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일본의 절전 의식을 본받아야
(권두언) 일본의 절전 의식을 본받아야
  • EPJ
  • 승인 2012.08.27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전국적으로 지속된 가운데 8월 6일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인 7,429만kW를 기록, 비상조치가 없었더라면 예비력이 약 16만kW 수준(잠정)까지 하락할 수 있었던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전력비상사태는 8월 중순까지도 계속됐다. 전력당국은 잠시라도 경계를 풀지 못하고 전력수급과 씨름을 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와 기후가 별다르지 않는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일본 역시 올 7월 기온이 평년에 비해 0.6~0.8도 가량 높았음에도 전력사용량은 지역별로 80~90%에 머무르며 올 여름 전력이 남아돌았다. 특히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총 50개의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가동을 멈췄고 최근 서부의 2곳만이 전력을 생산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일본의 절전 의식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일본 국민들의 자발적인 전기 절약과 기업의 적극적인 자가발전 설비 구축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에서는 원전 없이도 전력수급을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본의 원전 의존율이 우리보다 현저히 낮은 것도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 원전은 전력공급의 29%를 담당하며 우리나라와 대동소이한 비율을 나타냈었다.

여름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일부 지역에 절전 목표를 제시하면서 계획정전을 예고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부심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절전량에 매우 고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특히 가정용 전력의 사용량 감소가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해 전력난 극복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일본 기업들도 야간조업을 확대하고 자가발전 설비를 도입하며 정부의 절전 요청에 적극 협력하며 전력 사용 감소에 힘을 보탰다.

물론 이런 절전 실적 뒤에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전력 위기를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 솔선수범한 일본 국민들의 승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의 사정을 살펴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무리 국민발전소 건설을 부르짖고, 절전을 제 5의 에너지라고 선전해도 전력사용량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력예비율이 바닥이 되면 전국이 블랙아웃에 빠지는 데도 많은 상가는 냉방전력을 풀가동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전기요금이 조금만 올라도 모두 정부와 전력당국을 욕하기 바쁘다. 휴대전화 등 통신요금으로는 가구당 몇십만원을 쓰면서도 수긍하는 것에 비해 전기요금은 10만원만 넘어가도 ‘요금 폭탄’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방송과 신문 등 유력 미디어들도 전기요금은 물가안정의 시금석이라며 요금 인상에 부정적이기만 하다. 이들은 공기업 한전의 적자 누적이 곧 국민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몇십조원의 흑자를 보는 대기업들에게 단 몇%의 전기요금 인상이 국가경제를 망칠 것처럼 호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본처럼 원전을 정지하고 여름을 날 수 있을까? 최근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일로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가 일본의 이런 위기 극복과 절전 의식은 본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