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해양, 아름다운 꽃과 역사유적이 공존하는 서해안의 진주
천혜의 해양, 아름다운 꽃과 역사유적이 공존하는 서해안의 진주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7.31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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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가는 길] 서부발전(주) 태안발전본부

새벽같이 짐을 싸고 카메라를 점검하고 7월호 <발전소 가는 길>의 고장인 태안으로 가기 위한 여정을 꾸렸다. 늦은 6월의 어느 날, 여름의 기운이 성큼 다가와 후끈한 아스팔트와는 반대로 간간히 불어오는 아침나절의 산들바람이 여행자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듯하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뚫린 서해대교를 지나 2시간 남짓, 서산 IC에서 서산·태안 쪽으로 들어서니 푸르름이 가득한 언덕배기를 벗 삼아 가지런한 듯 구불구불한 1차선 도로가 정답다.

▲ 마애삼존불상

오랜 풍화에 그 형체는 옅어졌지만 절로 온화함이 느껴지는, 태안마애삼존불상

앞서 가는 경운기의 여유로움에 따른 초조함도 잠시, 태안8경 중 1경이라는 백화산에 올랐다. 백화산은 284m로 작고 아담한 산이지만 서해 바다를 끼고 있어 풍경이 아름답고 기암괴석이 많으며 바위와 소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어 등산하기에 그만이다.

산을 오르다보니 고려 충렬왕(1275-1308)때에 축성되었다는 백화산성이 멀리 보인다. 성의 규모는 길이 700m, 높이 3.5m이며 특히 폐 성곽에서 바라보는 서해안의 일몰은 최고의 장관이라고 한다.

백화산 산기슭에서는 태을암이라는 사찰이 있는데, 이 태을암은 태안마애삼존불상으로 유명하다. 국보 제307호로 지정된 이 불상은 기존의 양식과는 다르게 중앙의 불상이 좌우의 불상보다 작은 것이 특징이며, 백제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한국 마애삼존불의 초기 양식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오랜 비바람으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투박해진 불상이지만 절로 느껴지는 온화함에 한참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 해안의 아름다움 때문일까, 태안에는 유난히도 해수욕장이 많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태안의 해수욕장만 해도 부지기수. 때문에 모두 돌아볼 수는 없고 신두사구로 더욱 유명해진 신두리해수욕장과 그 이름도 유명한 만리포해수욕장, 그리고 꽃지해수욕장을 차례로 돌아보기로 했다.

▲ 신두리 해변

황막한 해안사구와 고즈넉한 해변의 환상적 하모니, 신두리해수욕장

영화 <해변의 여인>을 보았는가. 홍상수 감독 특유의 감정처리가 빛나는 대사와 네 남녀의 속물스럽지만 귀엽게 봐줄만한 사랑놀이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해변, 그 해변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 마냥 영화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있었더랬다. 그렇다. 영화 속의 그 해변이 바로 신두리해수욕장의 해변이다.

직접 가본 해변은 영화 속에서처럼 한가롭고 평화로웠으며 넓디넓었다.

▲ 신두사구의 고즈넉한 풍경
해수욕장 오른편으로는 동양 최고의 해안사구인 신두사구가 있다. 이 해안사구는 북서계절풍을 직접 받는 지역으로, 강한 바람에 모래가 파랑에 의해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모래언덕을 이룬 퇴적지형의 전형이다. 입자가 고운 모래가 광활하게 펼쳐진 신두리 해변과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황막한 사막은 서해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맑은 물과 함께 쓸쓸하지만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 만리포해수욕장

산등성이를 물고 이어지는 해안선이 아름다운 곳, 만리포해수욕장

만리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똑딱선 기적소리가 젊은 꿈을 실었을 이곳 만리포는 해변의 양 끝에 위치한 산등성이를 물고 이어지는 해안선이 볼륨 있는 여인네의 뒤태처럼 아름다우며 해변 왼쪽에 홀로 서있는 등대가 마치 포구를 떠난 남편을 그리는 여인네의 그림자처럼 애처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만리포해수욕장은 해변 앞으로 횟집, 노래방 등의 식객업소가 즐비해 신두리해수욕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좀 더 많은 편의시설과 여름철 해수욕장의 들썩이는 분위기를 찾는 사람이라면 나름 즐길만할 듯하다.

▲ 태안 백합축제장

전설 속 소녀의 순결함을 닮은 백합, 그리고 ‘태안백합꽃축제’

신두리의 쓸쓸하지만 평화로운 심상을 왼쪽 가슴에 쌓아두고, 만리포의 부산하고도 애잔한 서정은 오른쪽 가슴에 묻어두고 꽃지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마침 ‘태안백합꽃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백합은 질 좋은 육쪽 마늘과 함께 대표적인 태안의 특산물. 보름간 열리는 행사는 백합 실내전시 및 꽃동산 관람, 소나무 숲 삼림욕과 지역문화체험, 백합제빵체험 등 각종 이벤트로 진행되고 있었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 속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기에 바빴다.

옛날, 아리스라는 소녀가 그를 탐내는 성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모마리아 앞에 앉아 기도함으로써 꽃으로 화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백합. 그래서 꽃말도 순결인 것일까. 아름답게 핀 다른 꽃들 사이에서 아직은 미쳐 봉오리를 열지 못한 하얀 백합과 하얀 드레스를 입고 성모마리아에게 기도하고 있는 아리스가 잠깐 동안 겹쳐보였다.

▲ 꽃지해수욕장 낙조

낙조로 가장 유명한 서해안 해수욕장의 메카, 꽃지해수욕장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고 깨끗한 바닷물, 알맞은 수온과 울창한 소나무 숲. 꽃지해수욕장은 해수욕장으로써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루 갖춰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피서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약 5km의 길고 넓은 해안선은 서해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럽고, 바로 옆에는 방포 포구가 있어 싱싱한 생선회를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물이 빠지면 갯바위가 드러나 조개, 고동, 게, 말미잘 등을 잡을 수 있고 오른편에는 전국에서 낙조로 가장 유명하다는 할미·할아비바위가 있어 연중 내내 사진작가들의 무대가 되곤 한다. 때마침 꽃지에 갔던 시간이 일몰시간이라 유명하다는 꽃지해수욕장의 낙조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붉은 해가 빛의 기둥으로 바다를 반으로 가르고, 그 빛의 기둥을 수호하는 듯 양쪽에 늠름히 서있는 할미·할아비바위의 모습이 마치 고전영화 속에서의 장엄한 최후를 보는 것만 같았다.

꽃지는 과연 그 이름값에 걸맞는 멋진 해변이지만 그만큼 북적이는 인파로 인해 분주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만리포, 꽃지라는 유명 해수욕장에 와서도 머릿속에는 신두리의 쓸쓸한 모래바람이 계속 맴돌고 있는걸 보니, 내게 신두리의 고즈넉함이 인상적이긴 인상적이었나 보다. 

 

▲ 안면도 송림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천혜의 소나무 군락, 안면도 자연휴양림

오늘 여정의 마지막으로 꽃지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안면도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태안읍에서 안면도 방면 30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령 50~80년의 울창한 천연보호림과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수목원에는 중부 해안 지역의 자생 수종을 비롯해 계절감과 경관을 고려한 화목류, 단풍류, 야생초, 유실류 등 총 31,670본 374종이 식재돼 있으며 수목원내의 산림 전시관은 산림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안면도의 역사, 문화를 알리는 산 교육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따로 야영장이 조성돼 있어 취사장, 샤워장, 음수대, 어린이 놀이터 및 캠프 파이어장, 물놀이장, 숲속의 집 등 가족이나 일반 단체의 이용이 용이하다. 한편, 수목원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서쪽으로 가슴을 탁 트이는 망망대해가 있고, 동남쪽으로는 울창한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어 수목원을 찾는 즐거움이 더하다.

이처럼 태안은 천혜의 해양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함께 육지에도 무척이나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옛 백제의 성터와 문화적 유물들이 산재해 있어 모르는 사람만 몰랐지, ‘여행 좀 다녔다’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가 볼만 한 곳으로 태안을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 아름다운 태안해안국립공원과 흐드러진 꽃이 아름다운 태안은, 두고두고 자주 찾으면서 그 아름다움을 음미할만한 서해안의 진주임에 틀림없다.

사진제공_태안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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