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서해안 물류 허브의 중심지, 당진을 가다.
21세기 서해안 물류 허브의 중심지, 당진을 가다.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7.3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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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가는 길] 동서발전(주) 당진화력본부

새벽 2시. 너무도 이른 시간에 놀란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뜨며 아직 온몸을 에워싼 잠의 기운 떨쳐내 본다. 잠에 취에 씻는 둥 마는 둥, 먹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다 서둘러 당진으로 출발했다. 이렇게 서두른 것은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는 당진 왜목마을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 서해대교야경
당진으로 가기 위해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 나들목에서 아산 방면 39번 국도를 타야 한다. 이후 삽교호 관광지(38번국도)를 거쳐 송악 나들목으로 들어서니 눈앞에 길게 뻗은 서해대교가 들어온다. 당진으로 들어서는 관문역할을 하는 서해대교는 주탑을 중심으로 세워지는 사장교(斜張橋)와 미리 만들어진 콘크리트 상판을 차례로 얹은 PSM교(연속 콘크리트 상자형교), FCM교(장견간 콘크리트 상자형교) 등 3개의 건설공법이 혼합되어 있는 다리이다. 총길이 7,310m, 도로 폭 31.4m의 서해대교는 2000년 11월 개통되었으며, 특히 밤에 보는 다리의 모습이 절경이다.

시원하게 뚫린 서해대교를 뒤로 하고 당진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넓게 들어선 공장지대와 잘 정비된 일직선의 도로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중국과의 해상교역로가 가까워 한보철강, 현대제철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당진은 2020년까지 63선석 9,000만 톤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동북아 무역의 관문인 허브 항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대형 트럭들의 바쁜 움직임이 21세기 서해안 무역시대를 이끌 당진의 힘찬 발걸음인 것 같아 마음이 흡족해진다.

 

▲ 왜목일출광경
18세 처녀의 볼에 담긴 홍조처럼 서정적인 왜목마을 일출

일직선으로 길게 뚫린 석문방조제를 지나 드디어 왜목마을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입구부터 북적북적하다. 이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카메라를 들이댄 인파를 뚫고 기자도 겨우겨우 괜찮은 포인트를 선점할 수 있었다.

살짝 드리운 안개로 인한 불안함을 달래듯 오전 5시 20분경 드디어 태양의 붉은 기운이 수평선에 맞물린다. 한순간 바다가 짙은 황토 빛으로 물들더니 태양이 만든 선홍빛의 기둥이 바다를 반으로 가른다. 동해의 일출이 장엄하고 화려해서 마치 붉은 갑옷을 입은 장군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장엄한 풍모와 같다면, 이곳 왜목마을의 일출은 십팔세 처녀의 볼에 담긴 홍조처럼 무척이나 소박하면서도 예쁘고 서정적이다.

왜목마을은 해변이 남쪽으로 길게 뻗은 포구의 독특한 지형구조 때문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출, 일몰, 월출의 광경까지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서해안의 땅끝마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중이다.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일출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내 곁에 있던 인상 좋은 어르신은 이곳은 일출도 유명하지만 서해안인 만큼 특히나 일몰 광경이 장관이라고 전했다. 다음에 꼭 한번 다시 와서 아름다운 일몰을 가슴속에 담아가리라 다짐하며 난지도 해수욕장을 향했다.

▲ 난지도 해수욕장 전경

쓰레기 매립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난지도 해수욕장

난지도 해수욕장은 섬 안에 위치해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배편은 8시 30분, 13시,  17시 30분 하루 세 차례 운행하며, 나오는 배편은 들어가는 시간표에 30분을 더하면 된다. 배는 도비도 대호방조제에서 탈 수 있다. 섬 내부에는 민박, 방갈로 시설 등이 많이 있지만 텐트를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직접 가본 난지도 해수욕장은 그 이름과 다르게 ‘섬’속의 해수욕장으로는 서해에서 보기 드물게 깨끗한 물과 곱고 하얀 모래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특히 입자가 작아 곱고 새하얀 모래는 최고였으며, 또한 배를 타고 오가면서 즐기는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의 정취와 맑은 바다빛깔은 난지도 해수욕장의 묘미라 칭하기에 충분했다.

▲ 당진의 특산물 중 하나인 해나루 쌀
맑은 바다와 밝은 모래 빛에 감탄사를 연발하다보니 어느 덧 점심때가 지났다. 마침 일행의 친지가 이곳에서 민박 겸 식당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곳을 찾았다. 풍채 좋고 인심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차려주신 오늘의 점심메뉴는 백반. 시장이 반찬이거니와 충청도 아주머니의 손맛이 너무 맛깔스러워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두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특히 이곳 당진의 해나루 쌀은 자연발생적으로 불어주는 해풍과 풍부한 햇볕을 받아 병해충이 적은 반면 벼알이 알차게 여물고 빛깔이 윤택하며 찰기가 있어 밥맛이 좋다고 한다.

이곳의 또 다른 별미는 꽈리고추인데 육질이 연하고 품질이 우수한 한편 비타민C와 무기질이 풍부하다고 한다. 특히 매운맛이 적어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당진 꽈리고추는 잘 먹는다고 한다. 과연 고추장을 담뿍 찍어 아기작아기작 씹어 먹어도 잠깐 동안 알싸한 고추향만 입에 맴돌 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게 점심을 잘 얻어먹고 다시 해수욕장으로 나오니 저 멀리 갯바위엔 세월에 찌를 담근 강태공들이 보인다. 여타의 피서지와는 달리 난지도 해수욕장은 낚시도 가능한가보다. 

배를 타고 도비도 휴양단지로 나왔다. 도비도 농어촌 휴양단지는 원래 섬이었지만 대호 방조제를 축조하면서 육지로 변한 곳으로써 도시민과 농어민의 교류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주변 갯벌은 조개, 게, 고동, 낚지 등을 잡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주변 농경지가 환경농업 시범지구로 지정돼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많은 철새들이 몰려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단지 내에는 숙박시설(95개실)과 세미나실, 전망대, 유람선 선착장 등의 부대시설이 있으며 특히나 암반해수탕(일반 5,000원)과 조각공원은 도비도 휴양단지에서 빠뜨려선 안 될 보석 같은 곳이다.

▲ 도비도 갯벌체험에 나선 학생들

▲ 회화나무
초기 천주교 박해의 눈물이 어려 있는 곳, 솔뫼 성지

김대건 신부 생가지로 가는 도중 천연기념물 제317호로 지정되어있는 송산면의 회화나무를 지났다. 조선조 중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이행이 중종 12년(1527)에 이곳에 내려와 집을 지으며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심었다는 이 회화나무는 나이가 약 500살 정도이며, 높이 32m, 둘레 5.94m로 가지가 위와 옆으로 골고루 퍼져있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과연 그 크기와 힘찬 가지 뻗음에 한참동안 넋을 잃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났다는 솔뫼 성지를 찾았다. 1836년 16세 때 신학생으로 뽑혀 마카오로 건너가 신학을 공부하게 된 김대건은 1845년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는다. 그 해 10월 귀국해 용인 일대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했지만 불과 1년이 지나기도 전에

▲ 솔뫼 성지에 있는 김대건 신부 동상
천주교 탄압으로 순교하게 된다. 솔뫼 성지는 그의 순교 100주년을 맞은 1946년 성역화 사업이 시작돼 기념비와 동상 등이 건립됐다. 이후 1983년에는 솔뫼피정의 집이 완공돼  순례자들에게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솔뫼성지를 나와 금동불좌상으로 유명한 안암사를 지나 삽교호 함상공원을 찾았다. 동양 최초의 군함 테마공원이라는 이곳에 있는 거대한 군함(상륙함, 구축함) 속에는 해군과 해병대에 대한 모든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수륙양용장갑차와 항공기, 함포 등 해군 장비와 함께 놀이공간과 기념품점, 특수 입체 영상관 및 식당 등 여러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빈번한 호객행위와 바가지요금은 눈엣 가시였지만 평소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군함에 들어가 장비, 무기, 침실 등을 직접보고 군생활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짬밥체험을 하는 것은 나름 낭만이 가득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동양 최초로 만들어진 함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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