’
SPC에 참여하고 있는 발전 6사가 이번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도 사업 진행을 더디게 하고 있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국책사업이라 어쩔 수 없이 진행하고 있지만 지분 참여가 적고 자금마련에도 어려움이 있어 굳이 나서서 프로젝트 추진을 독려할 필요가 없다”며 “발전사별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풍력사업을 진행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풍력업체 한 경영자는 시작 단계부터 잘못 계획된 프로젝트였다고 정부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처음부터 글로벌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프로젝트였다면 자금 확보, 선진기술 도입, 부품산업 활성화 등의 장점이 더 많았을 것”이라며 “국산화 프로젝트라는 제한이 오히려 국내 풍력산업 육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째든 지금 가장 답답한 입장은 풍력시스템 업체와 관련 부품 업체들이다.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이 실종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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