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게장이 제일 맛나는 집에 삼가 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게장이 제일 맛나는 집에 삼가 드립니다”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7.31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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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여행] 토담집

충남 태안에는 맛집 좀 찾아다닌다는 사람이면 모두들 첫손에 꼽는 조그만 가게가 있다. 꽃게장과 우럭젓국으로 유명한 <토담집>이 바로 그곳이다.

“29살에 혼자되고 애들 먹여 살리느라고 이 식당을 시작했지. 그렇게 조카까지 여섯을 키우는 동안 장사하느라 여기 충청도를 벗어나 어디 한군데 가본 적이 없어. 그런지 벌써 30년이 흘러 내년이면 예순이네.”

토담집을 운영하는 윤순철(60) 사장의 말투는 여장부를 연상케 하는 첫인상처럼 호방하고 거침 없었지만 눈빛 속에 담긴 지난날들에 대한 회한은 한 깊은 우리네 어머니의 그것이었다. 말로 하진 않았어도 젊은 나이에 혼자 몸으로 식당을 꾸리며 자식을 키우는 게 쉽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옛일을 회상하며 잠시 뜸을 들인 윤 사장은 막상 음식 얘기가 나오자 청산유수처럼 자부심이 가득 담긴 자랑을 늘어놓는다.

“다른 집 게장은 짜기 마련이야. 하지만 우리 집은 장맛이 부드럽고 짠맛이 덜하면서 비린내가 없어. 여기서 우리 집 비법을 모두 알려줄 순 없지만 우선 우리는 벌집을 넣어서 게장을 담기 때문에 자연스런 단맛이 돌고 신선하지. 아무리 게가 좋아도 장맛이 나쁘면 게장은 맛이 없어. 장맛은 절대 나를 따라올 수 없지.”

냉장고가 없었던 예전, 게를 보관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어느 날인가 무심결에 들은 라디오에서 벌집이 음식을 덜 상하게 한다는 걸 들었다는 윤 사장. 그래서 게장에 벌집을 넣어보니 이게 신기하게 일주일이 지나도 신선도는 유지되면서 짠맛이 덜하더란다. 그렇게 속칭, ‘벌집 넣은 게장’을 개발한 그는 맛있는 게장을 만들기 위해 직접 벌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벌집은 직접 양봉을 해서 구한다 치고, 게는 어디서 잡아 오냐고 묻자 그는 안흥, 안면도 등에서 5월 한 달간 잡은 꽃게를 두세 번 급랭해서 1년 치를 저장해 둔다고. 한 달 동안 잡은 꽃게로 1년을 버티는 것이다. 이는 5월 꽃게가 장이 가득 차있어 가장 맛이 좋기 때문이란다.

“4월말에서 5월말까지 한 달간은 전쟁이 따로 없어. 질 좋고 신선한 꽃게를 얻기 위해서는 몇 달 전부터 선수금을 줘가면서 게를 공수해야 돼. 게다가 게장을 담는 꽃게는 커도 안 되고 작아도 안 돼. 크면 속이 헐하고, 작은 건 무침이나 해야지 먹을 게 없거든. 딱 중간 크기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선별해서 게를 받으려면 어부들에게 웃돈을 얹어줘야지. 예전에는 게가 넘쳐났는데 지금은 다 어디 갔는지…….”

근심어린 표정의 윤 사장이 다시금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예전에 우리 집이 불고기를 주로 했던 백반집일 때는 온통 꽃게 천지여서 반찬으로 줬었어. 근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잡히지도 않고 계속 비싸지네. 도통 감당할 수가 없어서 게장을 안줬더니 손님들이 왜 안주냐고 따지더라고. 사실은 고기보다 꽃게 장을 먹으러 왔는데 비싸서 반찬으로 못내 놓을 것 같으면 돈을 받고 팔라고들 그러는 거야. 그렇게 게장을 전문으로 하게 된 거야. 한 십년밖에 안됐어. 그래도 그 사이에 게장으로 엄청 유명해져서 전국에서 게장 담아서 팔라는 전화도 많이 오고, 직접 와서 먹고 맛있다고 양껏 싸가는 손님들도 많아.”

그렇게 유명한데 기억에 남는 손님이 없냐고 묻자 그는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낯선 책 세권을 보물처럼 안고 나온다. 자신의 집을 자주 찾는 한 손님이 직접 쓴 책이라고 소개하며 자신 같은 무식쟁이한테 그런 점잖은 양반이 책을 선물하니 감사한 마음에 자랑처럼 간직하고 있단다.

웃음을 머금고 책의 겉표지를 들춰봤더니 정성들여 쓴 깔끔한 필체가 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에서 게장이 제일 맛나는 집에 삼가 드립니다.’

 

문의: (041-674-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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